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찾아가는 여행 (12)

대담은 대한정신건강재단 정정엽 마음소통센터장과 한국적 정신치료의 2세대로 불교정신치료의 체계를 확립해 나가고 있는 전현수 박사 사이에 진행되었습니다. 

 

정정엽: 화가 났을 때는 그 감정에 침몰하는 게 아니라 ‘내가 화가 났구나’하는 조건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렇다면 타인에 관해서도 ‘저 사람이 저런 행동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해있기 때문이구나.’라고 보면 되나요?

전현수: 그렇죠. 조금 더 이야기해 볼게요. ‘조건’을 볼 수 있는 것에서 지혜가 더욱더 생기면 인과의 법칙을 알게 돼요. 누가 내게 나쁜 짓을 하면, 그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의 최소한 100배를 되돌려 받아요. 내가 좋은 행동을 했을 때는 그 좋은 행동의 100배를 돌려받고요. 그러니까, 누군가 내게 나쁜 행동을 했을 때 복수를 하거나 응징할 필요가 없어요. 그 사람이 돌려받을 테니까요. 오히려 누군가 내게 나쁜 행동을 했을 때, 나 또한 똑같이 나쁜 마음으로 대하면 그게 또 내게 되돌아오는 거예요. 이런 걸 알면 누가 때려도 가만히 있게 돼요.

 

사진_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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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이 ‘100배’라는 수치의 근거는 어디서 나온 건가요?

전현수: 불교 경전에 입각한 거예요. 저는 1985년에 불교를 접했어요. 불교를 접하고 일 년에서 이 년쯤 되었을 때 영어로 번역된 경전을 세 사람과 함께 읽었어요. 그때는 팔리어로 된 초기 경전들이 번역이 안 되었을 때여서요. ‘니까야(Nikāya 팔리어 대장경)’ 중에 ‘맛지마 니까야(Majjhima Nikāya)’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 나온 경전을 보고 제가 아주 놀랐어요. 붓다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누가 양손을 톱으로 토막토막 썰더라도 화내지 말아라.” 화내면 나의 제자가 아니라고도 했어요. 이 말은 죽으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화를 내면 제자가 아니라고 하니까 ‘죽어서도 뭐가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는 이해를 완전히 할 수는 없었는데, 2014년에 ‘사마타(Tranquillity 감각기관을 다스려 마음이 동요되지 않고 고요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불교 교리)’, ‘위빠사나(Vipassanā)’를 한 후에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나쁜 행동을 하는 건 나쁜 마음이 선행하기 때문이에요. 나쁜 마음이 일어날 때, 예를 들어 저놈을 때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 그 나쁜 마음의 대상이 있잖아요. 그때 7개의 마음이 일어나요. 수행하지 않으면 못 보는 거예요. 저도 미얀마에서 수행 지도하는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런 마음이 일어나면 어떤 현상이 또 일어나는지요. 정신은 주된 마음과 마음의 기능을 하는 마음 부수가 있어요. 나쁜 마음을 가지면 해로운 마음 부수가 일어나요. 그게 7개라는 거예요. 해로운 마음 부수는 우리에게 세 가지 영향을 줘요. 우선, 물질을 만들어내요. 우리가 기분이 안 좋으면 몸이 무거워지잖아요. 둔탁해지는 영향을 받는 거죠. 이 자체가 정신이에요. 그에 따라 정신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게 됩니다. 또한 우리에게 결과를 가져다줘요. 불교에서 하는 이야기예요. 화를 내면 그것들이 인과응보를 가져와요.

 

정정엽: 하지만 막상 누군가가 나를 때리거나 괴롭히면 내게 감정 변화가 일어나잖아요?

전현수: 그때 감정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어요. 불교에서 보면 붓다가 있고, 붓다에 버금가는 ‘사리불(석가의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이라고 있습니다. 지혜롭고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훌륭한 인물이에요. 사리불을 두고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었어요. “저 사람은 훌륭하다. 누가 때려도 화를 안 낸다.” 그러니까 누군가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 내가 사리불이 화내게 할 수 있어.” 이렇게 말하고 사리불이 걸어가는데 등짝을 때렸어요. 그런데 사리불이 그냥 가는 거예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몰려와서 사리불을 때린 사람을 때리려고 하니까, 사리불이 돌아서서 때리지 말라고 그래요. 자신은 맞았어도 용서했는데, 왜 맞지도 않은 사람들이 때리나 하는 거죠. 사람은 굉장한 수준에 오르면 마치 자연처럼 될 수 있어요. 뭐든지, 우리가 모르기 때문에 한다는 걸 알아야 해요.

 

정정엽: 저번에 말씀하신 ‘화살 맞은 사슴’ 이야기와 같은 맥락인가요?

전현수: 그렇죠. 사슴이 화살을 맞았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는 것과 같죠. 화살을 맞아서 쓰라리면 쓰라리구나, 하지만 안 쓰라리면 그냥 내버려 두는 거예요. 사슴은 거울을 안 보니까 자기가 화살을 맞았는지 모르고, 몸에 불편만 없으면 화살을 맞았건 안 맞았건 관계가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사자가 사슴을 쫓다가 가버렸어요. 사슴은 이제 사자가 갔으니 물도 먹고 풀도 뜯어요. 그런데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요? 아마 어렵겠죠. 아프면 아프구나, 하고 살기 힘들어요. 그러다 보면 아프다가도 안 아픈 순간도 있는데, 아프다고 생각하고 살게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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