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명지 전문의] 

 

 

“ 별일 아닌데 아내와 애들한테 화를 내고 후회해요."

“ 내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친구들이 자꾸 뭐라고 해요.”

“ 제가 그동안 저지른 실수가 잦아서 거절을 못 하겠어요.”

 

사람들과 자주 다투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힘들었는데, 그 이유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일 수 있다. ADHD는 실행능력을 떨어뜨려, 원하는 목표에 실패하게 만들고, 부부, 부모, 자녀, 친구, 직장동료, 친척 등 다양한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사진_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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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가 대인 갈등을 일으키는 실행능력의 문제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대화가 산만함

· 다른 사람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잊어버림

· 언어적 충동성: 다른 사람이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거나, 실수로 상대방의 “잘못”을 말함

· 충동적 행동; 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도 구매함

· 약속을 지키지 않음: 예) 세탁물 찾아오는 것을 잊어버림

·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지 않음: 예) 공동계좌 카드로 과도한 결제

· 좌절을 견디기 힘듦: 아이의 행동에 과도하게 화를 냄

· 실수를 감추기 위한 거짓말

· 신뢰를 감소시키는 충동적 행동: 예) 불륜

 

실행기능 저하로 인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해볼 수 있다.

 

1.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기

관계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면 상담이나 코칭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대인관계의 문제가 심각하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ADHD에 대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하면 가장 효과적이다.

 

2. 대화를 준비하기(시간 정하기, 대화모드 전환, 미래예측, 마음가짐 준비)

ADHD 증상으로 인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대화하다가 관계를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요한 대화라면 미리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상대에게 이 대화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으며, 그전에 내가 어떻게 말할지 준비하고, 상대는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하며, 대화전략을 생각할 수 있다. 대화를 실제로 하기 전에 하게 되는 이런 준비과정을 “대화모드로 전환하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할 일은 미래예측 및 대비, 즉 다가올 상황, 그 순간 내가 할 역할,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원회의에서 내가 할 역할은 회의 내용을 잘 듣고, 내 차례가 되면 보고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전에 직원회의 때 주제와 관련 없는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 지적당한 적이 있었다면, “재미있는 생각이 들어도 말하지 않는다”라는 마음의 다짐이 필요하다. 또 예전에 장황하게 말하다 요점을 놓치고 주제를 벗어난 적이 있다면, 이번에는 핵심만 표현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가 자주 했던 대화 실수를 고려해서 미리 마음가짐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흔히 상대방의 말에 끼어들지 않기, 상대의 말을 주의하여 경청하기, 중요한 말은 들은 대로 따라 말하면서 확인하기, 불명확한 것은 명확히 하기, 상대방의 나에 대한 평가를 나에 대한 공격으로 생각하지 않기 같은 마음가짐을 마음속에서 다시 한번 다짐하고 대화에 들어감으로써 충동적인 말실수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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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기적으로 대화하기

가족이나 직장동료처럼 지속적으로 만나는 관계라면, 정식으로 상대방과 약속하지 않더라도 내 마음속에서나마 하루 한번 아니면 일주일에 몇 번 정도 대화하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오해가 쌓이고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더욱 대화하기 싫어지며, 관계는 더더욱 멀어지게 된다. 상황이 꼬이기 전에 그때그때 대화로 오해를 푸는 것이 좋다.

대화할 때는 텔레비전, 자녀, 다른 사람들의 대화, 핸드폰, 음악 등 환경적 방해요인 없이, 온전하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4. 대화의 요령 연습하기(요약하기, 경계 풀기, 자기주장)

마음 읽기는 흔히 독심술로도 알려져 있다. 보통 사람들은 대화할 때 자기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하려고 애쓰면서 동시에 상대의 생각과 느낌도 정확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말한다. 이런 예상대로 잘 들어맞으면 상대는 ‘이해받는다’고 느끼며 대화가 잘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ADHD를 가진 사람은 산만, 충동성 같은 실행기능 저하의 문제 때문에, 전혀 상대의 마음 읽기를 하지 않은 채 충동적으로 말하거나, 엉뚱하게 예상하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이는 대인관계 갈등이나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도움이 되는 대화기술로 요약하기와 경계 풀기가 있다. 요약하기는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상대가 한 말의 요점을 요약해서 표현해 줌으로써 상대가 말한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해 준다. 예를 들어 “당신은 내가 일찍 들어오면 좋겠다는 거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서로 다툴 때는 대개 상대의 말에 경계하고 변명하고 방어하면서 말하게 되는데, 경계 풀기란 이런 경계와 방어를 풀고 말하는 것이다. 이는 “그래, 나는 당신 말처럼 형편없는 사람이야”처럼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굴복하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늦어서 화났지? 미안해. 당신은 내가 약속을 잘 지키기를 바랐을 텐데...”라며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면서 상대의 말에 담겨 있는 좌절된 욕구를 찾아서 표현해 주는 것이다.

또한 자기주장 기술도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비난을 받게 되면 “내가 언제? 당신이야말로 항상 내 말을 무시하잖아!”처럼 본능적으로 반격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원래 다투던 문제를 넘어서 갈등이 심각해진다. 이럴 때에는 “나는 당신이 지금보다 좀 더 내 의견을 존중해주기를 바라는 거야”처럼 나 메시지 혹은 기린식 대화법을 통해 내가 처한 상황, 생각, 감정,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 좋다.

 

5. 감정 다루기

상대가 “너는 지금 제 주장만 하잖아!”라고 소리치면, 나는 당황하고 분노하며 공격하기 쉽다. 이때 분노를 느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런 감정을 빨리 알아차리고,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휴식, 이완, 마음 관찰, 주의분산 등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다시 대화모드로 돌아오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런 순간적인 감정 폭발은 알아차리기도 어려우며, 이미 발생한 감정을 참는 것도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럴 때 우리의 목표는 감정 해소가 아니고, 위기관리이다. 이러한 감정관리는 평소 연습하고 준비함으로써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인터넷에 명상, 이완, 주의분산, ASMR 등의 검색어로 찾으면 비교적 도움이 되는 앱이나 유튜브 교육자료를 만날 수 있다.

 

 

참고문헌)

성인 ADHD의 대처기술 안내서-실생활 적응 능력 향상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기법 활용.

한국 성인 ADHD 임상 연구회 번역. 하나의학사

비폭력대화. 캐서린 한 번역. 한국NVC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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