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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는 나쁜 사람인가?사회와 편견 시리즈[1]
반건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11.13 10:19

[정신의학신문 : 반건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취향이 있다. 어두운 회색 계통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랑, 빨강, 초록 등 원색 의류를 주로 입는 사람이 있다. 소주를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맥주만 찾는 이도 있다.

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힘든 일 중의 하나는 이 ‘취향’이 개인의 ‘선호도’일 뿐인지 ‘편견’인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정신장애의 진단 기준 중 하나가 ‘상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정신병리를 평가할 때도 그렇지만 사회문화 현상에서도 종종 부딪히는 문제이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 생활을 하며 느낀 사회문화적 편견에 대한 의견을 말해보고자 한다. 그중 첫 번째는 계모는 항상 나쁜 사람인가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최근 30여 년 사이에 세 배 이상 늘었고, 그에 따라 재혼율도 높아졌다. 이는 우리 사회에 계모가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혼 가정의 경우 이전 결혼에서 낳은 자녀가 있을 수 있다. 남자 쪽에 전실 자녀가 있을 수도 있고, 여자 쪽에 있을 수도 있다. 남자 쪽 자녀에게 아버지의 재혼은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초혼이든 재혼이든 두 사람의 어른이 만나서 결정한다. 아이들이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결정권은 없다. 아이 입장에서 자기가 ‘나쁜 계모’를 만날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사진_영화 신데렐라(2015) 속 계모

 

요즘 재판이 진행 중인 전처자녀 사망사건에 대한 계모의 관련성 여부는 사람들에게 ‘나쁜 계모’를 떠올리게 한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신데렐라’ 같은 외국 동화 속 나쁜 계모, 우리나라 ‘콩쥐팥쥐’, ‘장화홍련’ 같은 설화에 나오는 못된 계모를 떠올리며 당연히 계모는 나쁘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저자의 판단은 ‘계모는 나쁘다’라는 의식은 개인의 취향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편견이다. 저자도 어릴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 ‘신데렐라’를 보면서 자랐고, 요즘 아이들도 여전히 새로운 버전의 백설공주와 신데렐라의 마녀 계모를 보며 자란다. 어릴 적부터 각인된 무시무시한 계모를 머릿속에서 지우기는 쉽지 않다. 

 

언제부터, 왜 계모에 대해 편견이 생긴 것일까?

백설공주나 신데렐라가 디즈니의 창작물은 아니다. 1865년 그림형제가 유럽 지역에서 수집한 구전설화 중 하나이다. 그림형제의 설화집에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외에도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 ‘여섯 마리 백조’ 등 총 15편에 계모가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편찬한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장화홍련’이나 ‘콩쥐팥쥐’ 외에 열 편 이상의 무시무시한 계모 설화들이 있다. 서양의 나쁜 계모 유래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연구자료에서 나쁜 계모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계모 설화는 하나의 독립된 문화 형태, 즉, ‘계모형 가정소설’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러한 계모형 가정소설은 조선시대 중반 이후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려시대는 여자가 재혼하려면 친정에 살림을 차리고 남자가 들어와 사는 모계 중심이 전통이었으므로 계모보다는 계부 문화가 보편적이었다. 조선시대 들어 성리학이 자리를 잡으면서 모계 중심에서 부계 사회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적장자의 상속권을 보장하는 법제는 계모 입장에서 재산권에 대한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그 결과 계모형 가정소설의 주제가 되는 사례 발생이 늘었다. 

 

이렇듯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라 계모는 가정 내 갈등의 원인제공자로 등장하게 되었고, 서양의 계모 설화와 함께 ‘나쁜 계모’라는 편견을 만들어 낸 것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그림형제 설화에는 착한 계모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반면, 우리나라 설화 중에는 ‘계모 은덕으로 정승이 된 의붓자식’ 설화가 있다.

재혼을 하는 부부는 첫 결혼의 아픔을 딛고 사랑의 힘으로 힘든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이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재혼 가정에서 계모가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계모는 못된 엄마가 될 수도 있고 훌륭한 엄마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엄마가 되든지 ‘나쁜 계모’가 아니고 그냥 ‘계모’로 시작할 수 있는 편견 없는 사회문화로 변화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Bahn GH, Hong M. Shift from wicked stepmother to stepmother in eastern and western fairy tales. Psychiatry Investigation 2019;16(11):836-842 [English article]

 

저자:

반건호 (潘 健 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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