세상 모든 것을 다 주어도 더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가진 것을 다 주어도 부족해보여 마음이 안타까워지는 대상이 있다. 자신이 부모라면 당연히 누군지 알 것이다. 바로 ‘우리 아이’이다. 하지만 무엇을 주어야 좋은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여전히 돈 벌어다 주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죽어라 일만 한다. ‘우리 아이’는 이런 부모를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우리가 ‘우리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은 바른 양육을 통한 관심과 사랑이다. 바른 양육을 위해 꼭 기억해야 할 3가지를 살펴보자.

사진 픽사베이

그 첫 번째는 ‘자아중심성(egocentricity)’이다. ‘자아중심성’은 쉽게 말해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어느 정도냐 하면, 갓난아기가 누워서 팔을 움직이면 아기는 자신의 팔이 움직였다기보다는 팔 주위의 세상이 이동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다. 자신을 안고 있는 엄마를 자신과는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아기 동안 아기는 자신을 돌봐 주는 사람-대부분 엄마일 것이다-의 존재를 오직 자기 자신을 잘 돌봐주고 있느냐 없느냐 정도로만 감지할 뿐이다. 오직 자신이 편한지, 편하지 않은지, 안전한지, 안전하지 않은지가 관심일 뿐이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엄마가 신경 써야 할 다른 일이 있는지, 즉 다른 가족의 일, 직장 일, 집안 일, 취미생활, 남편과의 다툼 등에는 관심이 없다. 심지어는 부모의 죽음 마저도 아기에게는 거절과 버림받음의 경험으로만 전달될 뿐이다. 유아기 동안의 거절과 버림받은 느낌은 평생 정서적 상처로 남게 되며 아이의 정서적 및 지적 발달을 저해한다. 아동기가 되면서 이 ‘자아중심성’은 점점 옅어지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즉, 부모는 아이가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의 편의를 뒤로 미룰 수 있기 전 까지는 아이의 ‘자아중심성’을 꼭 기억하고 아이가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사고과정의 미성숙이다. 아이는 합리적, 논리적,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약하다. 이렇게 합리적, 논리적,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이차적 사고과정이라고 한다. 반면에 아이는 비논리적이고 마술적으로 생각하는데, 이것을 일차적 사고과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가 팔이 부러져서 입원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에서 깨어난 아이가 울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달래도 진정되지 않았다. 우는 이유에 대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더니, 아이는 자기 팔이 없어져서 팔이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술 후 팔에 깁스를 했는데 ‘아이는 자기 팔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이 일차적 사고과정이다. 그래서 아이 인형의 팔에 깁스를 해 주고는 풀었다가 다시 해 주었다. 아이는 깁스 안에 자기 팔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점차 진정하기 시작했다. 부모는 아이들이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다던가 외견상 부적절하게 반응하더라도 당황하지 말아야한다. 아이가 ‘일차적 사고과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시간에 대한 감각의 차이다. 아이는 좌절을 견디고 욕구 충족을 지연시키는 힘이 거의 없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아이는 오직 자신이 편한지, 편하지 않은지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편하지 않은 시간이 지속된다면 아이는 버림받았다고 느낄 뿐이다. 그래서 즉각적인 만족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아이의 특성들은 어른과 비교해 시간을 길게 느끼게끔 한다. 여행 가던 때를 생각해보자. 지금은 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할 거리를, 뒷 좌석에 앉아서 아빠가 운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 시절에는 얼마나 길고 지겹게 느껴졌는지를. 또한 변이 마려울 때를 생각해보자. 참을성이 강한 어른이 되어서도 급할 때 10분 참는 것은 한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질 것이다. 아이의 욕구들은 이런 변의와 같은 원초적이고 즉각적인 만족이 필요한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시간에 대한 감각 차이를 이해하고 바로 만족시킬 수 있도록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기억하면 부모는 아이가 자신과 다름을 알고 아이의 세상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유아기에는 이렇게 아이가 첫 번째가 되어야 하고, 아이의 눈에 맞춰 이해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가 이해받고 사랑받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조급하게 강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정상 상황이라면 엄마가 아기에게 수도 없이 안심시켜 주고, 둘 사이에서 즐거움을 주고받음으로써 사소한 일들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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