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픽사베이

 

인지행동치료(CBT)란 정신과적 증상에 대한 행동의학적 이론에 기초한 치료적 접근 갈래에 속해 있다. 인지치료와 행동치료로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크게 보았을 때, 심리적인 갈등이나 성격적인 구조에 의해 질환이 발생된다는 기존의 치료적 관점과는 방향을 달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조건화와 학습에 의해 증상이 발생하고 강화된다는 행동의학의 관점을 고려할 때, 인지행동치료의 치료적 메커니즘은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의 그것보다, 좀 더 생물학적 관점으로 치우쳐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인지행동치료가 갖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구조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증상군에 대해 정형화된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고 광범위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그 프로토콜을 분석하고 피드백 해주고, 조정해주는 지휘자로서의 치료자의 역할 또한 핵심적이겠지만 말이다. 여하간 인지행동치료의 이러한 특징은 특히 최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램과 네트워크 활성화와 맞물려 행동치료의 자동화를 이루어내는데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즉, 인지행동치료의 영역에서는 의사의 지휘 하에 프로그램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1월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 Psychiatry)에서 버지니아 의과대학의 Lee M. Ritterband 등의 연구팀은 웹(Web)을 기반의 자동화된 인지행동치료 프로토콜이, 수면장애에 대해 보이는 장기적인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비교적 잘 설계된 RCT (Randomized Clinical Trial)에 해당하는 이 연구에서는 3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수면장애의 치료를 시행하며 1년간 그 결과를 수집했다.

실험군 중 절반은 인터넷 상에서 시행할 수 있는 불면증 치료 인지행동 프로그램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 치료자와 대면하여 시행하는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적인 부분들을 따서 디자인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매일 환자들이 접근할 수 있고, 환자들이 직접 매일의 수면 행동 조절에 대한 결과를 입력하고 결과와 지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치료적 프로그램이 자동화되어 있다.

이에 대한 대조군으로, 나머지 150명의 환자들 역시 인터넷을 통해 수면장애에 대한 도움을 받았으나 이들은 단순히 수면장애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과 지켜야할 내용들, 또는 수면 장애 자체에 대한 의학적 조언들을 일방적으로 제공 받았고, 인지치료와 같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컨텐츠는 제공받지 못했다.

치료 시작 전과 치료를 진행하면서, 그리고 1년 후의 결과를 비교한 결과, 연구팀은 인터넷을 통해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그룹이 유의하게 더 큰 효과를 보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또한 치료에 따른 단기간의 증상호전 뿐이 아니라 치료 이후 장기적인 결과에도 유의하게 치료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었다.

 

 

최근 정신의학계의 비약물학적 면담치료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인 인지행동치료가 면대면의 치료 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자동화 프로토콜로서도 충분히 치료적 효과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정신의학 심리치료에 큰 변화의 축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물론 전체적인 치료의 전략을 지휘하고 조절, 평가해주는 역할로서의 주치의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라는 전제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이 매일매일에 대한 행동 일기, 행동 교정을 과제로 한다는 것에 있어서 또한 이러한 온라인 치료 프로그램이 갖는 이점은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등의 보급이 보편화 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 인지행동치료의 지침과 가이드가 좀 더 실질적으로 환자들의 일상과 순간순간으로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정신과, 심리치료 센터에 발을 들여놓기에는 여전히 사회적 낙인과 눈초리의 부담이 묵직한 오늘날의 현실에서 이러한 온라인 치료 프로토콜은 크나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온라인 기반 정신과 치료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그 효용성에 대한 증명은 물론 더욱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새로운 정신치료의 바람에 촉각을 기울여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온안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한양대학교병원 외래교수
저서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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