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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 극복] 인싸 되는 공감적 대화법명절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명절 대화법 벼락치기 공부
이상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9.13 01:23

[정신의학신문: 부산서면 통통샤인정신과 이상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1> 

이번 명절에 큰집 갈 생각 하니 답답해져요. 나이도 나랑 몇 살 차이 안 나는 사촌오빠인데, 어이없게 꼰대 짓을 해요. 얼마나 친했다고. 몇 년 전부터 학교는 계속 다닐 거니? 대학 나와봤자 취직하기 어렵다고 다른 거 하라고 자꾸 그래요. 자기가 뭐라고요. 물론 제가 자기보다 좋은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라서. 처음에는 그냥 씁쓸해도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지금은 졸업하면 뭐할 거냐? 자꾸 심해져요. 눈치가 없는 건지 저한테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자기가 경찰공무원이 됐다고 '민중의 지팡이' 노릇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 급기야 아빠한테 스트레스받는다고 명절에 조용히 있으라고 해도 막무가내예요. 정작 제가 상처 받는 것에는 누구도 관심이 없어요. 저를 뭘로 보고 그런대요.
 

<사연 2>

어릴 때는 명절이 좋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아내랑 헤어지고, 집 밖을 나가지 않고부터는 부담스럽고, 싫더라고요. 삼촌들. 큰아버지가 전화가 오더니. ‘왜 이러고 있니? 계속 이렇게 있을 거니?’ 마치 인신공격까지 하는 것 같았어요. 아예 안 가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명절에 가면, 또 변함없이 그런 말을 듣고 답답하고 울적하더라고요. 괜히 나 때문에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이번 명절은 가지를 않으려고요. 그래도 전화는 한 통 드리려고요.
 

<사연 3>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명절이 싫었어요. 안 가려고 떼를 쓰거나, 어디가 아프다고 한 것 같아요. 아버지 쪽 먼 친척 때문인데요. 지금도 싫어하는 분이에요. 어릴 때부터 제가 체격이 좀 작은 편이었거든요. 명절에 가면 꼭 그분이 저한테 꼰대 기질을 부리셨던 것 같아요. 마치 저를 생각하시는 것처럼 포장하면서, '키가 그렇게 작아서 어떡할 거니?' 억지로 먹으라고 하고요. 명절이 뭔가요. 안 친한 사람들끼리 친척이라는 미명 하에 모여서, 일하는 것도. 남성들은 자기네들끼리 아무것도 안 하면서, 앉아서 노닥거리기나 하면서, 여성들이 상을 차리기 위해 음식을 만들면, 자신들이 제사상에 술 올리고 절하고, 정말 설거지 하나 안 하고요. 

명절이 끝난 후 엄마가 앓아눕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이건 아닌데 문제의식이 들었어요. 우연히 아파서 명절에 못 갔던 적이 한 번 있고요. 제 기억으로는 딱 한 번, 떼를 써서 안 갔던 적이 있어요. 커서도 명절을 여전히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도 가까운 친척은 그런 말을 안 해요. 지금은 '일 년에 한두 번씩 만나는 사람이다'라고, 일부러 제가 친한 척하려고 나름 노력을 해요. 그런 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겠죠.

 

사진_픽사베이

 

진료실에서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지난 명절 때 있었던 억울한 기억이 떠오르며,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명절증후군은 가족 외의 친척끼리 한자리에 모이게 되면서 겪는 고강도의 감정노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먹서먹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툭 던지는 그런 말들로 인해 한가위에 내 마음속에 가위질을 해대는 명절 분위기를 확 깨는 친척으로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면, 나중에 억울하기도 하고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공자님께서는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必有隣, 덕불고필유린). 덕에는 감화력이 있음을 말씀하셨죠. 미덕은 사람을 모으는 사랑스러움의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명절에 함께 있어서 덕담을 나누려는 이런 분위기가 언제부터인가, 덕담을 가장한 악담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의 원인을 공감하는 대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오로지 성적으로 줄 세우려는 입시 위주의 교육 탓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명절에 분위기를 깨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학교나 학원에서조차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벼락치기용으로 준비해봤습니다. 친척들을 만나기 전 숙지해야 할 조심해야 할 말들이 무엇인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시고 답을 맞혀 보십시오.

 

Q1. 다음 중 중고생인 조카가 명절에 듣기 싫어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

1. 공부는 잘하니?
2. 어느 대학 갈 거니?
3. 운동 좀 해라. 살 많이 쪘구나.

4. 넌 여태까지 뭐했니?
5. 키 좀 더 커야겠다. 많이 먹어라.
6. 차라리 기술을 배우는 것은 어떠니?
7. 스트레스 많을 때다. 용돈 필요하지?
 

Q2. 다음 중 취준생인 조카가 명절에 듣기 싫어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

1. 아직도 취업 못 했니?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래.
2. 그냥 아무 데나 취업해라
3. 졸업하면 뭐할 거니?
4. 누구는 취직해서 자리 잡았던데.
5. 알아보고 있는 회사는 비전이 있는 곳이니?
6. 쉬더니 얼굴 좋아졌구나.
7. 외모도 스펙이니 관리 좀 해라.
8. 부모님 고생하는 것 안 보이니?
9.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지내면, 언제쯤 효도하려고 그러니?
10.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Q3. 다음은 직장인인 조카가 명절에 듣기 싫어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

1. 결혼은 언제 할 거니?
2. 너희 회사 연봉은 얼마나 되니?
3. 그동안 돈은 좀 모았니?
4. 앞으로 계획이 뭐니?

5. 관리 좀 해라. 살 좀 빼라.
6. 명절 보너스는 두둑이 받았니?
7.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
8. 요즘 경기가 어렵다는데, 네가 다니는 회사는 괜찮니?
9.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Q4. 다음 중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명절에 듣기 싫어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

1. 우리 애는 요새 말라가는데, 너는 요새 얼굴이 좋아졌구나. 부은 거니?
2. 연휴가 긴데, 며칠 더 있다 가려무나.
3. 왔니? 이번에 음식은 넉넉하게 준비해야겠다.
4. 둘째는 아직 소식이 없는 거니?
5. 우리 아들은 귀하게 키웠다. 너랑은 다르다.
6. 너희 엄마는 딸 시집보내면서 그런 것도 안 가르쳐 주셨니?
7. 가면 갈수록 어쩜 이렇게 예뻐지니?
 

Q5. 다음 중 며느리가 시어머니께 명절에 듣고 싶을 수 있는 말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

1. 우리 애기. 와줘서 고맙구나.
2. 함께 하니 행복하구나.
3. 연휴도 긴데, 여행이나 다녀오려무나.
4. 음식은 나가서 사 먹기로 했다. 잘 쉬다 가려무나.
6. 우리 아들이랑 살아줘서 고맙구나.
7. 용돈을 주고 싶구나.
8. 자주 좀 오려무나. 
 

Q6. 다음 중, 시댁에 갔다 온 아내가 남편에게 듣고 싶을 수 있는 말이 아닌 것을 고르시오.

1. 여보, 고생했어.
2. 고마워. 내 마음 알지?
3.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4. 다음번에 내가 다 할게. 내일은 푹 쉬어.
5. 우리 부모님, 원래 그러셔. 당신이 좀 참아. 

 

어떠셨습니까? 답안은 마지막 문항인 것 눈치채셨나요? 현대사회를 살면서 함께 머무르며 좋은 것을 나누고 남을 배려하는 이타주의는 점점 부족해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학회 때문에 호텔에 머무를 기회가 있었는데, 숙박 후기에 대한 질문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직원이 고객을 진심으로 배려하는가?’ ‘직원이 나와 나의 선호사항을 기억하며 주목하고 있는가?’ 한 인간을 존중하려는 호텔의 핵심가치가 느껴져서, 다시 머무를 의향이 있음을 적었는데요. 친척에게 말을 함에 있어서,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해서 하는 말인지, 상대의 선호사항을 기억하며 말을 조심할 수 있다면, 최소한 명절의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명절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남들이 좋아하는 인싸 친척으로 기억되려면 어떻게 할까요?

 

사진_픽사베이

 

원칙적으로 남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으려면, 먼저 남들을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면 됩니다. 그것은 남들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나도 남을 대접한다는 대인관계의 황금률을 실천하는 방법이겠죠. 다시 말해, 먼저 상대방에게 가치 있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말을 해준다면, 우리 역시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인 감정을 되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각자도생의 무한개인주의를 살고 있는 시대에 명절에 잠시나마 상대방의 안부를 묻고, 좋은 음식과 덕담을 나누는 이타주의는 희소한 것이기에 명절의 의미는 고독한 현대인들에게는 원래 향수처럼 각별한 의미가 있을 수 있죠.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라도 좀 더 조심하면서, 배려해주는 말 한마디로 훌륭한 어른으로 대접받는 것은 우리 존재의 품격을 높일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행복감과 만족감을 줄 좋은 기회입니다.

 

가수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들으면,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는 노래 가사가 나옵니다. '네가 좋으니까, 너와 함께 이 바다를 단지 걷고 있어도 좋다는 감정을 노래하며 밤바다의 아름다운 경험을 이 순간 그저 함께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사랑스러우면 함께 하고 싶다는 본질을 노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명절의 본질은 함께 하니까, 그저 좋은 것입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음식을 먹고, 잘 지내라는 말 한마디만 해도 충분히 좋은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뭔가를 더 해주지 않아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좋고, 그 사람과 좋은 것을 나누고 싶기에, 상대방에게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게 합니다.

법정스님은 ‘이웃에 대한 보살핌은 자선과 보시가 아니라 자기를 확대하는 경험’이라고 말했습니다. 명절을 맞아 가깝지도 않고, 그리 멀지도 않은 진정 내 옆에 있는 친척에게 좋은 것을 주고 있는가? 좋은 말을 나누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결국 남을 배려하거나 남과 함께 있어 주는 작은 이타적 행동도 자신에게 유익한 경험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좋은 것을 나누는 이타적 행동을 추구할수록 점점 그런 행동이 주는 정신적 만족이 강력해짐을 압니다. 기부를 한 사람이 계속 기부를 하는 것도 기부를 통한 만족감의 효과를 자신이 더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명절에는 취준생 조카들에게 용돈도 좀 팍팍 주시면 좋을 것 같군요. 

무엇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 사람의 필요를 채워준다면, 나도 결국은 사랑받을 것입니다. 시어머니일지라도 마찬가지겠죠. 그런 이타적인 행동은 자신을 가치 있게 대접하는 것이고,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들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로 불편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아셨다면, 이번 명절에는 상대에 대한 정보를 조금 파악하고, 할 말을 미리 생각해 보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말조심이 필요하다는 것만 아시고 명절에 임하신다면 명절 스트레스 날려주는 인싸로, 명절에 꼭 보고 싶은 친척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늘 응원합니다. 마음까지 풍성한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이상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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