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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대책 없어 보이는 자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6.23 08:24

[정신의학신문 : 광화문 숲 정신과, 임찬영 전문의] 

 

사연) 

큰아이가 곧 성인이 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더니, 6학년 땐 급기야 유급 위기로 반 아이들, 구청, 주민센터 사례관리사들이 통학을 시키려 집에 드나들었고, 중학교는 3년 내내 학업 숙려제를 하며 겨우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 들어가며 1년 반은 학교도 알아서 가고 열심히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고등학교라 부족한 감이 있어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은 싫다고 하니, 없는 형편에 TV 과외를 큰돈을 들여 시켰습니다. 그런데 제시간에 과외수업도 안 듣고, 빠지고 엉망으로 하더니 학교까지 다시 안 가기 시작했어요. 저하고도 사이가 많이 나빠졌죠.

TV 과외를 하면서 학교도 안 가고 급기야 수업일수 부족으로 작년에 자퇴를 했고, 학원업체와 의견차로 과외비 환불이 아직도 되지 않은 데다가 아이 방은 온갖 쓰레기로 넘쳐나고, 심리상담, 대안학교도 제안해보고, 방도 치우자, 계획 좀 세워보자 해도 알았다면서 그때뿐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컴퓨터만 붙잡고, 온종일 방에만 있어요. 대화도 안 하고 서로 본 척도 안 하다가 가끔 너무 화가 치밀어서 소리 지르고 육탄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남처럼 지냅니다. 아이가 너무 미워서 굽히고 싶지 않아요. 부모라면 먼저 굽히고 품어줘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사랑받아본 기억도 없고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10년 넘게 너무 지긋지긋했어요. 초등학교 들어갈 때 애 아빠랑 이혼하고 경제력 없이 새로 시작해야 했습니다. 애 둘을 모두 아빠 편에 보낼까 생각했지만 작은 애가 치료가 필요했는데 애 아빠에게 보내면 치료를 중지할 것 같았고, 작은애만 데려오면 큰애한테 죄를 짓는 거라 생각이 들어서 둘 다 데려오겠다 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결정이었죠. 하나라도 제대로 키웠어야 했는데.

큰애는 계속 적응을 못 했고 결국 어디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스스로 점점 외롭게 만들었어요. 경제력부터 갖춰야 했기에 직장, 작은애 치료에 집중했고 큰애는 항상 뒷전이었죠. 그냥 어렸을 땐 아동센터, 학원 그런 곳에 보내면 알아서 잘하겠거니 했는데 어느 곳도 오래 가지 못하고 방황하기 시작하더니 3학년 땐 결과, 4학년부터는 잦은 결석, 중학교 유급 위기에서 결국 고등학교 자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네가 밉고 싫다, 너만 없으면 잘 살 것 같다는 얘기도 서슴없이 했습니다. 엄마 말을 무시하는 것도 너무 싫었어요. 결국 하나하나 엄마 말을 안 들어서 이렇게까지 된 것 같고, 무얼 시켜도 열심히 안 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게 일하고 있는 엄마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것 같고, 이 모든 것이 열심히 안 한 아들 탓 같기만 합니다. 어떻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아이 때문에 생긴 금전적 손해와 학원업체의 횡포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증에 울화가 치밀어요. 그것부터 해결해야 미움이 덜할 것 같아요. 고생도 실컷 해보게 해서 정신 좀 차렸으면 싶은데 아무것도 알아보지도 않고 밖에 나갈 생각도 안 하니 점점 더 밉습니다. 주민등록증도 받고 군대도 가야 하는데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세상 속에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광화문 숲 정신건강의학과 임찬영입니다.

제가 질문자분의 자세한 사정을 알지는 못하지만, 말씀하신 내용에 대하여 가능한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녀 양육 관련한 어려움을 말씀하셨네요. 큰아들의 등교 거부를 비롯하여 질문자 분과의 갈등을 말씀하셨네요. 전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고, 어머니를 무시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기도 하네요. 이런 과정에서 질문자분이 막막함, 답답함을 경험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상황인 것 같습니다.

질문자분의 사연을 접하면서 자녀 양육이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 양육을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해오셨네요. 특히 혼자 양육과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는데, 이런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아이가 밉기도 하고, 어떻게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도 들겠지만, 일단은 모자 관계 회복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자녀가 등교를 거부하는 것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청소년기에 등교를 거부하는 것은 의지가 부족하거나 게으른 것을 의미하기보다는 매우 큰 일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자녀분이 학교에 가지 않는 이유에 관한 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상황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아이가 심한 우울감을 경험하거나 학교생활을 하면서 큰 트라우마를 경험한 일 등이 있을 수도 있어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더불어서 자녀분이 방에서 혼자서 어떤 것을 하는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런 부분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마 아들의 입장에서도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좋은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답답하지만 집에서 지내는 것이 편한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같이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왜 집에 있는지' '아이가 원하는 상황은 어떤 것인지' 조금 더 알아보아야 다른 방향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자간에 대화가 전혀 진행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로서 매우 화가 나고 때로는 육탄전을 하기도 하고 서로 지기 싫다는 고집을 부리기도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때로는 너무 밉게만 느껴지는 상황이 있기도 하네요.

사람이 감정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일이죠. 좋지 못한 상황이면 짜증도 나고, 불쾌함도 나는 것은 당연한 감정일 것입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죠. 무조건 참거나 품을 수는 결코 없습니다. 하지만 화를 내면서 적절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화내는 것만 참고 꽤 긴 시간 대화를 이끌어 갈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는 진척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현 상황에서는 누가 누구를 이긴다는 개념보다는 화라는 감정은 꼭 자제해야만 대화가 되고 실타래가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현재 상황이 많이 답답해 보입니다. 질문자분의 과거 결정에 대한 후회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질문자분이 어머니로서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표현은 안 하지만 아마 자녀분도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꼬여버린 상황에 대하여 스스로도 답답함을 느낄 것입니다. 아드님이 고교 초년생 때 잘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자녀분도 마냥 자기 세상 속에만 있는 것도 아닐 것 같고요.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결코 없습니다. 하지만 대화는 분명히 필요하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지는 못했지만,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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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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