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나를 태우는 또 다른 나 (10)

[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이상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불안’은 누구나 겪는 필수적인 감정이지만, 기질적으로 남들보다 불안을 더 잘 느끼는 사람이 있다. 불안에서 기인하는 공황장애도 마찬가지로 더욱 취약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일까?

누가, 어떠한 이유에 의해 공황 및 불안에 더욱 잘 노출되는가?

 

공황에 더욱더 취약한 사람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사고를 맞는다. 절친했던 친구와 연을 끊게 되거나, 실직하거나, 교통사고가 나서 신체에 상해를 입기도 한다. 이렇듯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실제 일어난 사건에 비해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한다. 혹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사건임에도 별일 없었다는 듯 편안하게 흘려보낸다. 스트레스, 불안, 자극 등을 받아들이는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데, 왜 특정한 사람이 더 불안에 취약한 것인지 살펴보자. 불안 자극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신체에 감각정보가 들어오면 간뇌의 동쪽에 위치한 시상을 거친다. 감각 정보를 처리한 후에 대뇌피질로 전달되는 것이다.

‘시상(Thalamus)’은 감각 정보를 처리하여 대뇌피질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즉, 중계역할을 담당하며 자극을 거르는 부위다. 하지만 시각적 자극, 청각적 자극이 신체로 들어오면 바로 반응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호랑이가 눈앞에 있거나 건물이 무너지는 등, 바로 피해야 하는 상황이 그러하다. 이때는 빨리 피해야 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자극이 시상 부위를 거치지 않는다. 무언가 눈앞에 지나가면 생각도 하기 전에 피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공황에 더욱 취약한 사람은 뇌의 중심부를 거치지 않은, 생각하지 않은 반응이 일어나 공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극에 대해 제대로 파악을 하지 않은 채 피해버리는 것이다. 반대로, 감각 등의 자극이 뇌의 시상을 통과하여 전전두엽까지 연결되면 생각하는 반응이 일어난다. ‘이건 실제가 아니잖아.’와 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취약성의 원인과 치료

취약성의 차이는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생각하는 반응’의 차이다. 이는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차이로 이어진다. 자극에 취약한 사람은 공황에 눌려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 또한 참을 수 없게 된다. 즉,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로 반응하는 사람이 취약한 것에 가깝다.

취약성은 무의식적인 반응이 형성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을 생각해보면 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 불안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 뇌’ 즉, 무의식적 반응을 활성화한다. 경험하기도 전에 빨리 피하게 되고, 그에 대해 취약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시상을 통해 전전두엽을 조절하여, 생각하는 반응을 조절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취약성’도 치료가 가능할까? 어떤 치료로 개입하여 올라오는 불안을 막을 수 있을까?

 

수면 아래 있던 것이 스멀스멀 올라와 수면 밖으로 드러나듯 신체적 증상이 발현되면, 그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통해 편도를 조절한다. 그리고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전전두엽을 컨트롤한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기본이며, 효과가 좋다.

인지행동치료가 어떻게 공황장애 치료에 효과적인지는 앞 편을 통해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불안, 나를 태우는 또 다른 나 (9)> 

공황장애 인지행동치료는 특히나 중요하다. 하지만 일부 환자와 정신과 의사의 경우, 약물치료를 조금만 하고 공황발작이 좋아졌다고 생각해 인지행동치료는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이는 공황장애를 쉽게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약물치료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3분의 1 미만일 뿐이다. 공황장애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나아졌다고 생각한 채 증상이 크게 악화되어 폭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폭발한 뒤에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더더욱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이 두 치료는 잘 병합했을 때 70%~80%의 효과를 보인다. 10%~20%의 치료 저항적인 공황장애를 빼고, 보통 큰 효과를 보이기에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공황은 연예인의 질병?

연예인들이 공황발작 및 공황 경험을 고백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공황장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공황이라는 용어는 많이 접했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은 공황을 아예 연예인 병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공황은 일반인보다 연예인에게 더 많이 발병할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그런 보고는 크게 없다. 오히려 연예인이나 예술가에게 더 자주 발견되는 것은 조울증 쪽이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을 고려한다면 공황과 아예 무관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연예인은 대중 앞에서 퍼포먼스를 해야 하고, 따라서 ‘수행불안(Performance Anxiety)’을 항상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수행불안은 사회불안의 한 종류로, 여러 타인 앞에 서는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연예인은 이목을 끄는 것이 중요한 직업이며, 타인의 반응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집단 속에 있다. 자기 혼자 성공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요소들은 불안에 노출될 확률을 굉장히 높인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불안에 대한 노출이 상승하며, 이는 자동으로 다른 사람에 비해 정서적인 문제와 공황발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