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뚱뚱해지고, 멍청해지고, 단명한다.

[정신의학신문 : 통통샤인 정신과, 이상수 전문의]

 

수면 부족의 증상은 무엇일까요?

- 졸음이 쏟아지고 하품이 자주 나온다.
-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 집중하기 어렵다.
- 설명을 들어도 새로운 것을 입력하기 힘들다.
- 잘 잊어버린다.
- 주의력이 떨어져 실수가 잦다.
- 과민해진다. 짜증이 난다.
- 음식이 당긴다. 
 

사진_픽셀


아프다 - 만성 수면 부족과 통증의 관계

주간에 통증이 있으면, 밤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마련인데요. 통각이 깊은 단계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각이 깊은 단계의 수면을 방해하는 이유는 통각 경로와 수면 각성 경로가 중추신경의 도파민, 세로토닌, 아편유사제 시스템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잠을 잘 자면 통각의 시냅스 신호 전달체계가 억제되는데, 잠이 부족하거나 깊은 단계의 서파수면이 줄어들면 통증 억제가 안 되어, 통증에 대한 중추성 민감도가 올라가 통증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수면 부족은 뇌에서 통증을 조절하는 신호(descending pain modulation)에 악영향을 주어, 통증에 대한 역치를 낮추고, 통증 강도를 증가시킵니다. 수면장애가 만성 통증 환자의 67~88%에서 나타나고, 불면증이 있는 환자의 약 50%가 만성 통증을 겪습니다. 다시 말해, 아프면 잠을 못 자고, 잠을 못 자면 통증 민감도가 올라갑니다.

만성 통증은 결국 수면 리듬을 깨뜨려 수면 부족을 일으키고 불면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통증과 수면을 같이 치료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빨리 찾게 되지만, 수면장애가 있더라도 병원에 바로 오지 않는 현실을 감안해, 통증 의사라면, 조기에 통증을 치료하는 것 못지않게, 통증을 주소로 내원한 분들의 수면의 질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잠을 못 잔 경우,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뚱뚱해진다

수면이 부족한 경우 하루에 평균 300kcal 이상을 추가로 섭취한다고 합니다. 수면 중에 분비되는 식욕조절 역할을 하는 호르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멍청해진다

잠을 희생하면서,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사회에서는 수면 부족 증상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면이 부족한 남성의 경우, 뇌 전두엽 기능을 억제해 이성의 성적 욕구를 잘못 해석해서 성적으로 공격적인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 성적 결정을 내릴 때 판단력 장애를 일으켜, 성추문 등의 다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는 수면이 부족한 시기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해줍니다.

 

단명한다

자신도 모르게 쌓이는 수면의 빚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보통 6시간 반에서 8시간 반 정도를 자는 사람이 약 70% 정도이고, 4시간 이하나 10시간 이상을 자는 사람도 1명 꼴로 있습니다. 2002년에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대니얼 F. 크립케 교수 연구팀이 100만 명을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를 보면, 평균치에 가까운 7시간을 자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가장 낮았습니다. 이들보다 적게 자거나 오래 자는 사람의 경우, 6년 후 사망률이 1.3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보면 7시간 전후가 평균 근사치일 것 같습니다. 장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수면 연구에서도, 7시간 반 정도가 평균 수면시간이었다는 것도 참고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수면센터 러셀 새너 교수는 수면의 빚에 대해 “한마디로 아프고, 뚱뚱하고, 멍청해진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단명할 수 있다는 것을 덧붙여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수면 부족은 아. 뚱. 멍, 단. 아프고 뚱뚱하고, 멍청해지고, 단명한다.

 

그럼, 몇 시간을 자는 것이 좋을까요?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저는 수면의 질을 고려해서 일반적으로 다음날 일어나서 활동할 때 졸음을 느끼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개운하게 지낼 정도의 수면시간만큼 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고 싶은데도, 30분 이내 잠이 들지 않거나 잠이 들어도 자고 깨는 것을 반복한다면, 또는 새벽에 잠이 깨서 잠들 수 없는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 부족 문제는 우선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면 부족을 해결하고, 잘 자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잠에 우선순위를 부여합시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수면 부족이 있다면,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건강에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둘째, 낮잠은 20분 정도로만 허용하고, 1시간 이상의 낮잠은 피하셔야 합니다. 과도한 낮잠은 생체 시계에 혼동을 주어 밤에 깊은 잠을 자는 데 지장을 줍니다. 낮잠은 잠깐의 꿀잠이어야 합니다. 

셋째, 졸려서 흔히 커피를 찾게 됩니다만, 오후 2시 이후에 먹는 커피는 주의하셔야 합니다. 혈중 카페인 농도를 반으로 줄이는데 4.5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오후 2시에 먹은 카페인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때는 자정에 가깝습니다. 커피를 줄이기 어렵다면, 디카페인 커피로 드십시오. 나이가 들면, 간에서 카페인을 대사하는 기능이 떨어져, 카페인의 영향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세요.

넷째, 수면 부족에 있어서 스마트폰의 끈질긴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누우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 금방 잠들 수 있었던 삶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누우면 핸드폰을 확인하는 일상을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은 파란색 빛을 방출하여 잠들려고 할 때 뇌를 깨웁니다. 자극적인 뉴스나 영상물을 시청하면서 잠자리에서 각성된 채 누워있게 되면, 숙면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단잠을 위해 스마트폰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 보지 않으려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수면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초저녁부터 침대에 눕는 것은 생체 시계에 혼동을 줄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얼마 못 자면 죽을 수 있다.’ ‘지금 자도 몇 시간밖에 못 자겠네.’라고 생각하는 것은 불안과 각성을 일으켜 오히려 숙면에 방해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몸 안에는 수면 항상성 기전이 존재합니다. 오랫동안 깨어 있는 것이 지속될수록 수면압력이 올라가 다음날 평소보다 깊게 잘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냅니다. 평소 잠드는 시간보다 30분 정도 수면을 보충하려고 하되, 그 이전에 잠들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반신욕을 하거나 사우나에서 몸을 뜨겁게 하고,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하는 것이 수면에도 좋고 통증 완화에도 좋겠습니다. 

오늘도 꿀잠 주무시고, 내일도 굿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하세요. 

 

참고문헌:

1. <나는 자고 싶다> 이상수, 엠엘커뮤니케이션. 2014.

2. Finan PH, Goodin BR, Smith MT. The association of sleep and pain: an update and a path forward. J Pain 2013;14:1539-1552

3.Taheri S et al. Short sleep duration is assciated with reduced leptin, elevated ghrelin, and increased body mass index(BMI). Sleep 2004;27:146-147.

4. Peszka et al. The effects of sleep deprivation on perceptual processes involved in human mating decisions. Sleep 2013. Research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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