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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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한 환경이 예측 불가능한 특성을 보여주면서, 켄타우로스의 시대(The Age of Centaur)’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는 민첩성을 바탕으로 최첨단 기술을 결합할 때 여러 가지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켄타우로스의 개념과 민첩성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켄타우로스’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켄타우로스는 신화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사람들이 처음 말 타는 사람을 ‘반인반수’로 표현했습니다. 상반신은 사람의 모습을, 하반신은 말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전까지 야생마를 직접 길들이거나 훈련시켜서 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말을 탄 사람에 대한 개념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말을 길들인 사람의 모습을 해석하려는 시도로 ‘켄타우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집니다. 

신화 속에서 켄타우로스는 민첩함을 바탕으로 정신적인 도전을 거듭했고, 이전에는 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해냈습니다. 상황의 필요에 맞게 말의 힘, 속도, 먹이 등을 활용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했고요. 이러한 도전이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존재를 인정을 받게 되었고 켄타우로스의 지위는 가파르게 높아졌습니다. 

 

§사람의 판단력과 컴퓨터 기술력의 결합 

켄타우로스의 개념은 체스 경기에서도 여러 번 재조명되어 왔습니다. ‘켄타우로스 체스’ 라고도 불리는 고급 체스의 방식은 거장 게리 카스파로프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사람의 판단력과 컴퓨터 기술을 결합한 방식으로, 경기에 참여한 사람이 컴퓨터 체스 프로그램을 사용해 경기에 임하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기 위해 컴퓨터 체스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인간의 판단력이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내지요. 

이러한 켄타우로스 체스에서 컴퓨터는 아주 큰 역할을 하지만, 결국 이 체스 게임을 통제하고 결정하는 것은 사람 참여자라고 합니다. 컴퓨터와 협력하여 경기를 함으로써 체스 경기와 인간의 게임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지요. 기계의 분석 능력과 기억 저장 능력이 사람의 능력과 결합될 때, 창의적으로 의사 결정이 가능해져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체스에서 최고의 그랜드 마스터는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곤 하지만, 컴퓨터 기술과 결합한 켄타우로스 게임에서는 평범한 선수들이 최고의 그랜드 마스터들보다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체스 경기에서 앞으로 나아갈 움직임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을 선수 그 자체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이 방식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이 아니라 ‘협력’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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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첩성을 활용하기 위해 사람의 고민과 노력 필요 

켄타우로스 방식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공하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정도로 민첩하고, 기술이나 변화를 예측하고 자원을 신속하게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보여줍니다. 일을 수행할 때, 이 방식이 보여주는 민첩성을 통해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민첩성은 각 개인의 정서적 수준에서 대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조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켄타우로스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첫 번째, 메타인지력을 키워야 합니다. 메타인지력은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으로 설명됩니다. 메타인지력의 개념을 처음 연구한 발달심리학자 존 플라벨(J. H. Flavell)은 해당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지능과 무관하게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본인이 아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인지하는 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메타인지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내가 생각한 답이 맞는지’, ‘업무를 적절히 잘 수행하고 있는지’, ‘지식에 대한 정보와 기억이 정확한지’, ‘내 능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난이도가 어느 수준인지’ 등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자신의 정신 상태와 판단력의 수준을 스스로 알아차리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특히 조직에서는 핵심 가치나 리더십이 구성원들에게 공유되고 공감을 일으킬 때 의사결정의 합이 맞추어지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맥락을 풍부히 전달하고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실수를 과감하게 인정하는 솔직함, 소통의 방향성, 인간이 가지는 판단력의 한계를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방법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과정도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 되겠지요. 

세 번째, 기술 전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사람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해 앞선 설명에서 다루었는데요, 사람과 기술의 결합에서 하방 리스크를 방어해 주는 것은 기술 전문성이라고 설명됩니다. 기술에 대한 강점이 든든히 받쳐줄 때, 다양한 상황에 맞추어 빠르게 의사 결정하고 여러 기회들을 확보하며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새로운 기술이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고, 소통의 접점을 제공해 신뢰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가 요구됩니다. 기술은 좋은 기회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주제인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켄타우로스형 인재로 인정받고 계신지요? 아직 그 과정에 있다 해도 괜찮습니다. 글을 읽으며 자신을 점검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도 여러분의 메타인지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변 동료들과 소통하고 기술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며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조화를 이룰 때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 속에서도 민첩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응원하겠습니다.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정엽 원장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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