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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치매와 착한 치매
장기중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10.03 00:07

[정신의학신문 : 아주편한병원, 장기중 전문의] 

 

나쁜 치매 vs 착한 치매


"벽에 똥칠하는 병."
"의심 많아지고 화내는 병이요."
"잠 안 자고 집 밖으로 돌아다녀 가족들 힘들게 하는 병이요."

치매에 대해 물었을 때 과거에는 이런 이미지를 쉽게 떠올렸다. 내 부모, 배우자, 주위 친척들이 보이는 부적절하고 기이한 행동들이 너무 강렬히 기억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새는 다르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병’,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병’, ‘해마가 망가지는 병’처럼 치매 증상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는 치매를 진단하는 의학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치매로 인한 인지기능 증상을 기준으로 진단을 하고 그 경중을 따지다 보니 치매 증상이라고 하면 기억력과 같은 인지기능 증상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이에 맞춰 실제 치료 현장에서도, 지역사회에서 진행되는 여러 치매 예방사업에서도 치매의 인지기능 증상을 어떻게 향상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치매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과정을 지나 치료와 돌봄 단계에 오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내 진료실에서 가족이 그들의 부모나 배우자의 돌봄을 포기하면서 눈물지을 때 기억력 문제를 손꼽은 사람은 없었다. 자식이나 손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또는 자신이 사는 집을 기억 못 한다고 해서 그들은 심정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환자가 기억 못 하는 게 있으면 반복해서 이야기해줬고 길을 잃어버리면 자식을 키우듯 그들 손을 잡고 다녔다. 이렇게 가족들이 돌볼 수 있는 수준의 치매 증상을 '착한 치매'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가족들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환자의 원래 모습을 그리워하며 같이 견뎌낸다.

 

사진_픽셀

 

반대로 기억력 문제가 아무리 초기 단계로 평가되었다고 할지라도 정신행동 증상, 즉 '나쁜 치매' 단계로 진행하면 가족들은 절망감에 무너진다. 

사랑으로 한없이 품어줄 거라 믿었던 내 부모나 배우자가 갑자기 나에게 물건을 훔쳐간다며 욕을 퍼붓는다. 그리고 한순간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들의 눈에는 낯선 누군가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만 남아있다. 그들의 기억력이 아무리 남아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고통을 줬던 잔상과 사건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들은 그 기억을 곱씹으며 더욱 분노를 키워간다. 의학적으로 그들은 치매의 정신행동 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 상태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이 단어에 모두 담을 수가 없다. 

그들도 누군가의 기억에는 어머니, 아버지였고 사랑스러운 가족이었다. 그들이 내가 알던 가족의 모습이 아닌 낯선 사람으로 다가왔던 건 어느 한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들은 치매 이전 그들이 사랑했던 모습을 기억에서 지워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과거 모습을 기억하며 현재 모습을 바라본다는 건 너무 고통스럽고 가혹하다.

그들은 그렇게 잊혀 간다.

 

여기까지 글을 읽고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더 두려워졌는가.

아니다. 막연하게 두려워할 필요 없다. 치매를 치료한다는 건 아직 불가능하지만 진료실에서 약물치료와 그 외 비약물적 치료를 통해 나쁜 치매를 착한 치매로 돌리기 위한 치료는 가능하다.

단, 같이 살아간다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사람은 쌍방향 소통을 할 때 같이 살아간다고 느낀다. 한 방향으로만 제공되는 치료의 과정은 분명 한계를 갖고 있다. 그들의 겉으로 보이는 나쁜 치매 증상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 아래 흐르고 있는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단순한 돌봄'을 넘어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의학적 치료의 부족한 나머지 부분을 채워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쁜 치매와 착한 치매의 관계는 마치 로마의 신 야누스와 같다. 

과거와 미래, 젊음과 늙음, 시작과 끝, 선함과 악함의 극단의 모습이 동시에 존재했던 신이다. 1월(January)의 기원이기도 한 야누스의 한 얼굴이 지나간 해를 뒤돌아보고 다른 한 얼굴이 다가올 새해를 바라본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 야누스가 이중적이라는 부정적인 뜻을 가진 것과 달리 로마시대 야누스는 문의 신으로 과거를 통찰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신이었다. 나쁜 치매의 고통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다가오겠지만, 나쁜 치매를 들여다보는 통찰을 통해 착한 치매로 가는 문이 열릴지 모른다.

적어도 야누스 신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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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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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다영 (비회원) 2020-10-21 20:25:08

    힘듬니다엄마치매는옥설과의심.숭기는거내가사준것들과음식들은안먹습니다무섭습니다.악마가보입니다.이런우리어머니도치료가가능할까요   삭제

    • eunnis (비회원) 2020-10-03 13:27:03

      예쁜 치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궁금하네요....
      100세 시대 치매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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