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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상담 치료란?“It's not your fault.” (영화 ‘굿 윌 헌팅, 1997)
김태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10.12 01:39

[정신의학신문 : 김태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화 ‘굿 윌 헌팅’은 학문 분야에서 천재적 소질을 가지고 있지만 어려서부터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탓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던 청년이 심리 치료를 통해 세상을 박차고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심리 치료란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그 과정들을 보여주면서 심리 치료란 것이 어떤 것인지 일반인들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흔히 사람들은 심리 치료를 받게 되면 자신의 문제가 바로 해결되면서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심리 상담을 받으면 바로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기분이 나아져야 심리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듯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심리 문제는 심리 상담을 통해 바로 해결되지 않고 상담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생활에서 계속해서 지루하게 이어질 뿐이다. 정신과 상담은 자신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끊임없이 계속해서 반복한다. 이 일상생활은 심리학 교수 숀의 작고한 아내를 처음 만났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한 이야기를 서로 하는 수 있다.

대부분 일반인들은 이런 일상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 왜 심리 치료가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환자들은 오히려 이런 일상사 이야기들이 반복되면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으러 왔지 난 일상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화를 내기도 한다. 일반인들은 감기에 걸려 두통, 기침과 콧물이 심해 의사 진료를 받아 의사가 처방한 약을 먹으면 증상이 나아져 치료됐다고 생각하듯 심리 치료를 받으면 스트레스가 풀려 불안과 우울 증상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해서 심리 치료가 잘 되었다고 볼 수가 없다. 

사진_픽사베이

 

윌이 심리 치료를 받으면서 그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지내다 맥주집에서 공부를 해서 안다고 아는 척하는 대학생을 면박 주면서 의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여대생을 만나게 된다. 이러는 와중에 혼자 있는 지하철 내에서는 윌은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쓸쓸함에 둘러싸여 우울한 모습을 내비치곤 한다. 어디론가 윌은 가고 있지만, 공사판과 허름한 집을 반복하면서 무엇인가 무의미한 삶에 대해 무엇인가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윌은 이런 감정들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윌은 인문과 과학 분야에 천재적 소질을 가지고 있어 수학과 교수가 평생 고민하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고 의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여자 친구의 어려운 화학 과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취직과 연관 있는 공식적 면담에서 보이는 반항적 태도나 여자 친구와 관계에서 보듯 자신의 속 이야기나 자신에 대한 감정들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공감하지 못해 사회성이 떨어지게 된다.

 

정신과 진료를 하다 보면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던 너의 속마음을 정신과 선생님께 솔직하게 다 말해라.’ 하면서 아이에게 보다 더 자세하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도록 바란다. 그러나 윌처럼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속내 혹은 감정들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다 더 자세한 평가나 탐색을 통해 알아보면 자신의 감정을 상황별로 명백하고 구체적으로 잘 느끼지 못한다. 또한, 불편한 감정들에 대해 부담감 때문에 좋은 감정이나 싫은 감정들 구분 없이 억제하거나 의식적으로 억압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서 불편한 감정들을 느끼는 상황을 자꾸 피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는 경험이 줄어들게 되면서 자아는 감정을 조절하는 기회들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다 보면 작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쉽게 불안감에 압도되어 판단력을 잃게 되어 이에 따른 분노감 표출로 타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행동에 끊임없이 자책하고 자아상은 상처를 받게 된다.

윌이 대학생들이나 권위자에 대해 이죽거리는 태도와 언행을 보이는 것은 윌의 열등감이 수동 공격적으로 표출되는 모습이지만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학대받으면서 냉소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부모로부터 배운 모습이기도 하다.

 

윌의 이런 모습들이 숀과 심리 상담하는 상황에서 조금씩 비추어지면서 숀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한다. 심리 상담을 하게 되면 환자들로부터 윌과 같은 모습들이 나타난다. 환자는 자신의 이런 언행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자는 환자의 이런 모습을 섣불리 이야기하다 치료자와 환자의 치료 관계가 깨질 수가 있어 ‘직면(confrontation)’하지 않는다. 따라서 치료자는 환자가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객관화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환자는 꼭꼭 숨겨뒀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여러 이야기들이 반복하게 되고 이런 과정들이 치료적 동맹 관계를 보다 더 강화한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들은 이런 과정들이 별다른 것이 없어 보이므로 윌의 심리 치료를 의뢰한 숀의 대학 친구 수학 교수 제랄드가 숀의 치료가 잘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기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심리 치료는 가장 중요한 상황까지 의미 없어 보이는 상담을 수없이 반복해야만 한다.

 

윌은 펍에서 우연히 의과대학을 진학하게 될 여대생을 만나게 되고 둘 사이는 가까워지면서 사랑하게 된다. 윌을 사랑하는 여자 친구는 윌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윌과 가까이 지내는 친구 그리고 가족들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지만 윌은 자신의 감춰진 열등한 환경과 속마음을 알고 여자 친구가 거절할까 봐 피한다. 여자 친구와 더 가까워질수록 윌은 여자 친구에게 부담을 느끼게 되고 결국 여자 친구와 심하게 싸우고 헤어지게 된다.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면서 윌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받았던 자신의 과거를 숀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윌은 과거 부모로 받았던 이야기를 하면서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그 상황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 윌은 ‘이렇게 된 것은 다 네 잘못이야.’ 부모가 화가 나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을 비난하던 말들을 떠올리면서 괴로워하면서 오열한다. 그러면서 윌은 여자 친구를 공격하면서 비난했던 것도 자신이 다 잘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면서 심하게 자책한다. 과거에 그랬듯이 자신을 비난하면서 괴로워하는 윌에게 숀은 “It's not your fault."라고 하면서 오열하는 윌을 감싸고 위로한다.

 

윌이 받았던 어린 시절 부모 폭력 trauma와 여자 친구와 이별은 연관성은 없다. 그러나 윌은 부모로 받은 비난과 여자 친구 이별에 대한 죄책감과 연관해서 받아들이고 괴로워한다. 이처럼 사람은 현재 상황을 연관이 없는 과거 자신의 경험과 연관해서 왜곡해서 받아들인다. 이런 현상은 일정한 패턴을 그려나가게 되면서 대인 관계를 만들어나가게 되는데 치료자는 환자의 왜곡된 경험을 재경험화하는 과정을 통해 교정하는 작업을 한다. 숀의 “It's not your fault."란 말 한마디가 교정하는 역할을 하게 되고 윌은 이 말 한마디에 자신이 반복해서 경험한 것들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숀의 이런 따뜻한 위로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윌은, 숀의 이런 따뜻한 위로 말 한마디에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 어안이 벙벙하지만 “It's not your fault." 하면서 자신의 괴롭고 힘든 마음을 진정 이해해주고 감싸주는 숀의 마음에 안정을 되찾는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윌은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 경험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게 된다.

 

영화 <굿 윌 헌팅> 中

 

영화 마지막은 어디론가 가는 장면인데 이차에 여자 친구에게 용서를 빌러 떠나는 빌을 상상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말이다. 

사실 영화이기에 “It's not your fault." 하면서 환자와 치료자가 서로 안고 감격하지만 실상 정신과 상담 치료에서는 이렇게 과격한 표현은 하지 않는다. 단지 조용하게 “It's not your fault."라고 언급하고 환자가 오열하고 우는 동안 스스로 그칠 때까지 기다려줄 뿐이다. 겉으로는 별다른 것은 없지만 그동안 환자는 수없이 많은 것을 느끼게 되고 치료자는 이런 느낀 감정들을 언어로 표현하게 하도록 지지한다. 

이런 과정들이 바로 상담 치료이다.

 

김태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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