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최근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은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안에서만 일하고 초과 근무를 거부하는 노동방식을 의미합니다. 즉,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자.', ‘1인분만 해야지.’와 유사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직장 생활에서 일과 개인의 삶을 동일시하며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던 기성세대의 문화와는 대비되는 것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자 하는 워라밸 등과도 유사한 형태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에 대한 열정을 잃었다는 부정적 뉘앙스가 좀 더 강한 용어에 해당합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이 발생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고, 남은 사람은 초과근무를 하는 등 노동 환경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해 실질적 임금 하락까지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기본 근무 시간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초과 근무까지 할 이유 없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등장하게 된 원인을 다각도로 파악해 볼 수 있는데 우선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MZ세대의 특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 발전과 함께 성장해 온 세대로서 타 세대에 비해 더 많은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수평적 관계를 선호하고, 일의 효율성을 중시하며,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것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이로 인해 칭찬을 자주 받을수록 소속감이 강해지고 직장 만족도도 높아지는 특성을 보이는 한편, 이직을 자유롭게 하고 개인 사업을 하는 성향도 높다고 합니다. 

 

사진_ freepik
사진_ freepik

 이 밖에 직장에서의 부정적 경험들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경영 악화나 업계 불황, 코로나 영향으로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한 경험, 일과 직장에 투자한 만큼 보상이 돌아오지 않았던 경험 등이 조직에 대한 충성심(loyalty)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를 소속감을 느끼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이라 인식하게 되면서 직장 상사를 포함한 타인의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 직장에 헌신하는 태도 역시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번아웃 증후군,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일에 대한 흥미 저하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직장에서 기대하는 것을 배울 수 없을 때, 그리고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을 때, 회사의 임무와 단절되었다고 느끼게 되면서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무조건적으로 나쁘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과거 대비 물가 상승을 고려했을 때 실제 소득이 줄었고, 취업난으로 인해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힘들며, 열심히 노력해도 그만큼의 보상을 받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조용한 사직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버티는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개선할 필요는 있습니다. 

 나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일을 통해 나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즉, 일의 의미와 성취감, 개인적 성장과 같은 내재적 동기를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소극적 업무관보다는 성장 지향 마인드 셋을 가지고 업무를 바라보며 자신의 커리어와의 연계를 고민하며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전문의 홈 가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