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원의 ‘직장 남녀를 위한 오피스 119’ <2>

[정신의학신문 : 시청역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과거에 얽매여 사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받았던 상처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다. 그들에게는 과거란 지나간 시간일 뿐 중요한 것은 지금 주어진 시간, 즉 현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게 필요하다. 

이와 반대로 미래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집안이나 학벌이나 경제력 등 모든 면에서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 상담을 위해 정신과를 찾는 경우가 있다. 학생회장을 지냈고, 외국 유학을 다녀왔으며, 최고의 직장에서 승진을 거듭하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예전처럼 에너지가 충만하지 않고 매사 지치기만 할 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삶의 모든 초점이 너무 미래에만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편안함은 사치라고 여긴다. 현재의 고단함을 참고 견뎌야만 장밋빛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에게는 공통적인 주문 같은 게 있다. 

“다 이렇게 힘들어. 너만 힘든 게 아니야.” 
“No Pain, No Gain(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지)!”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네가 참아야 해. 너에게는 가족이 있잖아.” 

이런 주문을 외면서 끝없이 스스로 채찍질하는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하면 이 같은 주문이 떠올라 거침없이 억누른다.

모처럼 유쾌한 시간을 보내거나 온전한 휴식을 취하려 하면 나태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기를 다그친다. 회사에서 일주일 동안 휴가를 쓰라고 했는데도 일주일이나 회사에 가지 않으면 열심히 살지 않는 것 같고, 태만해지는 것 같아 몇 번에 걸쳐 휴가를 나눠서 간다. 설령 휴가를 내더라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거나 쉼을 누리는 게 아니라 다음 시즌을 위해 관련 업무를 처리하면서 보낸다. 퇴근 이후에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 학원에 다니거나 자신을 더 계발하기 위해 애를 쓴다.
 

사진_픽사베이


이런 사람의 5년 전 모습은 어땠을까? 

5년 후를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의 모든 일상은 5년 후에 달성하게 될 행복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계획한 목표를 다 이루었는데도 그는 행복하지 않다. 그의 행복 시계는 여전히 다가올 5년 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의 5년 후 모습은 어떨까?

5년 동안 한 방향만 바라보고 줄달음질함으로써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충분히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는 전처럼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는 현재의 행복보다 미래의 행복이 더 중요하고 그것만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문제를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맞추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미래의 어떤 곳만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며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행복을 누릴 현재가 없다. 끝없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가 없다.

“야, 네가 뭐가 아쉽고 부족한 게 있다고 그런 고민을 하냐?”

이런 대답을 들을 게 뻔해서다. 가족에게도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다. 한 번도 힘들다 내색하며 살아보지 못했으니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현재의 행복을 맛보게 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주문을 찾아내도록 한다. 나를 망치는 주문 말이다. 그 주문을 찾아서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이런 주문을 외면서 자신을 쉬지 않고 몰아세우고 있는 사람이 내 배우자나 자녀나 부모님이라면 당신은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이런 사람일수록 자신에게는 모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한 법이다. 대개는 안쓰러워하면서 따뜻하고 정감 어린 위로의 말을 건넨다. 관점을 바꾸니 자신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이고, 얼마나 힘겨운 상황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 같은 위로의 말을 자신에게 들려주십시오.”

 

두 번째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구체적 행동을 하게 한다. 자기만을 위해 돈을 써보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아 학원에 등록하거나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더라도 계속해서 자신의 즐거움과 편리함을 위해 뭔가를 사보도록 권한다. 평소 같으면 이런 걸 뭐하러 사나 했던 물건도 오직 자기만을 위해 샀다고 생각하면 남다른 애착을 갖게 된다. 

차츰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느끼기에 이른다. 내가 그동안 참 갑갑하게 살았구나,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에 대한 주문이 바뀐다. 

 

“나부터 살자.”

미래만을 위해 살던 어떤 사람이 상담을 진행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휴가를 내고 회사 문을 나서는데, 문득 이런 주문이 떠오르더라고 했다. 처음으로 자기만을 생각한 행동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행복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재의 나를 위한 삶이 되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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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민트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석사, 전공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저서 <나를 지키는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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