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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와인 - 와인을 딸 시간정신과 의사가 읽어주는 영화, 스물두 번째 이야기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6.27 04:51

[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 정신과, 유길상 전문의] 

 

와인 많이 좋아하시나요? 어렵게 느껴졌던 와인이 대중화가 많이 돼서 최근에는 백화점, 대형 마트뿐만 아니라 편의점에도 다양한 와인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와인과 관련된 최신 영화를 한 편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제목은 <와인을 딸 시간>입니다. 
 

<넷플릭스> 와인을 딸 시간


우리는 와인이 유럽을 대표하는 술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와인을 소비하는 계층은 백인 중산층일 것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첫 장면부터 이런 고정관념과 편견을 무참히 깨트립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흑인 남성 <일라이자>는 와인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합니다. 그는 와인 세계에 푹 빠져 와인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와인 학교에 입학하여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고자 노력합니다. 

영화를 감상하면 포도의 품종, 와인 생산지와 와인 브랜드, 그리고 소믈리에가 되는 과정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양한 와인들을 힙합 음악에 비유한 것도 이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머리가 깨질 정도로 어려운 와인의 세계도, 어깨를 들썩 거리게 하는 흑인 음악도 아닙니다.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그리고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라이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목표와 뜨거운 열정 그리고 재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지역에서 꽤나 유명한 바비큐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힘겹게 일궈온 집안 가업을 아들이 물려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레스토랑 운영 방법을 기초부터 알려주고 아들과 함께 레스토랑 점포도 늘려나갈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바비큐 레스토랑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일라이자>는 고민을 합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라 바비큐 레스토랑을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를 거역하고 와인을 공부할 것인가? 
 

<넷플릭스> 와인을 딸 시간


우리는 성장 과정 중에서 부모님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아갑니다. 자녀들은 부모님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느끼며 자연스럽게 부모의 기대를 맞추고자 노력합니다.

부모 또한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신들의 가치관, 도덕관념, 종교관, 인생 중 해결되지 않은 욕망 등을 무의식적으로 강요하고 주입하게 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버지의 인생을 이어나가라는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됩니다. 

아기가 성인이 되기까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여러 발달 과업들이 있습니다. 그것 중에 하나는 부모라는 두터운 알껍질을 깨는 것입니다. 어두운 적막 속에서 힘겨운 부리질로 알껍질을 깨고 나온 경험은 설령 그것이 미숙하고 미완성일지라도 굉장히 소중합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마음껏 해본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경험은 삶의 활력과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부모님의 강요와 자신의 꿈 사이에 갈등을 하며 정신과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들은 부모님의 세계관에 압도되어 무기력감, 좌절감, 패배감을 호소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좇지 못한 시간에 대해 뒤늦은 한탄을 하기도 합니다.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병아리는 부모의 세계에서 안전하게 머무를 때가 아니라 껍질을 깨고 서툰 날개를 펼쳤을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습니다. 병아리는 혼자 힘으로 두꺼운 알껍질을 깨고 나올 수 없습니다. 어미 새가 밖에서 부리질과 함께 끊임없이 응원과 격려를 해줄 때, 수월하게 알껍질 밖으로 나와, 독립된 개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와인을 딸 시간


<일라이자>는 고기를 구울까요? 아니면 와인을 땄을까요? 혹은 세계에 230명 밖에 없는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었을까요? 각자에게는 인생이란 와인이 이미 따져 있으니 천천히 와인을 음미하면서 영화 한 편 감상하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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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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