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선릉 연세 채움 정신과, 윤혜진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중반 대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5년 정도 정신과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의 고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5년 정도 이러한 우울감을 경험하다 보니 이젠 우울증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저의 증상은 주로 봄철에 지독하게 감정조절이 안 되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거의 매일 울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고, 여름이 되면서 조금씩 나아지다가 조그만 자극(안 좋은 일?)이 오면 바로 무너지고, 다시 회복되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봄철에 너무 힘들 때 정신과에 갈까 하다가 약은 먹기 싫어서 안 가고, 그러다 보면 또 괜찮아지는 것 같고, 그러다가도 또 너무 힘들고 그렇습니다.
사실 요즘은 예민해서 집 안에서는 가족들이 말을 제발 안 걸어줬으면 좋겠다는 심정뿐입니다. 누가 저한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근데 또 밖에 나가면 말 잘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긴 합니다.
그전까지는 학업 스트레스인 줄 알았는데, 올해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기록을 해보니 조금 주기적으로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생리전 증후군인가 싶기도 했는데 생리 후에도 그러는 것을 보니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의 고민은
1.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감정조절의 어려움 빼고는 생활을 잘합니다. 이러한 제가 정신과에 가야 할까요?
매년 반복되니 이제 정말 고민이 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지금 그런 시기에 있는 건 아닌지라 또 병원에 가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지금도 완전히 괜찮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감정조절의 어려움이란 절대로 이 감정, 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들고, 과거에 힘들었던 상황들이 떠오르면서(사실 뭐 큰 사건이나 별 건 없습니다.) 억울한 느낌도 들고요.
2. 제가 기독교인입니다. 혹시 기독교인이신 의사선생님이 계실까 해서 질문드립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우울증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부족한 저의 생각으로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상 우울증이 오지 않아야 하는데, 제가 이런 힘든 시간을 겪는 것은 제가 자꾸 멀어지려고 해서일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혼란스러워서 정말 힘들 때 정신과에 가지 못했던 것도 있습니다.
3. 약물치료가 우울증의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건가요? 그렇다면 필수적인 건 아닌 건가요? 결국은 긍정적인 생각과 노력으로 극복해나가야 하는 것인가요?
질문이 조금 많았네요. 답변 달아주시느라 항상 고생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혜진입니다.
전보다는 많이 인식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아직 정신과 문턱을 넘기가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신과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치료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5년이나 우울감을 경험해오셨다고 했는데요, 심할 때 매일 울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른다고 한다면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을 먹는 게 싫다고 하셨어요. 약을 먹기 싫다는 것도 우울증의 하나의 증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내가 현재 힘든 상태인 것을 인정하고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도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1. 3~5월에는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심한 우울증, 이외에는 중등도에서 가벼운 우울증 상태로 지내시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겉보기에 사회생활을 잘하고 계시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힘드실지 걱정이 되는데요. 5년째 매년 반복되고 있다면 정신과에 내원하셔서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2. 우울증도 다른 질환과 똑같습니다. 기독교인이고 독실한 믿음이 있다고 해서 감기에 걸리는 않는 것이 아니고,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감기에 걸리고 암에 걸린 사람에게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믿음으로 이겨내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대에 하나님이 정신과적인 문제에 대해서 약물치료라는 방법을 허락하신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우울증은 노력으로 극복하는 병이 아닙니다. 우울증은 긍정적인 생각과 에너지가 줄어드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약물치료는 긍정적인 생각과 에너지를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합니다. 회복된 상태에서 노력이 가능한 것입니다.
다리가 부러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부러진 다리를 치료하지도 않고 내 힘과 노력으로 걸어 보겠다고 하다가는 더 탈이 납니다.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적절한 도움을 구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기를 내서 정신과를 찾으실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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