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림 평온 정신과, 전형진 전문의]

 

 

 

출근길은 언제나 바쁘고 정신이 없다. 정신이 없을 때는 지하철을 잘못 타기도 한다. 그러면 조급함에 긴박감이 더해져 스트레스가 배가 된다. 아침에 벌어진 사건은 그날의 기분을 좌우한다. 다행히 나쁜 기분뿐 아니라 좋은 기분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을 잘못 타면 출근 시간이 늦어지고 스스로가 어리고 한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선 순간, 반갑게 인사해주며 커피를 내미는 동료를 보자마자 기분이 풀리고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기분은 참으로 간사하고 줏대가 없다. 작은 친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하루를 바꾸어 놓을 만큼.

 

우리는 크고 작은 친절을 받기도 하고 베풀기도 하며 살아간다. 친절한 미소와 태도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음식점을 찾을 때, 음식점 사장님이나 직원이 어서 오라고 환영해주면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서비스의 일종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어떤 친절함은 하루 내내, 혹은 며칠 동안 회자되며 즐거운 삶의 원동력이 된다. 마음이 힘들고 지쳤을 때 만나는 친절은 그 효과가 더하다. 세상은 살아갈 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친절’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라. 누군가 본인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기억이 줄줄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최근 누군가에게 어떠한 친절을 베풀었는가?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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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행동과 말을 받은 사람은 자신에게 이익이나 심리적 보상이 따라오니 당연히 좋을 것이다. 하지만 친절을 행하는 사람에겐 무슨 이득이 있을까?

 

North Carolina 의대 연구팀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1,059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공유하는 ‘Positivity Resonance(긍정공명)’이 높은 사람일수록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다. 긍정공명이란 긍정적인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잘 나누는 능력으로, 타인에 대한 보살핌과 배려, 관심, 즉 친절한 마음과 태도가 핵심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사람일수록 코로나-19 기간 동안 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친절한 마음가짐을 실천한 사람들은 평균적인 사람보다 코티솔(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 수치가 23% 낮다는 연구도 있다.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도 같이 분비된다. 즉, 친절을 베푸는 일은 본인의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동시에 안정감(옥시토신)을 느끼게 하며 행복감(도파민)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친절함을 베푸는 일은 대인관계 폭이 좁아져 외로움이 증폭되고 있는 코로나-19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 연결감을 느끼게 해주며 외로움을 감소시킨다.

친절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친절을 베풀었던 경험도 종종 있을 것이다.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거나, 걱정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등. 이런 일은 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보다 더 결정적인 친절함의 이득이 있다는 걸 믿겠는가?

 

정신신경내분비학 저널에 ‘친절한 마음을 넓게 품을수록 노화가 느려진다’는 연구가 실렸다. 일반인들에게 명상하는 방법을 교육한 후 일반 명상과 자애 명상 두 그룹으로 나누어 12 주 동안 매일매일 일정시간 동안 명상을 진행하게 하였다. 자애 명상이란 자신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행복과 안락을 바라는 마음에 집중하는 명상이다.

그 결과, 자애 명상을 한 그룹은 일반 명상을 한 그룹보다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텔로미어(Telomere)’는 염색체 끝에 달린 특수입자로, 염색체가 분열할 때마다 닮아서 없어진다. 우리 몸의 세포는 기관마다 기간만 다를 뿐 끊임없이 분열하며 성장과 노화의 과정을 거친다. 텔로미어가 줄어들면서 노화와 질병이 진행되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결과는 노화가 느려졌다는 것과 같다.

자애 명상은 다만 마음에 집중을 하는 것뿐이지만, 진심으로 타인의 행복을 빈다는 면에서 친절함을 배양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닐까?

 

친절: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

친절이라는 말의 정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친절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태도’이다. 우리는 충분히 타인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친절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 처해있는 상황, 시시때때로 변하는 기분에 따라 친절을 베푸는 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태도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장이겠으나, 우리는 여기서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 당신은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런 질문은 항상 어렵지만 깊이 고민해볼수록 대답은 간소해진다. 어쩌면 누군가는 당신의 사소한 친절을 통해 세상은 여전히 살아갈 만하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늦춰지는 노화로 동안이 되는 건 덤이다.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전공의 수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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