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ㅣ 김영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늘 이야기 해볼 주제는 우울증과 신체활동과의 연관성입니다.
우울증이 있을 때 많이 움직이면 왠지 좋을 것 같고,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애매하게 ‘그럴 것 같다’고 아는 것보다는, 여러가지 연구 결과를 통해 확실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물론 연구라는 게 무조건 완벽한 사실은 아닙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사실에 근접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하죠. 그런 많은 고민을 통해 도출된 결과는 우리에게 더욱 적절한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우울증 위험도가 올라갈까요?
영국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6년 간 한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이 연구의 특징은 신체 활동량을 보통 건강검진 하실 때처럼 일주일에 얼마나 운동을 하나요? 그런 설문지에 의존하지 않고 가속도계라는 기기를 이용한 점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제와 보다 가까운 자료를 얻을 수 있죠. 그렇게 12세, 14세, 16세에는 신체 활동량을 체크하고, 18세에는 우울증상 평가를 해서 신체활동과 우울증상의 연관성을 알아본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 어릴 때의 신체활동이 많을수록 우울점수가 낮았습니다. 신체활동시간이 하루 1시간이 늘어나면 8~11% 가량 우울점수가 낮아졌고, 반대로 앉아있는 시간이 하루 1시간씩 늘어날수록 우울점수는 8~11% 가량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많이 움직이는 아이들일수록 덜 우울했고,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이 긴 아이일수록 더 우울했다는 거죠.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들도 비슷한 결과를 보이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모두는 점차 신체활동 수준이 감소하고, 그 만큼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강한 강도의 어렵고 멋진 운동이 아니더라도,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몸을 더 움직이는 생활습관만으로도 우리는 우울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운동은 얼마나 하는 게 좋을까요?
여러 연구에서 신체활동을 통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얼마나 움직여야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걸까요?
연구 결과, 신체활동을 통한 우울증 예방효과는 약한 수준의 신체활동에서 가장 컸습니다. 운동의강도가 약하더라도, 시간이 많지 않더라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움직인다면 그 효과가 크다는 것이죠. 1주일에 달리기를 2.5시간 더 한 경우에 우울증 위험도는 25% 감소했다고 하고, 그 만큼 빠르게 걷기만 하더라도 위험도는 18% 감소했다고 합니다. 무조건 운동을 더 강하고 더 많이 한다고 해서 그만큼의 이득이 더 생기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된다.’ 모두가 머리로는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려다 보면 헬스장을 끊어서 PT를 받아야만 할 것 같고, 러닝크루에 가입하고 괜찮은 용품들을 다 준비해야만 할 것 같고, 뭔가 제대로 해야만 한다는 생각들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때문에 운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시작하기가 어렵죠. 이 연구에서는 아주 기본적인, 간단한 활동만으로도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디 프로필을 찍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밖으로 나가 걸어보세요. 하루 30분, 빠른 걷기만으로도 당신의 정신건강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우울증에는 어떤 운동이 좋을까요?
운동은 우울증에서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우울증상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여러 국가의 임상진료지침에서 신체활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울증에는 어떤 운동이 좋을까요?
연구 결과, 걷기, 조깅, 근력운동, 요가, 춤이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었습니다. 특히 근력운동은 여60성에서, 요가는 남성에서 효과적이었다고 하네요. 또 요가는 고령층, 근력 운동은 젊은 층에서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운동 강도는 강할수록 효과가 좋았습니다. 걷기, 요가 같은 가벼운 운동도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었지만, 달리기나 인터벌 트레이닝 같이 강도가 더 높은 운동은 더 강한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내용과 살짝 헷갈리실 수도 있지만, 예방과 회복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울증 예방 효과는 약한 신체활동이라도 시작할 때 가장 컸다면, 우울증의 회복을 위해서는 높은 강도의 운동이 더욱 도움이 되는 거죠.
다소 의외였던 부분은 운동의 자율성은 효과와 역상관 관계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너무 높은 자율성보다는 명확한 지침을 전달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개인이 자율적으로 하는 운동보다 감독이 있는 운동, 단체 운동이 더 좋은 효과를 낸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당연히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가능하다면 각 개인의 특성에 맞는 운동을 골라서, 강도는 중등도 이상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확실한 세팅을 갖춰서 하시면 더욱 도움이 되실 겁니다.
어떤 운동을 추천하세요?
이렇게 여러가지 효과적인 운동들이 나왔네요. 이 중에서 비용이나 환경적인 제약 등을 고려했을 때 걷기나 달리기가 가장 무난하고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울증 환자군에서 16주 동안 달리기와 약물치료의 효과를 비교해본 연구가 있습니다. 약물치료그룹은 escitalopram이란 대표적인 항우울제로 표준화된 치료를 진행했고, 달리기, 그러니까 운동치료 그룹은 야외 달리기를 주 2회 이상, 한 회당 45분 씩 진행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약물치료와 운동치료 그룹 사이의 효과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약물치료 그룹에서 운동치료 그룹보다 불안 증상이 더 빨리 줄어들었지만, 연구가 마무리되는 16주 시점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운동치료 그룹에서는 체중, 허리둘레, 혈압 등 신체 건강지표도 개선이 되었죠. 연구에 등록한 환자들이 아주 심한 우울증 환자들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중등도 환자군을 대상으로 좋은 효과를 보였다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운동치료가 무조건 우수하다는 건 아닙니다. 약물치료 그룹의 82%가 16주를 끝까지 마친 것에 비해, 운동치료 그룹 중 정해진 주 2회 운동을 끝까지 마친 사람들은 52%에 불과했습니다. 처음에 약물치료보다 운동치료를 선호한 사람이 더 많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고, 이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줍니다. 게다가 의욕저하, 에너지 감소가 우울증의 대표 증상인 걸 고려한다면, 운동 치료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지 알 수 있죠.
결론적으로 약물치료와 달리기의 병행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약물치료로 우울감, 의욕저하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보다 나아진 컨디션에서 운동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치료가 될 것입니다. 실제 운동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달리기는 우울증 환자에게 여러가지 효과를 가져옵니다.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염증을 줄이며, 반추를 줄이고 정서적인 균형을 잡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효과를 보기위해 중요한 건, 남들보다 무조건 빨리 뛰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을 찾아서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죠.
우울증은 한번의 약물 복용으로, 한번의 운동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꾸준한 노력들이 1주일, 1달 씩 쌓여간다면, 그 변화는 확실히 느껴질 것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해 달리기를 시작해보세요. 남들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나만의 페이스로 달려보세요. 그 작은 걸음들이 결국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입니다.
삼성공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강남점 ㅣ 김영돈 원장
노인정신건강의학 우수 인증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삼성서울병원 인턴, 전공의, 전임의 수료
전) 송파미소병원 진료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