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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질 때 - 불면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직장 남녀를 위한 오피스 119]
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6.17 01:52

[정신의학신문 : 시청역 민트 정신과, 조장원 전문의] 

 

과중한 업무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불면증이다. 하지만 불면증은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잠을 잘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 문제다. 제대로 된 원인을 찾아내려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라뽀(rapport, 의사와 환자 사이에 맺어지는 깊은 유대감과 신뢰감)’가 형성되어야 한다.

 

“저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잠을 약간 못 자는 게 문제예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과연 그럴까? 대화를 더 깊이 나누다 보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씩 수면 위로 드러난다.

“최근 들어 열심히 일해도 성취감을 잘 못 느끼겠어요.”
“이상하게 아내와의 관계가 갈수록 답답해지는 것 같습니다.”
“퇴직하거나 떠밀려 나가는 동료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은 참으로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불면증 뒤에는 반드시 수면을 방해하는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사진_픽셀


잔걱정이 많은 사람 중에도 불면증 환자가 있다. 자기가 모든 일을 잘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 중에도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잠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잠을 굉장히 잘 잤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하루에 잠을 4~5시간만 자도 쌩쌩했던 내가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지?’

잠 문제로 고민하다가 잠 못 드는 밤이 자꾸만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서 수면 패턴이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기나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매일같이 꿀잠을 잘 수는 없다. 때론 잠을 설칠 때도 있고, 자고 나도 개운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소변을 잘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떤 때는 변비로 힘들 때도 있고, 원치 않게 설사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병든 게 아닐까 걱정하지는 않는다.

 

갑자기 잠을 잘 자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첫째, 수면 습관을 점검하고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맞춰 놓는 것이다. 수면 사이클을 규칙적으로 만들면 불규칙적으로 수면에 드는 것보다 훨씬 잘 잘 수 있다.

둘째, 수면하기 2~3시간 전에는 과식을 피한다든지, 수면 직전에는 과한 운동을 피한다든지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셋째, 늦은 오후나 이른 저녁 시간에 가볍게 운동을 한다. 몸이 약간 피곤하면 잠이 잘 오기 때문이다. 

넷째, 저녁 식사 이후 카페인을 피하고, 잠들기 1시간 전에는 물도 마시지 않는 게 낫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밤중에 잠이 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수면 습관을 바꾸고 나서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면 그때는 의사와 상담한 뒤 다른 방법을 찾아보거나 적절한 약을 먹어야 한다.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 환경이 전혀 다른 방에서 자는 건 어떨까요?”

종종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평소 자던 방과 확연히 다른 실내 장식과 침대 등이 갖춰진 낯선 방에서 자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잠은 한 공간에서만 자는 게 좋다. 몸은 자신의 수면 장소를 기억한다.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별도로 걱정 시간을 정해둘 것을 권한다. 하루 중 걱정만 하는 시간을 따로 정하는 것이다. 그 시간이 아님에도 자꾸만 걱정거리가 떠오르면 걱정 일기나 노트에 적어두었다가 정해진 시간에 그걸 보면서 걱정하면 된다. 걱정 시간에만 걱정하면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줄어들 것이다. 이때도 잠자는 시간과 좀 떨어진 시간을 걱정 시간으로 정하는 게 좋다.

 

잠을 잘 잘 수 없는 이유는 이같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치료 방법을 택해야 한다. 수면의 질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차이다. 억지로 바꾸려고 애를 쓰면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구약 성경 시편에 보면 신은 자신이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준다는 구절이 나온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있듯 사람에게 잠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잘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하루하루 꿀잠을 잘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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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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