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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부모님과의 감정 교류가 힘들어요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10.20 05:47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1남 2녀 중 가운데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느끼며 자랐어요. 어머니는 조용하고 소심한 언니나 동생에 비해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저를 통제하기 힘들어하시며 항상 부산스럽다, 나댄다며 핀잔을 주셨어요. 어머니께 이쁨 받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동생이나 언니에 비해 월등히 잘해도 칭찬보단 왜 더 잘할 수 없었냐는 훈계를 더 많이 들었어요. 

저는 사춘기를 지나며 사랑받으려는 노력을 멈추고 집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어요. 유학 후 결혼해 벗어났다고 생각했으나 시댁 일로 처가살이를 시작하며 다시 어머니와 관계가 시작되었죠. 출산 후 산후조리해주시면서 힘드신 것은 알았지만 2주 정도 지나자 소리 지르며 딱 삼 주만 해줄 거라고 하셨죠. 시댁이 망해 처가살이하던 신랑은 제 어머니가 산후조리해주시면서 사위에게 "야"라고 부르며 힘들다고 하신 말씀에 상처를 입었고요. 경제적으론 여유롭게 해주셨지만, 마음은 항상 싸늘하게 만드셨죠. 해주신 것만 생각하자며 신랑과 서로를 다독이며 그럭저럭 지내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저희 아이가 병에 걸려 원하던 대학도 못 가고 힘들게 지내고 있어요. 어머니 걱정하실까 봐 진단결과 알려드렸는데 그것에 대한 말씀은 없으시고 찌라시 뉴스 또는 사회이슈 등을 복사한 글귀만 보내셨어요. 종종 그러셔서 제가 집안 식구들 안부 묻고 그러지 왜 자꾸 복사한 글귀만 전달하냐고 짜증을 냈어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안부나 묻는 늙은이가 되었다고 섭섭해하시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셨다며 앞으로는 제가 필요할 때 연락하라고 하시더군요. 제 말은 그런 게 아니라 따뜻한 엄마의 위로가 필요한 거지 퍼다 나른 글귀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했어요. 

제삼자처럼 복사된 글귀만 보내시는 엄마가 너무 거리감 있게 느껴져요. 전 따뜻한 말 한마디 "아이가 아파 걱정이 되겠구나, 혹은 힘들겠구나" 이런 말을 듣고 싶어요. 엄마와 딸 같은 느낌이 없어요. 마음을 다독여 주지 않는 어머니에게 거리감 느끼는 제 감정이 이상한 건가요? 어떻게 해야 보통의 엄마와 딸 같이 사소한 일까지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입니다. 부모로부터의 따스한 애정과 관심을 원하는 것은 남녀노소를 막론한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에 사연자분께서 지금 느끼시는 생각과 감정에 깊이 공감이 갑니다. 그러한 느낌들은 아마도 비단 최근의 몇 가지 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고, 아마 살아오시는 동안 쌓여왔던 서운함과 소망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사연자분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해드리고는 싶습니다. 그것은 사랑을 하는 방법, 마음을 나누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관점입니다. 

 

매스컴으로 표현되고 사회에서 장려하는 가족의 모습은 참 따뜻합니다. 늘 서로를 위하고, 애정 어린 말로 관심을 표현하고, 함께 행복하기 위해 구성원이 헌신하는 장면들이 연출되고 교육됩니다. 그러한 모습을 통해 우리의 마음속에는 '저런 것이 진짜구나, 진정한 가족이구나,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이구나'라는 상이 형성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동화가 아닙니다. 매스컴의 가족들에겐 경제적인 어려움도, 다른 사람은 이해해 주지 못할 가족 구성원 사이의 미묘한 감정과 갈등도 없습니다. 그리 이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혈연으로 묶여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기에, 갈등과 오해를 빚기도 하고 때로는 남보다 더한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현실이 동화가 아닌 것처럼, 부모도 완전무결한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단지 나와 같은 한 인간일 뿐입니다. 

 

제가 짧은 사연으로 감히 사연자분과 부모님 간의 관계가 어떤지, 서로의 마음이 어떤지를 가늠하거나 평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여러모로 어떻게든 도움을 주시려 하는 모습이나 사연자분에게는 와 닿지 않는 연락을 지속하는 모습에서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자녀분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세련되거나 마음 깊이 공감되지는 않고 감정적으로 따스히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툴지만, 그분 나름대로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연자분의 기준에서는 사랑이 아니지만, 그분의 기준에서는 사랑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간의 오랜 세월을 미루어 보건대 어떠한 방법이나 의사소통의 방식을 바꾼다고 하여 어머니의 표현이 사연자분이 원하시는, 이상적인 소통 방식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드물어 보입니다. 다만, 지금의 어머니의 방식에서 그간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느끼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던가요. 나의 아픔에 관심이 없는 듯, 따뜻한 말에 인색하고 괜히 한 번 더 불편한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도움을 주는 그 서툰 방식이 어머님이 알고 또 그간 살아오신 사랑하는 방식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어릴 적 자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부모는 한없이 크고 완벽해 보입니다. 자녀는 부모에게 무한한 사랑을 바라며, 부모는 이상적인 존재이자 마음만 먹으면 그러한 애정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로 자녀에게 인식됩니다. 그래서 자녀는 그러한 사랑을 부모에게 기대하고 그것이 주어지지 않을 때 좌절합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아마 사연자분께서도 아이를 낳고 기르시며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부모가 된다고 해서 누군가가 갑자기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 역시 지금의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마음도 삶도 지금의 우리처럼 이상적이거나 완벽하지 않았고, 안타깝지만 자녀와 마음을 나누는 방식에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사연자분과 어머니의 관계는, 세상이 말하는 이상적이고 따뜻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견주어 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사연자분의 야속함은 단순히 속상한 말을 듣는 불편함이 아니라, 그러한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을 바탕으로 드는 '우리 부모는 나를 아끼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판단에 기인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비록 어머니가 내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바뀌시긴 어려울지 모르나, 혹시 본인 나름대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떠올려 볼 수 있다면 어머님을 바라보는 사연자분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관점이 아무쪼록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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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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