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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과도한 걱정, 치료가 필요할까요?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1.16 01:17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이런 고민이 생긴 지는 몇 년 된 거 같아요. 먼저 저는 30대 남자입니다. 전 여자친구와는 몇 년 전 헤어졌고 그 후 현재 여자친구와 만나서 지금까지 사귀고 있습니다.

문제는 작년 초에 생겼는데요. 전 여자친구 근황이 궁금해서 카톡에 친구를 추가해서 프로필 사진을 한번 봤는데요. 아기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더라고요. 갓난아기 사진과 몇 달 후의 사진 같은 것이었습니다.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것인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어요. "혹시 저 아기가 내 아이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물고 생겼습니다. 헤어질 당시 임신의 위험이 있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기억하지만, 혹시라도 내가 기억 못 하는 어떤 행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반복해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전 여자친구에게 연락해서 한번 만났지요. 그래서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카톡에 있는 아기 사진이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조카라고 하더군요. 저는 안심했고 전 여친과 작별하며 다시 일상생활로 잘 돌아가는 듯했어요. 전 여친 일은 기억에서 없어진 듯했어요. 그 후에도 간혹 근황이 궁금할 때가 있었지만 혹시라도 아기 사진이 추가로 올라와 있으면, 과거의 걱정이 다시 생길까 봐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중순, 어느 정도 시간도 지났고, 이제는 전 여친 프로필 사진에 조카 사진이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이 되어서 한번 다시 들어가 보았어요. 이제 제법 큰 조카 사진이 몇 장 올라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진을 보니까 몇 년 전 그 증상이 다시 생겼어요. 이미 직접 만나서 조카라는 말을 들었지만, "혹시나 내 아이인데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조카라고 속인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걱정이 다시 꼬리를 물더군요.

혹시나 현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전 여친이 나타나서 ‘사실 조카가 아니고 네 애였어’라고 하면 어쩌지? 그럼 내 행복은 다 망가져 버릴 텐데...라는 걱정이 제 일상을 지배해 버리게 됐어요. 평소에 꾸준히 하던 운동도 안 하게 되었습니다. 몸이 좋아져서 행복해져도 ‘혹시나 그 조카가 내 애라면 내 행복은 송두리째 날아가겠지.’, 가끔 고향에 내려가서 가족을 만나도 ‘혹시나 미래에 그런 일이 생기면 부모님이 얼마나 실망이 크실까?’

다시 전 여친을 만나본 들 그 사진은 조카라고 말할 것이고, 여러 정황상 그것이 사실일 확률이 훨씬 높은 것 같지만, 저의 망상 때문에 행복을 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 망상으로 인해 현재와 미래의 행복이 깨질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이 계속 듭니다. 사실 유전자 검사라도 하지 않는 한 100% 확실한 건 없는 거잖아요... 전문가의 시선으로 봤을 때 현재 저의 상황이 심각한 것인지, 치료가 시급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 신재현입니다.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불편하시겠어요. 과거의 실수로 인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편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네요.

조금 다른 이야기를 잠깐 해볼게요. 혹시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추락해 사망할 확률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구글을 통해 검색해보면 놀랍게도 그 확률이 바로 나오는데요. 바로 0.0000001%(대략 천만번 중 한 번)입니다. 굉장히 낮은 확률이지요. 비행기를 타고 가는 승객은 가지각색인데, 어떤 이는 비행기가 떨어지거나 사고가 날까 봐 굉장히 불안해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비행기가 추락할 걱정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이 두 사람에게 적용되는 통계적 확률은 동일하다는 겁니다. 즉, 아무리 불안해하고 걱정한다 해서 그 확률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의연하게 비행기를 타는 것, 그리고 불안해하며 비행기를 타는 것 중 어떤 태도를 취하고 싶으신가요? 아마 답은 나와 있을 것 같아요. 또, 이런 굉장히 낮은 확률이라면 걱정하지 않는 쪽이 더 보편적인 시각일 거라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보편적인 시각을 굳이, 불안의 고통을 감수해가며 외면할 필요가 있을까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의도적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물론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겠지만요.

질문자님의 걱정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차이는 질문자님께서 그 사건에 대해 과도하게 의미부여를 하고, 확대해석하고 있다는 것이겠죠.

전 여자친구가 그 사진 속 아이가 자신의 조카라는 말을 이미 했다면, 그 아이가 실제 질문자님의 아이일 가능성은 그 자체로 매우 떨어집니다. 굉장히 낮은 가능성에 대해 확대해석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또, 그 가능성에서 꼬리를 물고 굉장히 끔찍하고 파국적인 결말로 이어지고 있고요. 이를 인지오류 중 <재앙화 사고>라 합니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단 1%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비행기를 타면서 굳이 떨어질 위험에 대해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것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는 것은, 스스로 불안해지기로 ‘선택’하는 것과 같아요. 질문자님께서 마주하고 있는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과 실제 일어남은 굉장한 차이가 있는데, 심지어 일어날 가능성도 굉장히 낮습니다. 낮은 가능성에 대해 확대해석하는 경향은 평소 불안이 많은 분들의 전형적인 사고 패턴입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강박적인 성향입니다. 강박증적 성향이 강한 이들은 한 가지 사고에 소위 ‘꽂혀버리면’ 과도하게 그 생각과 상황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불안한 부분에 대해 답을 찾으려 하고, 안도를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으려 하는 행동이 이어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을 멈출 수가 없게 되기도 하고요. 만약 그러하다면 생각과 거리를 두고 보려 하는 연습, 그리고 그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스러지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생각 그 자체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도 이 세상엔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 주의와 확인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게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자신이 과거 했던 일이 현재의 위험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그랬든 대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저 가능성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불안이 위와 같은 생각으로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셔서 평가와 도움을 받으시길 권유드립니다.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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