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셰익스피어 작품 속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말합니다. 그의 질문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다른 형태로 변주되고 또다시 반복합니다. 사람들은 햄릿을 ‘생각 많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꼽을 때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모습은 현대에도 흔한 편입니다. 사람들은 본인 대신에 필요한 물품을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호하고, 헬스이용권을 끊기 주저하고 있을 때 무료체험권이 제공되면 결정하기는 더 쉬워집니다. 이렇듯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타인에게 선택을 미뤄버리는 습관을 흔히 ‘결정장애’ 혹은 ‘선택장애’라고 표현합니다.

 

선택장애의 이면에 숨은 뜻 : 후회와 두려움

선택장애의 이면에 숨은 뜻은 무엇일까요? 선택장애로 보이는 우유부단함에는 잘못된 선택을 하면 후회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숨어있습니다. 이러한 두려움으로 선택되지 않은 선택지에 대한 필요 이상의 고민이 생깁니다. 걱정과 망설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바람에 일이 지연되어서 잃게 되는 비용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과정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행동을 미루게 되어 결과에 악영향을 줄 정도라면 좀 더 다른 심리적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정하는 것에 때를 미루고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행동은 결국에는 결정적 순간에서 회피한다는 것이고, 이는 선택에 따른 후회와 두려움에 대한 염려 때문일 테지요. 

물론 고려해야 하는 정보가 많다면 결정 내리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또 주관이 뚜렷하지 못하거나, 우울과 불안과 같은 정신병리 때문에 본인이 선택하면 나쁜 결과로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까란 걱정이 앞서 선택을 미룰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결정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회피할 수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선택장애의 본질은 습관에 가깝습니다. 결정을 자주 미루신다면 선택장애라는 것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합리적인 선택에는 대가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이 불편함을 피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망설이는 시간이 클수록, 미루는 시간이 더 길어질수록 선택에 압박감은 더 커집니다. 실은 빠르게 결정 내리는 것이 오히려 심리적인 불편감을 더 줄일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선택이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결과를 '후회'하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후회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단순히 최대 효용을 가져오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대안으로 인한 후회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합니다. 즉, 선택으로 얻게 되는 이득에 의한 기쁨보다, 놓쳐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것이지요.

미국 듀크 대학교의 리처드 래릭(Larrick, Richard) 연구진은 연구논문을 통해 “사람들은 예상되는 위험한 대안에 대한 피드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피드백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리려는 입장보다 협상안을 빠르게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라고 전합니다. 즉, 선택에서 후회를 피하려는 동기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뜻입니다. 

 

100% 완전한 선택은 없다. 근소한 우위를 선택하자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100% 만족하는 선택은 없습니다. 이 명제를 꼭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대개 우리들은 결정을 내릴 때 머릿속으로 득과 실, 여러 가능성을 계산합니다. 하지만 머리 안에서 떠도는 생각들로 선택을 내리는 과정은 감정에 지나치게 치우치기 쉽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고려해야 할 요인을 두세 개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명한 선택을 위한 근거가 빈약한 셈입니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적어보기’입니다. A4 용지를 펼쳐, 중앙에 선을 긋고 고민하는 선택을 내렸을 경우의 장점과 단점을 충분히 적어보는 방법입니다. 두세 개가 아닌 최대한 많은 요소들을 적어보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양 쪽의 목록을 고려하여 100점의 점수를 분배하는 겁니다. 100:0의 결과를 보이는 선택이라면 좋겠지만, 그랬다면 고민하지도 않을 테지요. 하지만 60:40, 아니면 55:45의 근소한 우위에 있는 선택지라도, 이러한 충분한 고민을 거친 선택은 만족스러운, 혹은 ‘더 현명한’ 선택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 완벽한 결정은 없다

정신분석의 아버지 프로이트는 정상적인 사람에 대해 ‘약간의 강박, 히스테리, 편집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말했습니다.

누구도 결점 없는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선택을 하는 데 고민이 생기고 망설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어떠한 합리적인 선택이라도 기회비용이 따릅니다.

때로 후회도 남을 수 있습니다. 결정에 후회가 많이 남는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내가 그만큼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 심사숙고를 했다는 말이 될 테지요. 결정에 따른 후회를 받아들이고, 한편으로는 허용하며, 수고로운 선택의 과정을 거친 ‘나‘에게 긍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완벽한 인간, 완벽한 결정은 없는 법이니까요.

 

*  *  *
 

정신의학신문 마인드허브에서 무료 마음건강검사를 받아보세요.
(20만원 상당의 검사와 결과지 제공)
▶ 자세히보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