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요즈음 외래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웬만한 검진은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자들이 검진 후에 어떠한 증상이 있어 외래에 내원한 경우 검사를 권유하기가 난감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검사를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검사를 하자고 하니 과잉진료의 문제가 있고, 의사 입장에서는 검사를 하지 않고 지나가면 오진의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들은 최근에 검사를 하였다면 검사를 받은 장기는 일정 기간은 이상이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검진 시에 하는 검사는 그 당시에만 이상이 없다는 것이지 그 이후의 상태까지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최근에 검사를 하였을지라도 심한 증상이 있거나, 가벼운 증상이더라도 일정 기간 지속되면 다시 검사를 진행해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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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극심한 상복부 통증과 구토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40대 여자 환자가 있었습니다. 이 환자는 응급실 방문 11일 전에 건강검진 목적으로 위내시경을 시행 받았었고 이상이 없었습니다. 신체진찰에서는 상복부의 심한 압통이 있었으며 보통 같으면 위내시경을 바로 권유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1일 전에 내시경을 했는데 또 시행하자고 하면 과잉진료로 생각하지 않을까?' 일단 약을 복용하면서 경과 관찰하자고 하였으나 환자는 너무 상복부 통증이 심하여 내시경을 시행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위내시경에서는 다발성 궤양이 동반된 급성 위점막 병변 소견이 보였고 금식과 약물 치료 후 환자는 회복되었습니다.

 

요즈음 환자들은 큰 규모의 병원에서 MRI를 포함한 종합검진에 지불하는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 반면, 증상이 있어 시행하는 특정 검사에 대해서는 최근 검사를 하였고 이상이 없었으므로 검사는 불필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끼여서 시행된 건강검진보다는 증상에 맞게 진행하는 개별검사를 저는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정 간격으로 검진만 받으면 괜찮은 경우는 증상이 없을 때 얘기이지,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과거에 검사를 하였을지라도 검사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합니다.

 

이 바탕에는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 관계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검사를 위한 검사가 아니라 환자의 증상 평가를 위해 권유하는 검사라면 과잉진료라고 여기지 않을 신뢰 관계가 의사와 환자 사이에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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