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두 돌 반, 마음이 엄마인 누나에게"


몇 주 전, 나랑 누나 그리고 마음이가 같이 집으로 가던 길, 기억나?
내 오후 외래 진료가 일찍 끝나서, 누나와 마음이를 집까지 태워줬잖아.
그때 마음이가 유난히 칭얼거려서, 누나가 마음이 손에 핸드폰을 쥐어줬었지.
그랬더니 마음이가 혼자 유튜브 어플을 열고 뽀로로 동영상을 보면서 얌전해졌고.
그렇게 마음이가 조용해지자 누나가 걱정스레 물어봤어.

 

아이한테 유튜브 보여줘도 괜찮아?

 

출처_픽사베이

 

사실 그런 건 아직 정신과 교과서에 나오지 않아.
유튜브라니.
모르긴 몰라도, 프로이트나 융, 아들러 보다 마음이가 유튜브를 더 잘 다룰 거야.
그 어르신들은 아마 손이 떨려서 유튜브를 누르려다가 전자계산기 같은 어플이나 실행 시키는 게 고작이겠지.

 

아무튼, 교과서에 없는 내용이라 자료를 찾는데 시간이 걸려서 이제 편지를 쓰게 됐어.
유튜브에 한정된 연구나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유튜브를 볼 수 있는 핸드폰, 태블릿, 컴퓨터 등 액정이 있는 전자기기가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는 있더라.

 

아이가 핸드폰, 태블릿, 컴퓨터 등 액정이 있는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어떤 정신적인 영향을 주는지 얘기해볼게.
신체적인 영향은 이미 다들 잘 알고 있잖아.

 

공통적인 경고는,
성인의 지도 및 감독 없이 전자 스크린 기기를 사용하면 인지발달과 학습에 악영향을 준다는 거야.


이제 두 돌 반인 아이가 뽀로로의 내용을 이해하는 건 아닐 거야.
소리 없이도 유튜브를 좋아하니깐, 소리 때문도 아닐거고.

 

지속적인 시각적 자극, 마음이의 터치에 반응하는 즉각적인 시각적 변화.
이 두 가지가 두 돌 반인 아이가 유튜브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생각해.
화려한 시각 자극을 내 손 끝으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해 봐.
우리가 컴컴한 허공에 지휘하듯이 손짓을 하면,
우리 손끝을 따라 폭죽이 터져서 불꽃 축제가 열리게 되는거야.
마치 그런 경험을 아이가 하고 있다면, 빠져들 수 밖에 없겠지.

 

출처_픽사베이

 

그러면 그게 뭐가 문제가 되냐고?
먼저, 유튜브 시청으로 아이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자.
아이가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겠지.
시각적 자극, 그리고 무엇을 터치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알게 되는 것.

 

먼저, 시각적 자극은 눈과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발달을 도와.
하지만 전두엽, 측두엽 등 다른 뇌의 발달에는 기여하지 못해.
또 일상생활에서 얻는 자극과 달리, 스크린을 통한 자극은 이차원인 시각적 자극만 전달하지.
유튜브로 바다를 볼 수 있는데도 우리가 직접 바다를 가는 이유는,
고차원적인 다양한 자극을 경험하기 위해서잖아.
그런 경험이 뇌의 각 부분을 연결시켜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
하지만 스크린을 통한 것은 이런 경험에 미치지 못하겠지.

 

두 번째는 무엇을 터치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알게 되는 거야.
이건 학습 아니냐고? 물론 학습이야. 너무 간단하고 좁은 범위의 학습이라 문제지.
‘특정 버튼을 누르면 사과가 나온다.’ 이건 원숭이나 까마귀 정도도 학습 할 수 있어.
우리 아이는 스마트 폰을 다루고 있는건데 너무 비약이 심한 것 같다고?
좋아, 말을 조금 바꿀게.
‘스마트 폰의 특정 버튼을 누르면 사과가 나온다.’ 어때?

 

아이가 스마트 폰의 일부 기능을 사용한다고 해서, 스마트 폰을 이해하는 건 아니야.
유튜브 시청 혹은 스마트 폰 등 전자기기를 빨리 다루게 하는 것이,
전자기기에 대한 아이의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이 아니고.
우리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형광등을 켰다 끄지만, 형광등을 교체할 때는 어버버 하잖아.
친숙한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른거니까.
두 돌 정도의 아이가 스마트 폰을 다룬다는 것의 의미는,
‘이 버튼을 누르면 사과가 나온다’를 알고 있구나, 정도로 이해하면 돼.

 

사실 지금 말한 두 가지 효과도 장점이긴 하지.
그런데 문제는 인간에게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과,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다루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발생해.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통해서 얻는 장점이 그리 크지 않은데, 재미가 있다 보니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 되는거야.
결국 인지적인 발달을 위해 다른 것들을 경험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돼.
그래서 결과적으로 인지발달과 학습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출처_픽사베이

 

이쯤 되면 누나가 시무룩해 하는 모습이 보여.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이것 마저 없으면 육아하기 더 힘들텐데...

하면서.

 

그래서 유튜브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준비했어!
하지만 이건 다음 편지에 적을게.
얘기가 너무 길어지면 재미없다고 툴툴거릴거잖아.

 

일단은 오늘도, 마음이와 멋진 하루 보내고 있어.
또 편지쓸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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