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당산 숲 정신과, 이성찬 전문의] 

 

MZ 세대는 199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관념이 밝고 재정에 관심이 많아 주식, 비트코인 등 투자시장에서도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며 종횡무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가 주식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지만 사회에서 젊은 층을 대표하는 MZ 세대가 가진 돈을 모두 끌어모아 투자에 쏟아붓는 모습은 유난하게 느껴진다. 차곡차곡 적금을 들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신종 투자도 겁내지 않는 모습은 호전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이들은 왜 이렇게 투자에 열광하는 것일까?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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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이 심해지고 근로소득 간의 차이는 점차 벌어지며, 아무리 열심히 돈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투자 성공 사례와 그로 인해 ‘나만 더 가난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리적 압박이 이러한 현실을 더욱 부추기는 듯하다. 마지막으로는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고 일의 의무를 벗어던지고자 하는 소망 때문이다. 주식, 비트코인 등에 집중하여 경제적 자유 실현을 추구하는 ‘파이어족’(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의 뜻을 가진 신조어)은 30, 40대 은퇴를 삶의 1차 목표로 잡는다.

본인 소유의 보금자리 마련, 사회 경제적인 구조에 따라 매해 높아지는 물가 상승률, 주변인들의 자산증가율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면, 또한 이러한 행위가 투기가 아닌 투자라면 MZ 세대의 방향은 그리 문제적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일에 대한 가치관과 삶의 목표로 바라본 MZ 세대의 행보를 바라볼 때는 말이 달라진다.

 

이 새로운 세대는 더 이상 자신이 하는 일 자체에서 의미를 찾지 않는다. 일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며, 벗어나야 하는 단순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그 때문에 투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목표가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MZ 세대의 투자 유행은 일을 개인의 삶에서 멀찍이 떨어뜨리고 의무적으로만 수행한다는 점에서 불안정하다. 물론 사태의 원인을 개인이나 MZ세대에게 물을 수는 없다. 비정상적인 사회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부의 격차가 정해져 있다는 막연함과 실현 불가능성, 그로 인한 박탈감으로 개인을 몰아넣는다. 그 안에서 자아실현을 하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당장 일을 그만두었을 때 진정 원하는 행복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답변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이는 자아 정체성 형성에 어려움 겪고 삶의 목표를 잃어버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렇다면 MZ 세대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해야 할까.

 

건강한 삶이란 무엇일까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사람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목표는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의사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건강에 대해 ‘사랑하고 즐기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일은 경제적 수단일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일하는 것은 성취감을 넘어 개인에게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고 삶의 목표를 정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한다.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은 곧 삶의 만족도로 이어진다.

한국 사람들은 ‘노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가난하고 외롭고 병들고 약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노인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를 보면 노인의 삶의 만족도가 결코 2, 30대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삶의 만족도를 유지하는 네 가지 조건은 이러하다.

 

1.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친구 다섯 명

2. 하루 삼십 분 정도의 운동

3. 하루 한, 두 시간 정도 즐길 수 있는 취미

4. 하루 세, 네 시간 정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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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가지 조건 중 마지막 4번은 일이 개인의 삶에 목표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의미 있는 일이란 그야말로 개인에게 살아갈 의미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고되고 보람찬 기분을 가져다준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직면하면 처음에는 의무적인 일을 벗어던질 수 있다는 데서 기쁠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 결국 자기 자신과 살아가는 의미를 잃는 것이기에 자기 건강까지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이란 삶의 의미 혹은 개인의 성장이 아닌, 나라에 소속된 시민으로서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경제적 수단으로만 생각하게끔 작용한다. 실제로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실행한 설문조사 결과 좋은 직장의 조건 1위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보장’이었다.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업무환경은 일에 대한 애정을 낮추고 개인의 성장을 절하시킨다.

 

자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게 되었다는 MZ 세대의 목소리가 종종 들린다. 불투명한 미래를 내려놓고 현재를 즐기기 위해 명품을 구매한다는 MZ 세대 특집 기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삶의 형태란 참으로 다양한 것이지만 이러한 정서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원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돈을 많이 벌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는 믿음이 MZ 세대가 공통으로 가진 생각 밑바탕에 깔린 듯하다.

 

이성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산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인하대학교병원 전공의
(전)수도군단 의무실장.아산정신병원.다사랑중앙병원 진료원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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