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신의학신문입니다.

오늘은 도심 속 작은 숲을 만들고 싶으시다는 강남숲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우경수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안녕하세요, 선생님. 병원에 들어오면 보이는, 명화가 돌아가는 LED가 바로 눈에 띄네요.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혹시 어떤 의미에서 이런 LED 명화를 설치하셨나요?

 

[우경수 원장]

'작품을 감상하는 것' 그 자체로도 우리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그 작품 의미에 대해 파악하려 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당장의 고민들을 잠깐 내려놓게 하는 경험이죠.

이 자체가 스트레스, 불안 등을 줄이게 하고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인지, 생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에 들어와서 머무른다는 것 자체부터 쉬운 경험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고, 그 찰나의 긴장감을 불편해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분들께 잠깐이지만 편안히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제공해드리고 싶었고, 단순하고 협소한 공간이지만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신다면, 불편함을 줄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정신의학신문]

대기하는 동안 명화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될 것 같네요. 한편, 반대편에는 통유리창에 GFC 건물과 함께 풍경이 잘 어울어져있네요. 이렇게 큰 창문과 배경이 보이는 곳은 잘 보기 힘들었던 것 같은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우경수 원장]

하나는 바깥 풍경을 감상한다는 의미가 있구요, 주변 일대에 쉴 수 있는 공간과 공원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되는데, 마주한 작은 쉼터를 바라보는 것이 하나의 치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한가지는 실제 바깥에서 안쪽이 쉽게 보이지는 않지만, 열린 공간에 정신건강의학과가 있다는 것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다는 것이 부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 나의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내원한 환자분과 지나가는 시민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다만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한 배려로 가림막도 부분적으로 설치하게 되었구요.

 

[정신의학신문]

이런 내용들과 병원 이름을 숲이라고 지으신 이유와 로고의 의미도 위에서 말씀해주신 내용들과 연관되이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을까요?

 

[우경수 원장]

우선 이름을 숲이라고 지은 이유는, 뻔한 이야기겠지만 도시 속에 작은 숲이 되어 지친 분들에게 잠시나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드리고 싶었어 이렇게 짓게 되었어요. 내원하신 분들이 그러한 휴식 속에서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숲‘은 참 좋은 단어인 것 같아요.

로고의 경우 대나무 숲의 형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하기 힘든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하나씩 있을 텐데, 그런 이야기를 병원에서 한결같이 들어드리겠습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병원을 방문한다는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어 병원 느낌을 내부에서 지우려 했고, 직접 내원하셨을 때는 로고를 찾기 힘드실 거에요.

 

[정신의학신문]

위치도, 서울 직장인의 메카, 역삼역이에요. 혹시 이 곳에 개원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경수 원장]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생산성, 경제 발전을 위해 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경제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들어갔어도, 제도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보완해야될 점이 여전히 많은 상황입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시선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후퇴된 상황으로, 그에 대한 관리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진료를 하며, 내담자분이 스스로를 희생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일을 하다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그러한 직장인분들의 정신건강의 관리를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다양한 직장인구가 있는 곳에서 개원하겠다는 생각으로 여기로 오게 되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지금부터는 선생님 개인적인 질문도 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저희가 물어보는 단골 질문인데요, 혹시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중에서 정신건강의학과의 길을 가시게 된 특별한 연유도 있을까요?

 

[우경수 원장]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아 진로를 선택하지 않는 실정이죠. 처음에는 저도 한국 입시제도의 시스템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이와 유사하게 성적에 맞는 대학들을 고민하다가 의학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의학과에 진학하며 이후 진로선택의 의미를 찾으며 성장통을 겪기도 하였었죠. 그 중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환자분들이 정신적으로 회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껴 저 또한 진심으로 진료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이런 계기와는 별개로, 정신과에 내원하시는 분들께서 "힘들게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서 정신과를 갔는데 약만 주고 끝이라 실망했다"라던지,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만 하고 진료가 끝났다"라는 의견들을 많이 들었어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선생님의 견해를 여쭈어봐도 괜찮을까요?

 

[우경수 원장]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는 경험을 하신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매번 저희도 경청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편 정신과 의원 및 원장님마다 진료 스타일과 면담 시간은 각각 다르시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내원하신 분께서 기대하는 수준의 병원을 찾기 위해 반복하여 정신과에 방문하려는 시도를 해보시길 권유 드립니다. 한곳에서 실망하게 되었을지라도 언젠가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찾아 꾸준히 나의 문제를 풀어나가셨으면 합니다.

 

[정신의학신문]

저희 신문에 우울증에 관한 글을 기고해주셨었죠. 이와 관련하여, 일상에서 무기력해지거나 공허함이 들 때 선생님께서 추천하실 만한 기분전환방법이 있나요?

 

[우경수 원장]

우선은 많은 것을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권유드려요. 무언가 시도 했을 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고,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을 많이들 겪으시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주변의 모습과 자신을 비교하며 좌절하시기도 하시구요.

첫 번째는 일상이 무기력해지거나 공허하다는 내 감정을 알아채는 것이 가장 중요하구요, 여러분에게는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변화할 힘이 있기 때문에, 내가 내 감정을 알아채기만 해도 변화가 일어나는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편히 쉬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대체로 뭔가를 하려는 것이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쉰다는 행위가 우리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기 힘들거나 쉰다는 것을 못하겠다면, 왜 그런가에 대한 상의가 필요할 수 있구요.

 

[정신의학신문]

마지막 질문입니다. 주변에 회사가 많다보니, 직장인들 역시 많을 것 같은데요. 과도한 업무로 인한 번아웃, 잦은 회식으로 인한 알코올 문제 등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으실까요?

 

[우경수 원장]

회사에서는 과도한 업무를 요구하며 단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 할 것입니다. 좋은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는 구성원들에게 효율적으로 일을 시키기 위해 조금 과도한 수준까지 반복하여 업무적인 요구를 할 것이구요. 과도한 요구를 받고 수락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나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을 알고 스스로 통제, 제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생산성이 성취될 것입니다. 회사가 무리한 업무, 회식등을 요구하는 것을 멈추게 할 수 없다면, 오히려 자신을 통제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 보는 것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또 다른 결과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방문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상담하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조금씩이나마 관리하시면서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과 목표에 다다르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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