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정영인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린다는 어느 광고의 멘트를 기억하는가. 세대를 이어가는 힘을 지닌 여성들은 마법과도 같은 월경을 그 징표로 갖는다. 월경은 신비롭고 위대하기까지 하지만, 막상 월경을 겪는 여성들에게는 매우 귀찮고 불편한 일일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즉, 여자는 한 달에 한번 몹시 불쾌해지기도 한다.

2013년도에 개정판으로 나온 DSM-5에서는 월경전 불쾌장애가 정식 진단명으로 채택되었다. 그만큼 신빙성과 신뢰성이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임신 가능한 여성의 70-90%가 다소간 이러한 증상으로 고통 받고, 2-10%에서는 증상이 심하여 이 진단기준에 맞는다고 한다. 한 review 연구에서는 유병률이 4.6-6.4%라고도 한다.

아직 원인은 확실히 정립되지는 않았다. 월경주기 또는 호르몬 변화에 따른 감정적인 예민성이 제시되는데, 여기에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안드로겐, 프로락틴과 같은 호르몬이 관여한다. 증상은 프로게스테론에 비해 에스트로겐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나타나게 된다. 혹은 정신역동적 설명도 있는데, 월경 자체나 여성이라는 인식이 증상을 유발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을 부도덕하게 느끼며 월경을 부정적으로 보는 태도 등이 불쾌감을 조장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월경전 불쾌장애는 단지 불쾌감만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좀더 심각하다. 우울과 함께 심각한 감정변화, 불안, 흥미의 전반적인 감퇴, 주의집중 어려움, 식습관 변화, 수면 장애, 두통, 유방통, 전신의 부종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증상은 배란직후 시작하여 점점 심해져 월경 시작 전에 최고조에 달하고, 월경 시작과 함께 증상이 급격히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즉 월경 직전에 감정의 불안정, 짜증, 불쾌감, 불안 등이 나타나고, 월경 시작 또는 그 직후에 완화되는 주기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 대인관계 갈등이 심각하게 증폭될 수 있어, 자녀나 부부, 연인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하자.

안타깝게도 여성들이 월경에 수반한 감정의 변화를 본인의 의지대로만 조절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항우울제, 경구피임제 또는 정신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의 태도이다. 한 달에 한 번 마법이 시작되기 전의 여성들이 예민해지는 것을 캐치하고 잘 수용해줄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대비하는 것이 소소한 지혜가 될 수도 있다. 아직도 그저 이상한 성격의 불안정한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있다면 주의하기 바란다.

김일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남차병원 교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조교수
한양대학교 뇌유전체의학(자폐) 석사
KAIST 뇌유전체의학(자폐, 조현병)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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