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박사 이광민의 [슬기롭게 암과 동행하는 방법] (16)

[정신의학신문 : 마인드랩 공간 정신과, 이광민 의학박사] 

*본 글은 [암과 수면, 불면증의 원인]에서 이어집니다.

 

불면에 영향을 미치는 세 번째 원인은 ‘생각에 대한 집중’입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꼭 잘 때가 되면 삶에서의 모든 고민거리를 잠자리로 가져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낮에 생활하며 고민하면 참 좋을 텐데, 자려고 딱 눕기만 하면 그때부터 걱정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아들 걱정, 직장 걱정, 친구 관계, 오늘 섭섭하게 했던 일들이 그때 서야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생각이 그쪽으로 집중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됩니다.

인체의 자율신경계는 생각에 집중하면 각성되고 교감신경이 항진됩니다. 반대로 생각을 분산시키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잠을 자기 위해서는 교감신경이 아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야 하기에 우리 생각은 분산되어야 합니다. 즉, 우리의 생각이 흐트러져야지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근데 누워서 이런저런 고민에 집중하게 되면, 그 순간 우리는 잠을 못 잡니다. 그 때문에 일상생활의 고민을 잠자리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잠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면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자려고 누웠을 때 잠자는 게 무서워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잠이 안 오는 것에 대한 불안이 확 높아집니다. ‘내가 자야 되는데 왜 계속 잠이 안 올까?’ 잠에 대한 불안 역시도 생각이 집중되게 하여 잠을 못 자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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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잠에 들 수 있을까요?

 

생각을 분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운 채로 생각을 분산해야지, 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그 순서의 첫 번째는 잠자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누워서 한 가지 생각에 꽂히면 더 이상 그 생각에서 헤어 나올 수 없습니다. 일단 잠자리에서 나와 밖에서 생각을 분산해야 합니다. 막상 눈을 뜨고 일어나면 일상의 걱정거리와 생각에서 우리의 집중이 빠져나오게 됩니다.

자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금물입니다. 잠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집중이기 때문에 오히려 잠을 방해합니다. 일단 잠자리에서 나오세요. 그리고 방바닥을 닦든, 책상을 정리하든, 책을 보든 간단한 소일거리를 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순간 또 나른하게 잠이 옵니다. 그때 들어가서 자면 됩니다. 생각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자려고 하는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옵니다.

자려고 누웠을 때는 생각을 일상이 아닌 공상으로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일상생활에 관한 생각은 계속 집중할 거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엄청난 갑부가 되었다거나 초능력이 생겼다는 식의 기분 좋은 공상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각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 잠을 자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수면습관도 중요하지만 잠을 잘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침구류를 선택하고 잠에 드는 데 있어서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이에 속합니다. 수면환경의 대표적인 부분을 ‘수면 위생’이라고 말합니다. 수면을 위한 습관 가운데, 잠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조금 줄이는 것입니다. 저녁 무렵 카페인 음료를 자제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해 일부러 밤늦은 시간 운동을 하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밤늦게 하는 운동은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잠을 방해하는 요소로 적용됩니다. 또한 우리의 수면습관인 일주기 리듬은 멜라토닌 분비에 의해 관장됩니다. 밤에 운동을 하면 할수록 멜라토닌 분비가 뒤로 미뤄지게 되어 일찍 자는 것을 방해합니다. 반대로, 아침에 하는 운동은 멜라토닌 분비를 앞으로 당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늦은 밤이 아니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는 것이 더욱더 도움이 됩니다.

 

수면 습관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잠을 자는 환경을 수면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침대에 누워서 텔레비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혹은 침대에 앉아 책을 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상적인 활동을 침대 즉, 잠자리 환경에서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뇌는 잠자리 환경을 잠을 자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으로 인식해버립니다. 이를 ‘조건화’라고 합니다. 잠자리는 잠과 조건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그 조건에 들어갔을 때 스르륵 잠에 들게 됩니다. 일상생활을 하는 것으로 수면 환경을 조건화해버리면 잠자리를 갔을 때 ‘이곳은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이구나’라고 우리 뇌가 인식하고 오히려 잠에서 깨어버리는 것입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잠자리 환경에서 나오는 게 중요합니다. 누워서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생각하게 되면 잠자리 환경이 고민하는 공간으로 조건화되어버립니다. 조건화된 습관이 자리 잡히면 자려고 누웠을 때 저절로 머릿속에 일상의 고민이 떠오르게 되고 맙니다. 이렇듯 이미 형성된 조건화를 깨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자리 환경은 순수하게 잠을 자는 공간으로 조건화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합니다.

 

※ ‘고잉 온 캠페인’은 대한암협회와 올림푸스한국에서 암 경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입니다. 그중 ‘고잉 온 토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광민 박사와 암 경험자가 만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대처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암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소통 채널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영상 내용을 정리해 연재합니다.

암 경험자들의 사연과 고민을 보내주시면 ‘고잉 온 토크’ 영상과 글을 통해 다루면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goingon.talk@gmail.com)

※ ‘고잉 온 토크’ 강의 직접 듣기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인드랩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경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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