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하다, 혹시 중독되지는 않을까요?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최재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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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 말씀하신 우울, 무기력, 대인관계의 어려움, 집중의 어려움 등의 증상은 면담 및 검사 결과 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앞으로 열심히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받으셔야겠습니다.”

“네. 선생님. 그런데요, 혹시 정신과 약을 먹다가 중독되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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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대한 걱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일해 오면서, 이처럼 약물치료에 대해 권유했을 때 정신과 약을 먹으면 중독될까 봐 걱정된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 사람들에게 “정신과 약 = 중독되는 약”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사실 어느 정도는 당연한 걱정이기도 하지만, 불안장애가 동반되어서 걱정이 과도한 경우도 있다. 

전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되는 수많은 약의 종류 중에 습관성이 생길 수 있는 경우는 대략 1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마 처방 양이나 처방 회수로 판단하면 %가 다소 달라질 것이다. 습관성이 생길 수 있는 이러한 약들을 우리나라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이라고 분류하며, 반드시 제대로 된 진료와 처방을 통해서만 소지하고 복용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되는 대표적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는, 1) 흔히 수면제로 알려진 벤조다이아제핀, 졸피뎀 계열의 약과, 2) ADHD 치료 약 중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콘서타, 메디키넷, 비스펜틴, 페니드)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ADHD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 중에 메틸페니데이트를 제외한 아토목세틴, 클로니딘, 이미프라민, 리스페리돈, 아리피프라졸, 부프로피온 성분의 약들은 아무리 먹어도 습관성이 생기지 않는다. [참조: ADHD의 약물치료]

하지만, 아무리 ADHD를 치료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메틸페니데이트처럼 중독될 위험성이 있는 약을 처방해도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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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가 있으면 중독에 잘 빠진다

문제는 ADHD 자체가 중독 성향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ADHD를 치료하지 않고 그냥 관찰할 경우, 청소년기에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고 술·담배를 일찍 시작하고, 결국 성인기에 물질의존이나 남용에 빠지는 경우가 8~59%에 달한다 [참조: ADHD의 동반질환 / 성인ADHD의 동반질환]. 외국의 경우 아편, 코카인 같은 마약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국내의 경우 게임, 도박, 인터넷, 복권, 주식, 인형 뽑기, 섹스 등 중독될만한 것이라면 어디에나 쉽게 빠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심지어 성인 ADHD의 특성이 있지만 비교적 사회적으로 잘 기능하는 사람도, 일하거나 운동을 하는 방식이 매우 몰입해서 ‘중독’스럽게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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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약물치료는 오히려 중독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 1960년에서 1998년까지 ADHD로 진단된 3만 9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ADHD 치료제를 처방한 기록을 검토한 결과, 치료 약이나 다른 습관성 약물에 대한 중독(물질남용 또는 의존)이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드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또 미국에서 엄격한 진단과정을 통과한 436명의 ADHD 아동을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추적관찰 중인 “ADHD에 대한 다중치료연구MTA”에서도 메틸페니데이트로 치료했음에도 물질남용이 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성인 ADHD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유럽 합의 성명에서도 ADHD에 대한 약물치료를 제대로 받으면 물질남용을 50% 정도 줄일 수 있으며,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오히려 물질남용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한 명, 한 명을 살펴보면 열심히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독에 빠진 사람도 있겠으나, 이러한 대규모 통계를 통해 살펴보면 “ADHD를 치료하려다 오히려 중독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Molina BS, Hinshaw SP, Arnold LE, Swanson JM, Pelham WE, Hechtman L, ... & Greenhill LL. Adolescent substance use in the multimodal treatment study of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MTA) as a function of childhood ADHD, random assignment to childhood treatments, and subsequent medication.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2013, 52(3), 250-263.

Chang Z, Lichtenstein P, Halldner L, D'Onofrio B, Serlachius E, Fazel S, ... & Larsson H. Stimulant ADHD medication and risk for substance abuse.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2014, 55(8), 878-885.

Katzman MA, Bilkey TS, Chokka PR, Fallu A & Klassen LJ. Adult ADHD and comorbid disorders: clinical implications of a dimensional approach. BMC psychiatry, 2017, 17(1),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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