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강남 푸른 정신과, 신재현 전문의] 

 

‘틱이어도 괜찮아(Raising Tourette's)’는 미국에서 방영된 틱 장애(tic disorder)를 가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 리얼리티 쇼입니다. 자기 정체성에 혼란감을 느끼는 10대 시절에 틱 장애를 견뎌내야 하는 그들의 모습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려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힘을 합쳐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여기에 나오는 찰리는 틱 장애를 앓는 13세 소녀입니다. 찰리는 틱 장애를 마치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머릿속에서 누군가 버튼을 마구 누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느닷없이 손뼉을 치고, 입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힘차게 돌리는 것을 반복하는 일이 일상입니다. 찰리는 틱이 심하게 나타나면 학교에 가기 전 스스로 불안을 줄이는 장난감 몇 개를 챙깁니다.

찰리의 엄마는 ‘틱 장애는 아이들의 놀림거리로 쉽게 표적이 되고 틱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학교란 불안을 일으키는 집합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종종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거나 긴장되는 순간이 오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인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일시적인 틱 증상 악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틱은 운동 틱(motor tic)과 음성 틱(vocal tic)으로 나뉩니다. 틱은 수의적이지 않은, 불수의적인 행동이나 말을 의미합니다. 틱 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로 성장기 시절 뇌의 문제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동 틱과 음성 틱, 이 둘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투렛 증후군’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투렛 증후군이 아주 심하면 기괴하리만큼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틱 장애로 인해 본인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고통스러워하기도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데에 있습니다. 바로 틱장애를 왜곡해서 평가하는 사회적 시선입니다. 영국 런던대학교 낸시 도일(Nandy Doyle) 박사는 “투렛 증후군의 사람들은 많은 차별에 직면하는데, 틱 증상이 자의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받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전합니다.

틱 증상이 있으면 학교에서 ‘이상한 아이’, ‘유별난 괴짜’라고 놀림을 받는 것이 10대 틱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흔한 일이고, 성인이 되어서도 잠재력과 능력을 인정받기보다 외부적으로 나타난 행동으로 먼저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심하지 않은 틱을 보인다면 경과를 지켜보며 관리하면 대부분 성인이 되면서 증상이 완화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틱에 대해 지적하고 고치려 한다면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틱 장애로 정신건강의학과에 오는 아이들은 본인이 증상 자체로 불편해서 오기보다 주위의 영향으로 증세가 더 악화되어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앞서 말한 찰리의 엄마에게도 이런 비슷한 모습을 봅니다. 찰리의 엄마는 학교에서 찰리의 틱 증상이 나타나면 안절부절못하며 실수를 메워주려고 항상 대기하고 일을 대신 처리해줍니다. 하지만 찰리는 이것에 오히려 숨 막혀하고 본인도 실수를 하지 않을까 더 두려워합니다. 오히려 말더듬이를 앓았던 찰리의 외할아버지가 손녀가 얼마나 외로울지 공감해주고 홀로 설 수 있도록 믿어주는 것은 그녀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도와줍니다.

 

틱은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서 대개는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은 나아집니다. 정신질환 중에서도 틱 장애는 사람의 능력이나 인격과는 무관한 하나의 증상입니다. 이렇게 틱 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본인의 잠재성과 능력을 발휘하며 살 수 있도록 도우려면 사회에서도 보다 그들에게 따뜻하고 이해심 있는 태도로 대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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