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사람의 손길을 느끼며 기분 좋은 듯 골골거리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어느 정도 친해진 뒤, 고양이가 먼저 만져달라는 제스처로 자기 얼굴을 비비면 마음이 무장해제 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청각이 예민해 시끄러운 소리를 싫어한다고 합니다. 고양이보호소에서는 예민하고 불안에 떠는 고양이를 위해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줍니다. 고양이는 편안하고 조용한 걸 좋아하는 만큼, 다른 존재에게도 그 느낌을 전달할 줄 아는 것일까요? 다른동물과는 달리, 고양이를 떠올리면 풀밭 위에서 잠을 자는 듯 나른하고 편안한 이미지가 떠오르니 말입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20·30대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키우는 비중이 높았고, 50·60대는 개를 키우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MZ세대 등 젊은 세대 층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며, 아무래도 강아지보다는 외로움을 덜 타는 고양이를 선호하기 때문일까요? 혼자 살아가기도 벅찬 세상에서, 사람들은 왜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와 함께 하는 것일까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의 이점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끼며, 친사회적 반응이 높아집니다. 정서적인 것뿐만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혈압 상승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심근경색증을 경험한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등 신체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pexels
pexels

그런데 고양이가 우울한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고 하면 믿어지시나요? 스위스 Zurich-Irchel 대학의 인류학 연구소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여성 47명과 남성 49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1인 가구 반려인의 우울한 감정과 고양이의 관계를 연구한 것입니다.


연구 결과, 사람은 우울할수록 고양이와 상호작용하려는 의도가 더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주인이 우울해 할수록 고양이는 더 많이 상호작용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양이가 우울한 주인에게 상호작용을 시도하고 2시간이 지난 뒤, 우울한 감정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증가한 사람들과 비교했습니다. 그러자 우울한 감정이 줄어든 사람들은 고양이와 더 많이 교감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는 고양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울한 감정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우울한 사람들에게는 상호교류하고 싶은 욕망이 억제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고양이는 지속해서 상호작용을 시도합니다. 그러한 시도는 우울한 감정의 감소를 불러오는 것입니다.


고양이는 우울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곁에 꾸준히 있어 주면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진작 터득했다는 듯이 고양이는 한결같이 행동하지요.

이와 달리 사람은 우울한 사람과 상호작용을 시도하면서 상태가 나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다 본인의 노력에도 상대의 우울 증상이 계속되면 지치거나 화가 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울한 사람의 곁을 떠나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속적인 관심은 우울감정 해소에 있어 최소한의 조건인지도 모릅니다.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보다 그저 곁에 있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하는 것입니다. 

미국 LA의 노인 요양원 Canyon Trails assisted living에서는 이러한 고양이의 특성을 알아보고,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세 마리의 고양이와 요양원의 노인들이 만나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한 것입니다. ‘테라피 고양이’로 활동하고 있는 세 마리의 고양이들은 노인들과 온기를 나누고 상호작용하며 그들의 불안을 낮추어주었습니다.


인간관계는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상대방을 위로하거나 다독이는 것은 인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 지치고, 우울함에 빠질 수 있습니다. 또한 너무나 지쳐 살아갈 의지를 잃은 사람을 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고양이의 고른 숨소리와 조용한 발걸음, 그러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그 작고 조용한 동물이 어둠을 밀며 다가와 손을 내밀 것입니다.


인생의 시름을 달래주는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음악과 고양이다
- Alber Schweitzer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최강록 정신과 원장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당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의료법인 삼정의료재단 삼정병원 대표원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전문의 홈 가기
  • 애독자 응원 한 마디
  • "선생님 경험까지 알려주셔서 더 와닿아요.!"
    "조언 자유를 느꼈어요. 실제로 적용해볼게요"
    "늘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주십니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