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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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이라면 쉽게 공감하실 텐데요. 자녀가 없는 분들이라도 성장기 동안 부모님께 이런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은 참 보기도 좋고, 사랑스럽습니다. 영양학적으로도 한창 자랄 성장기에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먹는 모습이 언제나 뿌듯하고 좋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영양 부족과 그로 인한 성장 저하를 염려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경제적 성장과 함께 음식이 넘쳐나고, 아동 청소년의 영양 섭취 상태가 매우 개선되면서 최근에는 소아비만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기존에 이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서구화된 식습관 및 영양분의 과잉 섭취와 함께 활동량 감소로 인해 소아 비만 관련 진료를 받는 아동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아비만으로 진단받은 아동 청소년 중 대다수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이어지며,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 다양한 신체적 질병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 관련해서도 소아비만은 자존감 저하, 또래 관계에서의 위축, 운동 능력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곤 합니다. 아동 청소년기에 형성된 신체 이미지 및 자아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뇌과학적 측면에서도 소아비만은 아동들의 뇌 구조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케임브리지대학교와 예일대학교 공동 연구팀에서 9~11세 사이 아동 2,700명을 대상으로 한 MRI(자기공명영상) 연구에 의하면, 체질량 지수(BMI)가 높은 소아비만 아동들은 그렇지 않은 아동들에 비해서 대뇌피질 두께가 얇고, 전두엽 영역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전두엽은 고차원적 사고 및 판단, 추론과 관련된 영역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 및 억제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유사하게 네덜란드 메디컬센터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체지방율이 높을수록 대뇌피질 회백질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원의 Simone Kaltenhauser 교수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과체중이거나 비만 아동들의 경우 뇌 백질 중 좌우 반구를 연결하는 뇌량에서의 비정상적 변화 및 뇌 영역 간 기능의 연결 감소, 회색질 바깥층 두께의 감소와 같은 차이가 관찰되었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은 소아비만이 아동의 뇌 발달 및 기능 저하와 관련 있음을 보여주며, 일반 아동과의 이러한 차이는 선천적 소인으로서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일 수도, 또는 비만으로 인해 야기된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소아비만과 뇌 구조에서의 변화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비만이 뇌 구조 및 기능의 부정적 변화와 관련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실제로 아동 청소년기는 뇌가 아직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지속적인 성장과 성숙의 시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전두엽을 포함한 대뇌피질은 청소년기까지 꾸준히 부피가 증가하면서 가장 늦게까지 성숙을 진행합니다. 소아비만 아동의 전두엽이 더 작고, 대뇌피질 두께가 얇다는 예일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뇌의 발달 속도와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동 청소년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과 비만 예방은 신체, 정신적 건강과 뇌의 균형적 발달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가정 및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양소와 칼로리가 적절한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고, 폭식이나 과식, 편식하지 않고 적절한 식사 시간과 식사 주기, 식사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지나치게 달거나 기름지고 열량이 높은 음식만을 선호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건강한 입맛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한 열량 소모 및 근골격계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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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마라탕후루’ 코스가 인기라고 합니다. 맵고 짠 마라탕을 먹고 난 뒤 입가심으로 달콤한 탕후루를 먹는 것입니다. 이런 자극적인 음식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특히 그 자체로도 충분히 단 과일에 설탕옷을 입힌 탕후루를 두고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당류 섭취라는 의견과, 반대로 다른 디저트류에도 그 정도의 혹은 그보다 많은 설탕이 들어가는데 탕후루만 지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거나 다른 디저트처럼 잠시 유행을 타다 자연스럽게 사그러들 것이라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유행과 함께 탕후루가 유난히 뭇매를 맞고 있기는 하지만, 비단 마라탕이나 탕후루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음식이나 환경적 요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너무 많고,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즐길거리도 넘쳐납니다. 또,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님들 역시 자신도 모르게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거나 공유하면서 소아비만에 기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과 소아비만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 가정, 개인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생활의 롤모델이 되어주는 부모님,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판매하는 요식업계 사장님,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시는 영양사님, 아동 청소년의 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 마련에 애쓰는 정책 입안자 및 집행자 분들... 그리고 미처 열거하지 못한 수많은 분들까지, 우리 개개인이 모두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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