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월 6일,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북서쪽 133km 지역에서 규모 6.0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125번이 넘는 여진과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 동남부에서 발생했고, 이틀 만에 사망자는 8천 명이 넘었습니다.

튀르키예 지진으로 전체 사망자가 5만 명을 넘었습니다. 미국의 CNN 뉴스에서 보여주는 영상 속 시리아와 튀르키예는 끔찍한 지옥처럼 보입니다. 영상 속 건물이 힘 없이 무너지고,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진 10시간 만에 발견된 아이는 탯줄도 자르지 못한 채 울고 있습니다. 무너진 건물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잡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보입니다.

심각한 지진 피해 영상을 보며 우리는 눈물을 흘립니다. 지진으로 숨진 열다섯 살 소녀가 우리의 가족이 아니지만, 우리는 눈물을 흘립니다. 튀르키예 국민이 아니지만 우리는 슬퍼하며 구조 지원을 합니다. 우리의 눈물은 타인의 고통을 느꼈기 때문에 흐르는 걸까요? 사람은 가족이 아닌 타인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요?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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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비평가로 유명한 수잔 손택은 그녀의 저서 『타인의 고통』에서 사람이 공포 영화나 재난, 재해 뉴스를 보는 이유는 자신이 그 상황에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기 위해서라고 비판했습니다. 수잔 손택은 사람이 뉴스를 시청하며 전쟁, 재난, 재해로 끔찍한 상황과 희생자들을 동정하지만, 곧바로 채널을 돌리고 밥을 먹는 행위를 지적합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며 뉴스를 보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슬픔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철학적 관점이 아닌 뇌과학의 시점에서, 인간의 뇌는 타인의 고통을 보며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요? 

올해 3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장 신희섭 연구팀이 타인의 공포에 공감하는 기능에 관여하는 특정 뇌 신경회로를 규명했다고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과학저널에 게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고통이나 공포를 느낄 때, 뇌의 전측대상회피질(ACC)과 체감각 대뇌피질, 그리고 뇌의 시상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측대상회피질(ACC)의 경우, 자신의 고통뿐 아니라 타인의 공포를 공감할 때도 활성화가 됩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공포의 정서적 상태에 감정 이입을 가능케하는 이온 통로가 뇌의 전측대상회피질(ACC)의 엘 (L)-타입의 칼슘이온 통로라고 밝혔습니다. 생쥐의 공포, 공감 기능이 사람의 공감 패턴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신희섭 연구팀은 생쥐 관찰 공포 모델로 실험하였습니다.

그 결과, 타자의 공포, 공감 기능에 활성화되는 우뇌 뇌파와 신경회로를 발견했고, 특정 진동수의 뇌파에 의해 우뇌 신경 회로가 활성화되어 공감 기능을 유도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보았을 때, ‘공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본인이 직접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와 타인의 고통을 보고 공감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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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란 타인의 기쁨, 슬픔, 공포와 같은 정서를 공유하며 이해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보았을 때, 우리는 어떠한 감정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직접 겪는 고통과 ‘공감’하는 것은 다른 부분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그대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는 없음을 깨닫고, “나는 너의 아픔을 알아.” 대신에 “직접 경험하지 못해 너의 아픔을 감히 모르지만”으로 위로를 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우경수 원장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의과대학 학사 , 석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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