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연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료야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어린이집을 포기하고 와야 한다는 뜻인가요? 정상 발달 아동들과의 생활도 중요한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어린이집과 같은 통합 환경은, 자폐스펙트럼 아동들의 발달에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상발달 아동과의 만남에서 기대되는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들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야 합니다. 이 "어느 정도의 사회기술을 갖추는 것"에는 보통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요.

삶에 있어 하고 싶은 것들과, 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 완급조절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정시 입학을 위해 수능을 준비하는 재수생이라면, 그간 해오던 취미활동은 잠시 멈추겠지요. 물론 수능 준비와 취미 활동을 동시에 진행해도 되고, 취미활동이 진로에 의외의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고득점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능 공부에만 매진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방법일 것입니다. 재수생 시기는, 대학 진학에 '골든타임'이니까요. 그에 반해 취미활동은, 올해 꼭 해야 하고, 다시는 기회가 없는 그런 것이 보통 아니지요. 앞으로 남은 평생에 걸쳐 계속해나가면 됩니다. 이처럼 유년기에 통합 환경에 놓여있지 않았다고 해서, 더 이상 기회가 없지도,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절대 안 되는 것도, 모두 아닙니다. 통합 환경은, 좋든 싫든 결국은, 반드시, 우리 아이가 평생을 걸쳐 부딪쳐야 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유년기는, 치료의 효율성이 가장 높은 ‘골든타임’입니다.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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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하고 초등학교를 가야 하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그 연습이 바로 집중적인 치료입니다. 최대한 성공적인 통합환경에서의 적응을 위해, 미취학 연령에서의 집중 중재가 필요합니다. 통합어린이집도 연습에 좋지만, 조기집중중재는 더욱 효율적입니다. 접근성으로 인해 조기집중중재를 시행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차선을 찾아볼 수 있고, 차선을 최선으로 만들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접근성이 같은 경우라면, 조기집중중재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방법입니다.

“나에게 나무를 베기 위해 6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 데에 4시간을 사용할 것이다.” 에이브라함 링컨의 유명한 격언이지요. 무엇이든 기본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보전진을 위한 잠시 멈춤이 때로는 필요합니다. 실은 멈춤도 아니에요.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정확한 준비의 시간입니다. 조금 더 늦게 경험하게 한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습니다. 당장 나무를 베지 못하는 것에 살짝 초조해질 수는 있겠지만, 날이 날카로워질수록, 보다 수월하게, 나무를 벨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발달이 또래 수준만큼 올라온 경우라면 당연히 또래와의 상호작용의 중요도는 높아집니다. 그러나 아직은 배워야 할 과정들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조기집중중재로의 접근이 가능하다면, 통합환경에서의 경험은, 아쉽지만 과감히 뒤로 미뤄주셔도 괜찮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더욱 오랜 기간, 더욱 양질의, 보다 성공적인 통합환경에서의 경험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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