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정연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운드 북, 불빛 나는 장난감 다 치워야 하나요?
아이의 느린 발달로 고민하시는 부모님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위 질문에 간단하게 답변드리자면, “당연히 치우시는 것이 좋긴 합니다.”그런데 왜? 치워야 하는 것인지, 알고 치우시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하루 종일 사운드북만 누르고 있어요.”

감각추구는 자폐스펙트럼 아동의 흔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소리나 빛과 같은 감각에 대한 호불호가 매우 명확하며, 호감 가는 자극에 대해서는 전환이 불가능할 정도로 몰두합니다. 이와 같이 감각선호를 넘어선 ‘감각 몰입’에 이르게 되면, 여타 놀이들을 전부 시시하고 재미없게 만들어 놀이 확장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고 나면 시사 다큐멘터리가 더욱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과 같이요. 특히나 여러 현란한 장난감들은, 자폐 아동이 기존에 갖고 있던 감각추구 특성을 더욱 강화시키기도 합니다. 원래도 빛 자극을 좋아하는데, 색이 변하면서 리드미컬하게 반짝이기까지 하니 몰입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흡사,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 한참 허기가 진 상태인데, 그냥 먹어도 맛있는 와플에다, 아이스크림을 얹고, 캐러멜시럽까지 더한다면, 먹지 않고 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터이죠. 그래서 각종 현란한 장난감들은, 가능하다면 최대한 없애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사진_freepik
사진_freepik

 

그런데, 마냥 없애기만 한다면 형광등 쳐다보기, 물건 긁어 소리 내기 등, 감각입력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다른 다양한 자극들을 찾게 되겠죠. 마냥 굶기만 하는 다이어트는 요요를 유발하기 쉽기 때문에, 저칼로리 음식으로의 식습관 변화가 건강한 다이어트에 필요한 것처럼, 현란한 장난감을 치우기 위해서는 대체 놀이 활동의 제공이 언제나 필요합니다.

그러나 식이조절이 쉽지 않고, 달콤한 유혹에는 언제나 넘어가기 쉬운 것처럼, 대체 놀이 활동으로의 전환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감각다이어트’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듯, 대체 놀이 활동으로의 전환에는 충분한 시간과,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아동의 발달지연 유무를 떠나, 요즘의 장난감들은 지나치게 화려하며 자극적입니다. 마치 요즘 음식들이 지나치게 달고 짜게 변한 것처럼 말이지요. 국민 육아템으로 흔히 접하는 각종 모빌, 발차기 장난감, 사운드 북들은 인공적인 감각자극들을, 너무나 어린 나이부터 과도하게 제공합니다. 보행을 도와주는 도구이기만 하면 될 것을, 거기에 시청각, 촉각 추구 거리들이 함께 달려 있습니다. 소근육 발달과 신체 협응력에 도움을 주는 공과 고리 끼우기조차, 불빛으로 번쩍이고, 요란한 사운드를 제공하지요. 이들은, 너무 쉽게 만족감을 제공해주고, 감각자극의 역치를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그 결과 웬만한 자극에는 둔감해지고, 욕구 지연은 더욱 어렵게 되지요. 이는 정상발달을 하는 아동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자폐라서"가 아니고, "아이라서", 이런 장난감들을 조금씩 치워주세요. 

 

사실 대체 놀이법에 적응하기 위해선 아이뿐만이 아니라 부모 역시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랑 노는 것은, 비단 우리 아이의 발달이 느려서가 아니라 원래도, 꽤나 지루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부모님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이전보다 더 현란한 장난감들이 끊임없이 개발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저염식이 건강에 좋듯 조금 지루하더라도, 부모와 아이 모두 대체 놀이법에 점점 익숙해 나가야 합니다.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우리 아이의 밝은 내일을 위해서요.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