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현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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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명 “왕의 DNA” 사건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녀에 대해서 걱정하고 눈물짓는 부모님과 학교 생활을 걱정하고 있는 아이들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지나친 행동에 교육적 훈육을 줄 수 없는 현실과 보호자와의 불통 사이에 괴로움을 호소하시는 선생님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교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공간이지만,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다양한 욕구와 요구들이 오고 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공간에서 단체생활이나 집단생활에 적응에 쉽지 않은 부분을 가지고 있는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을 바라볼 때 선생님이나 부모님들께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기도 합니다.

ADHD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과잉행동 측면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작은 자극에도 금세 산만해져 수업시간까지 돌아다니며 심한 경우에는 수업을 거부하기까지 합니다. 정서적 조절의 어려움은 주변 아이들과 사소한 마찰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심지어 선생님에게도 흥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전두엽 기능의 저하로 제시간 안에 일을 마치지 못하고 항상 부산하게 움직이지만 뭔가를 끝까지 마치지 못해 항상 옆에서 지켜 봐줘야 하기도 하죠. 교실에서 생활하는데 부적합한 행동들로 인해 항상 많은 마찰과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아이들이 아주 극소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학령기 아동의 3~5%, 많게는 9%까지 발생하고 국내 연구에서도 7/6%에 해당할 정도로 아주 흔하게 접하게 되는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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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들께서 ADHD 아동을 만났을 때 중요한 교육적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점은 ADHD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겉보기에 반항하고 말을 안 듣고 다투는 문제로 인해 인성 문제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때때로 자신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충동성과 자기 조절력의 문제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생활에서 너무 높지 않은 기준을 제공하거나 과제를 적절하게 분할해서 아이들에게 성공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때로는 행동이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의 문제행동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노력하면 할 수 있는 범주의 행동이 무엇인지 아이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많은 주지와 적극적인 관심은 아이들에게 긍정적 강화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일관성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자리배열, 일일 계획표, 규칙 등등 가정과 학교 환경에서 일관된 규칙과 이를 지킬 때 주는 합당한 수준의 보성을 통해 가정과 학교에서 일관된 행동규준을 세워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께서 고민하시는 부분들이 또 있습니다. 부모님과 소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원칙을 넘어서는 요구를 하시기도 하고, 때로는 소통에 반응하지 않거나 불편하게 여기시는 보호자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생님을 학교에서 만나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아동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할 것 같다는 이야기에 부모님이 화를 낼까 두렵다는 선생님을 만난 적도 있습니다. ADHD를 진단한 후에도 문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만' 아동의 문제가 나타난다면서 학교에 책임을 전가하고, ADHD 아동에 대한 교육적 지원 원칙을 곡해하여 무조건적인 지원과 칭찬만을 요구하는 경우, 비과학적/비전문적 치료에 매달리는 경우 등 현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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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것일까요? 우선 학교는 ‘보육’의 공간이 아닌 ‘교육’의 공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아이들은 학습과 생활, 사회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어떻게 지내고 생각하면서 지내야 할지를 배웁니다. 점차 사회의 핵가족화가 심화하고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면서 보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돌봄 교실 등 학교 내에서 보육을 도입하려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돌봄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교과과정에 따른 적절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전적인 돌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가정에서 미리 숙지시켜야 하는 기본적인 생활원칙과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부분을 잘 구분하여 상의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는 선생님 한 분이 다수의 학생을 맡고 있습니다. 1:1의 교육이 아닌, 교실 현장에서 형평성의 원칙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한 명의 아이들도 놓치지 않겠다는 캐치 프레이즈 하에 개별화 교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교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 하에서 때로는 선생님에 대한 부모님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꼭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전문가의 평가와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은 만능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ADHD는 의학적 관리와 치료를 요하는 질환이고 이러한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학교현장에서 전문의에게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정말 열심히 배우고 문의하시는 선생님들이 늘어나고 있고,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학교의 교육적 노력과 관심을 존중하고 다양한 소통을 통해 서로 신뢰하고 존중할 수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가운데에서 아이들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세나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김현진 원장

 

김현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종학생정신건강센터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세종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전) 세종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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