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정신 중독
가족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하는 '가족 공동의존'
차승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20.03.29 00:28

[정신의학신문 : 여희도 힐 정신건강의학과 차승근 전문의] 

 

사연) 

20대 회사원이고 저 혼자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오빠 하나가 있고 부모님 두 분, 모두 네 가족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아빠가 도박에 너무 빠져있어서 엄마는 오래전부터 일을 하시며 생계를 이어갑니다. 그런데 그 돈을 가정에 쓰는 것보다 아빠의 도박 빚을 갚아주는 데에 더 많이 사용해요. 그리고 오빠는 취업 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로 학원비를 충당하며 사느라 집에 보탬이 되지는 않습니다. 엄마는 유일하게 저에게 기대어 사는 것 같습니다. 가끔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드리고, 엄마에게 친구가 되어드립니다.

그런데 상담의사가 이런 사정을 듣더니 가족 상담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네요. 공동의존이라고 하는데, 가족이 모두 합심해서 사는 것이 문제가 되는지 갸우뚱합니다. 
 

사진_픽셀


Q. 공동의존의 개념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문제점은요?

A. 공동의존이란 중독, 중독된 가족 구성원으로 인한 감정적 고통, 스트레스 등에서 중독자의 가족 구성원들이 적응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 자체가 문제라고 하기보다는 잘못된 적응활동, 즉, ‘공동의존 현상으로 인한 잘못된 적응활동’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은 경우에서 공동의존이라는 단어를 잘못된 적응활동에 한정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적응활동이란 가령, 생활비 제공이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거나 모른 척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는 갈등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중독자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지고 같은 스트레스가 반복되거나 심화될 수 있겠지요.

 

Q. 가족들은 어느 정도 서로 의존하고 살잖아요. 과도한 수준의 의존이라면 그 기준은 뭔가요?

A. 과도한 수준의 의존을 딱 잘라 정의하기는 어렵겠지요. 일반적인 수준에서라면 개인의 독립적인 활동을 궁극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라면 과도한 수준의 의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알코올 중독자가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돈조차 없어서 딸이 비용을 지불한다면 이는 과도한 수준의 의존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병원비뿐만이 아니라 생활비 전반을 모두 도와주고 있다면, 이는 과도한 수준의 의존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가족과 나를 분리해 산다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죄책감이 들 것 같아요. 

A. 공동의존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도 중독자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과 가족 구성원으로서 중독자를 돌봐야 한다는 도리가 부딪히는 ‘양가감정’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죄책감이 드는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중독자를 위한 행동을 하는데 죄책감이 방해가 된다면 가족 구성원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느낄 더 큰 죄책감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Q. 요즘 같은 과로사회에서는 ‘한 사람 몫만 하며 살라’라는 조언을 자주 듣게 되죠. 실제 내담자에게 그렇게 처방한 사례가 있으신가요?

A. 그렇게 말씀드리는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스트레스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데서 옵니다. 주변의 문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일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주변 사람에게 진정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스스로가 건강해야 합니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요. 우선 힘써야 하는 것은 내가 건강하고 내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야 결과적으로 정말 힘든 주변 사람, 가족을 도와줄 수 있게 되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말씀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가족상담의 개념이 무엇인가요? 상담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A. 가족상담은 가족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구성원 간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우리가 함께 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지요. 상담은 주로 초반에는 문제 파악에 주력하고 이후부터는 서로 간의 의사소통 방식이나 대처방안, 규칙 설정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개인치료가 필요한 구성원에게는 개인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가족상담 방식도 여러 학파가 있어서 딱 한 가지 방법이 옳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Q. 해외에서는 가족상담(또는 집단상담)이 흔하게 이루어지나요?

A. 소위 ‘서구’에는 세계대전 이후부터 가족상담이 발달해왔고 그 과정에서 여러 선구자들이 나타나면서 여러 학파가 나타났습니다. 현재는 통섭적인 논의가 이루지고 있을 정도로 발전해왔고 우선 문제가 발생하면 상담을 고려할 정도로 서구에서는 매우 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Q. 가족을 모두 상담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실제로 가족 구성원이 병원에 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한다는 사례도 많이 보았는데, 이들을 설득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A. 어려운 문제네요.. 상황에 따라 매우 많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선 기본적으로 문제의 초점을 ‘너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라고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당신이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으니 상담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거부감이 들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가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으니 같이 상담을 받으면서 해결해보자고 한다면 거부감은 줄어들 것입니다. 

 

Q. 가족상담이 효과적이려면 내담자의 협조가 매우 중요할 것 같아요. 내담자가 갖추어야 할 상담 태도가 있을까요?

A. 내담자는 기본적으로 방어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방어적이어도 진행만 지속된다면 그 또한 다루면서 호전될 수 있는 기회는 있을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상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가족 구성원의 탓을 하지 않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의 문제’로 봐야지 ‘너의 문제’로 보면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Q. 가족상담을 받고 싶을 때, 어떤 선생님을 찾아가야 할지 정보가 없어 막막할 것 같아요. 나와 잘 맞고 좋은 치료자를 만나기 위해 무엇을 기준으로 삼으면 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어려운 질문이네요. 가장 좋은 것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가족상담을 받는 사례는 매우 많아서 도움을 요청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시군구청에서 상담을 하는 경우도 많으니 우선 이러한 것을 이용해보시거나 지역마다 있는 정신보건센터에 문의를 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가족상담이 종결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가요? 또 상담을 통해 문제가 얼마나 호전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시간은 매우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환경요인의 변수가 많고 내담자의 상황에 따른 변수도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족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클리닉, 센터에서는 회기 수를 정해놓고, 필요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논의하여 회기를 늘리거나 줄입니다.

상담을 통해서 문제는 많이 해결됩니다. 물론 중독자의 개인치료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효과가 증가할 것입니다.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한다면 가족 구성원의 공동의존 현상이 해결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중독자는 궁극적으로 치료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차승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인터넷신문윤리강령이메일무단수집거부CONTACT
(주)정신건강연구소  |  정신의학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105-87-08929  |  등록번호 : 서울, 아03874  |  등록일자 : 2015년 8월 25일  |  
발행·편집인 및 대표자: 박소연  |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하문로 17길 보광빌딩 12-10  |  대표전화 : 070-7557-9104  |  팩스 : 02-320-6077  |  
통신판매업신고 번호: 제 2020-서울종로-0423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선우
Copyright © 2020 정신의학신문-의사들이 직접 쓰는 정신 & 건강 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 Back to Bot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