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중반 남자입니다. 제목 그대로 제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예요.

이런 생각은 단순히 불안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이런 생각을 거부하고 싶다 보니 또 이차적으로 절 힘들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근본적인 고민을 해결하고 싶어 혼자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심적 에너지를 무척이나 쓰게 됩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이고 인간관계고 다 관심 없어지고 피곤해지더라고요. 무척이나 고민입니다. 

한 가지 예시가 있다면요, 어제 있었던 일이였는데, 저는 제가 봤을 때 의지하고 싶은 형이나(친구 혹은 동생 역시) 관심이 가는 이성 앞에서 그들의 관심을 제가 독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는 듬직하고 의지되는 어떤 형과 같이 있었는데, 그 형이 다른 사람한테 더 관심 있어 하는 것 같고 그 사람 쪽으로 가 버리더라고요. 그때 무척이나 질투도 나고 덜컥 불안했습니다.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가?’, ‘나는 …해야만 해.’, ‘나도 저 사람처럼 밝고 자신감 있게 행동해야 하나?’ 하면서 마음속으로 비교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저한텐 세 살 어린 남동생이 있었는데, 어렸을 적 사진을 보면 남동생이 부모님께 사랑받는 것을 무척이나 질투하는 사진이 많더라고요. 또 부모님의 무척이나 잦은 부부 싸움이 저를 불안하게 만든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 깊게 생각해 보면 과거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애정 결핍이었던 저 스스로가 또래 친구들에게 늘 관심받고 싶었지만,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들이 떠올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제가 타인에게 수용될 수 있을지 답을 찾지 못해서 고민하는 제게 도움이 될 만한 솔루션이 있을까요?

덧붙이자면, 심리상담을 몇 번 받아 보고, 다시 받아 볼까 하던 찰나에 미리 여쭤 봅니다. 현재는 자존감에 대한 강의를 끊어서 비용을 지불하고 보고 있고요. 관련 서적도 몇 권 보면서 스스로 심리치료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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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올려 주신 고민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사연자님께서는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내면의 깊은 불안감으로 인해 그동안 마음이 많이 힘들고 몹시 지치셨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누구든지 타인에게 수용받고 인정받으며 또 사랑받기를 바랍니다. 인간의 사랑에 대한 욕구, 즉 애정 욕구는 아기 때부터 늙어서 죽기 직전까지 모든 사람이 갈망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욕구입니다. 타인에게서 사랑받기를 원하는 이 애정 욕구는 그 대상이나 표현 방식이 바뀔 뿐 끈질기게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집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제시했는데요, 그는 이 다섯 가지 욕구를 피라미드 형태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위 계층의 욕구부터 상위 계층의 순으로 살펴보면, ‘생리적 욕구’ - ‘안전의 욕구’ - ‘애정과 소속의 욕구’ - ‘존중의 욕구’ - ‘자아실현의 욕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위 계층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될 때 상위 계층의 욕구가 생겨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단계인 생리적 욕구부터 4단계인 존중의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않을 경우 이것이 ‘심리적 결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죠. 

이 욕구 위계에 따르면, 만약 애정이나 소속,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잘 충족되지 못할 때 그보다 상위 욕구인 자기 존중이나 타인에 대한 존중 욕구를 충족하거나 자아실현의 욕구를 실현하는 일이 더욱 힘든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매슬로는 애정이나 친밀감의 욕구가 충족될 시 상호 존중과 신뢰감의 토대가 구축되는 반면, 이것이 결핍될 경우에는 공허감, 무가치감, 고독감, 적대감 등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연자님께서는 그간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워하시면서 이렇듯 잘못된 신념을 가지게 된 나름의 원인을 파악해 보려고 부단히 애써 오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사연자님의 성장 과정 중에 자기 확신을 공고히 하거나 안정감을 획득하는 데 방해가 됐을 법한 몇 가지 주요한 성장 환경이나 경험들을 짚어 보고 계십니다. 

이처럼 사연자님께서 당시의 아픈 기억을 소환하거나 그 감정을 직면하는 것이 비록 힘들어도 어린 시절의 경험과 시간들을 더듬어서라도 내면의 탐색을 통해 통찰을 얻고 스스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정말로 대단하고, 충분히 내면적인 힘이 잠재되어 있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지면상에 적어 주신 사연만으로는 그간 사연자님의 모든 아픔이나 상처, 또 한 개인의 역사를 모두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는 사연자님께서 적어 주신 몇몇 주요한 서술 내용을 토대로 사연자님의 내면과 상처를 이해해 보려는 시도를 해 보고자 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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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래전 사연자님께서 아직 어린아이였던 어느 날들에 사진으로 기록된 몇몇 장면들을 보고, 세 살 어린 남동생이 부모님께 사랑받는 모습에 주목하고 사연자님의 내면에 질투심이라는 명확하고 강력한 감정이 상기됐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사연자님께서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애정에 있어서 충만감이나 만족감보다는 ‘부모님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에 목말라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더욱이 부모님 사이의 불화나 잦은 부부 싸움은 안 그래도 늘 부모님의 애정에 목말라 있던 어린아이에게, 어쩌면 부모님께서 언젠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렇게 되면 동생에 비해 애정을 덜 보여 주는 나라는 존재는 혹시나 버려지지는 않을지,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한 기운이 감돌 때, 자녀들도 행복하고 안정적인 정서를 흡수하며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존재’ 혹은 ‘나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건강한 자존감을 다져 나가는 토대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거나 부모님의 불화로 인해 가정에서조차 안정감과 편안함을 획득하지 못할 때, ‘내가 정말 사랑받을 만한 존재일까?’,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 하는 자기 존재에 대한 의구심과 자기 확신이 부족한 상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자기 확신의 부족과 애정 결핍 상태는 학창 시절 또래 대상에게도 애정이나 관심을 과도하게 갈구해서 집착하거나 반대로 대인관계에서 위축되고 철수하는 등 적절한 거리 설정이나 건강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사연자님께서는 학창 시절에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아픈 기억도 갖고 계십니다. 당시 사연자님의 마음은 또 얼마나 슬프고 불안했을까요….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사연자님께서는 그 원인을 엉뚱하게도 스스로에게서 찾으며 ‘역시 내가 문제였구나….’,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야.’와 같이 부정적인 자아상을 내면화하거나, 자존감이 저하되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의식적 신념은 당연히 잘못된 해석의 오류일 것입니다.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조건 없이 수용받는 경험이 부족하다거나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했다거나 가정에 불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 사연자님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큽니다. 마찬가지로 또래들로부터 소외되거나 괴롭힘을 당한 것은 자신들의 공격성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한 또래 친구들의 잘못이 훨씬 컸을 테고요.  

우리는 누구든 작든 크든 관계에서 상처를 받습니다. 인간이 느끼는 고통의 많은 부분이 사실 관계로부터 옵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의 고통이나 상처가 너무 많거나 클 때 삶을 제대로 경험하기 어렵습니다. 상처받은 자아는 또다시 이러한 상처와 경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일상의 많은 시간 동안 내적으로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혹시라도 남들에게 거절당하지는 않을지, 사람들이 싫어하는 부분을 들키지 않을지 신경을 쓰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사연자님께서 지금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자주 질투를 느끼는 감정은, 과거에 경험하거나 강렬하게 느꼈던 이러한 감정들이 또다시 자극되는 결과일 수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상처받은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버둥대거나 외면할수록 그 상처는 우리의 내면 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 더 큰 고름으로 곪게 됩니다. 그러나 속이 곪아 있다고 해서 그 상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나 행동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고 맙니다.

그러니 이제 반쯤 감았던 눈을 크게 뜨고 그 상처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이 마음의 고통과 괴로움이 어디에서 생겨나 현재 어디에 머무르고 있고, 어떻게 소멸될 수 있을지 마음의 진동을 느껴지는 그대로 느껴 보는 겁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마음의 고통을 피할 수는 없지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진_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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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우리의 자아상이나 자존감 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의식적인 주의 기울이기와 통찰, 일상에서의 마음 수련이나 실천을 통해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변화가 가능합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 내에 극적으로 일어날 거란 기대는 금물입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꾸준히 시도해 나갈 때 변화는 서서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과거의 안 좋았던 가정환경이나 관계에서 상처받은 경험 등이 낮은 자존감의 주된 원인이라고 파악했다면, 이제는 그 상황과 영향력에서 과감히 벗어나기로 결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말이나 행동에 반응하는 자신의 태도와 영향력은 일정 부분 통제가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자기 삶의 주인이자 결정권자로서 살아가는 중요한 열쇠를 손에 쥐는 방법입니다. 사연자님은 더 이상 타인이 주는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신호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작고 무기력한 존재가 아닙니다. 이 점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신다면 좋겠습니다. 

우선적으로 현재 사연자님의 자존감을 낮아지게 만드는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하나하나 살펴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사연자님의 자기 인식 가운데 가장 뿌리 깊게 박힌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 같다.’거나, ‘내가 매력이 없나?’, ‘나는 …해야만 해.’, ‘나도 저 사람처럼 밝고 자신감 있게 행동해야 하나.’와 같은 사고 패턴은 스스로를 위축되고 보잘것없게 여기는 부정적인 인식입니다. 

물론 그동안 사연자님의 인생에서 타인으로부터 상처받거나 외면당했던 아픈 경험과 기억도 있으실 테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이나 친지, 친구나 선후배 등으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은 경험과 기억도 있을 것입니다. 또 사연자님께는 분명히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부분, 여러 장점과 많은 잠재력이 있고, 그간 기울여 왔던 노력과 수고들도 상당하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자존감을 낮아지게 하는 생각이 떠오르거나 인식될 때마다 그것을 재평가하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먼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이나 자아상이 떠오를 때마다 혹은 따로 시간을 내서 생각나는 대로 한번 적어 보셨으면 합니다. 그러고 난 후 일단은 이러한 생각을 곧바로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사연자님께서 오랫동안 잘못된 생각과 신념에 사로잡혀 살아왔음을, 그런 생각이 존재해 왔음 있는 사실 그대로 받아들여 보세요.

그리고 그러한 잘못된 신념과 생각들을 이제는 합리적인 신념과 긍정적인 자아상으로 바꾸어 서술하거나 기록하는 연습을 해 보는 겁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것들을 읽어 보거나 주문을 걸 듯 자신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이러한 문구들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써 놓거나 붙여 두고 수시로 되뇌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데 가장 좋은 먹잇감은 바로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습관입니다. 이러한 비교 습관이 그동안 사연자님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리 잡았다면 타인과 비교하는 생각이나 느낌이 떠오를 때마다 그것을 인식하고 반박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 나가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애정 욕구를 결코 외면하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렇기도 하지요. 따라서 내 인생에서 소중하거나 중요한 이들과 건강하게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상대가 단순히 나의 욕구를 채워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나 역시 상대의 욕구를 채워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동등하고 평등한 관계에서 있는 그대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모쪼록 사연자님께서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히 빛나는 존재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최강록 원장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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