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 inflammation from Alzheimer's disease. Credit: NATIONAL INSTITUTE ON AGING/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무용지물." 이것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가득 찬 '뉴런 죽이는 단백질 조각(neuron-killing protein fragment)' -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를 겨냥하는 신약에 대한 두 건의 임상시험에 붙은 충격적인 딱지다. 큰 기대를 모았었는데!(참고 1)

아두카누맙(aducanumab)을 개발해 온 파트너 제약사 -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바이오젠(Biogen)과 도쿄에 있는 에자이(Eisai)는 3월 23일, "무용성분석(futility analysis) 결과를 본 뒤, 두 건의 임상 3상(phase III trial)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참고 2). 그 분석에서, 한 독립적인 위원회는 "아두카누맙은 인지능력 쇠퇴를 의도했던 것만큼 지연시킬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에 「베타아밀로이드 접근방법」에 가해진 결정타는 연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게 한다. "남아있는 다른 항(抗)아밀로이드약물 임상시험은 호전될 가능성이 있나, 아니면 차제에 접근방법 전체가 음, 무용지물이라고 선언해야 하는 걸까?"

데릭 로(유기화학)는 3월 23일 자신이 운영하는 제약산업 블로그 "In the Pipelune"에 이렇게 썼다(참고 3). "아밀로이드와 알츠하이머병 사이에는 분명히 모종의 관계가 있다. 가설을 기각하기에는 증거가 많아도 너무너무 많다." (이 블로그는 "ScienceInsider"와 마찬가지로 AAAS가 발행하는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서 호스팅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무슨 관계가 있다면, 그동안 아밀로이드를 파헤치려고 했던 모든 시도가 ... 일말의 임상적 이점을 보여줬어야 하기 때문이다."

 

믿는 구석이 있었는데...

머크와 일라이일리(참고 4), 그 밖의 제약사들이 개발한 항아밀로이드 약물들이 번번이 실패했지만, 아두카누맙만큼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할 만한 이유는 있었다. 아두카누맙은 (뉴런 주변에 축적되어 뉴런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사멸시키는) 끈끈한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달라붙어 그것을 제거하도록 설계된 항체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플라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이번 임상시험을 낙관할 만한 이유 중 하나였다"라고 브리검 여성병원의 데니스 셀코(신경학)는 말했다. 그는 두 임상시험 중 하나에 등록했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또한 몇몇 연구들은, 아두카누맙이 (다른 약물들이 건드리지 못하는) 가장 지독한 아밀로이드 형태 - 소위 올리고머(oligomer)를 공격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게다가, 이번에 취소된 아두카누맙 임상시험(ENGAGE, EMERGE)의 경우, '인지능력 손상'과 '뇌 안의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모두 해당되는 환자들을 모집한 최초의 연구였다"라고 일리노이 주 시카고 소재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의 의학/과학책임자 헤더 스나이더는 지적했다. "항아밀로이드 약물에 관한 선행 임상연구에 참가한 환자의 20-30%가 실제로는 아밀로이드가 유의미하게 축적되지 않았었는데, 이는 그 임상시험들이 실패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이점들이 아두카누맙을 계속 뒷받침해 주지는 않았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뭐가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안전성 문제 때문에 취소한 것은 아니다"라고만 적혀 있다. "설사 임상시험에 등록한 사람들이 '경미한 초기 형태'의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였다고 해도, 질병이 이미 많이 진전되어 아두카누맙의 아밀로이드 청소효과(amyloid-clearing effect)가 도움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라고 셀코는 말했다.

 

실낱같은 희망

만약 셀코의 말이 사실이라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임상시험은 '임상적 증상이 전혀 없지만, 치매발병의 위험이 높은 사람'의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겨냥하는 임상시험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1) 2020년에 결론이 나기로 되어있는 「무증상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항아밀로이드 치료(Anti-Amyloid Treatment in Asymptomatic Alzheimer's)」라는 임상시험(참고 5)은 '뇌영상 촬영에서 아밀로이드가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억상실의 징후가 전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라이릴리가 선행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바 있는) 솔라네주맙(solanezumab)의 효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2) 그리고 「유전적 우성 알츠하이머 네트워크 임상시험(Dominantly Inherited Alzheimer Network trial)」의 경우(참고 6), 제약사와 학술기관들이 손을 잡고 (변이를 보유하고 있지만 증상은 전혀 없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솔라네주맙과 또 한 가지 아밀로이드 겨냥 항체(amyloid-targeting antibody)의 효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3) 또 하나의 실패한 후보약물(failed drug candidate)인 크레네주맙(crenezumab)의 경우, 아직 질병의 전임상기(preclinical phase of disease)에 있는 '알츠하이머 변이를 보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재도전하고 있다(참고 7).

그런 가운데 다른 비아밀로이드 접근방법(nonamyloid approach)들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신경 안에 축적되는) 타우(τ) 단백질을 겨냥하는 약물들도 포함되어 있다. "아두카누맙 연구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기다리는 동안, 여러 가지 후보표적을 적극적으로 광범위하게 추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 소재 미 국립 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의 리처드 호즈 소장은 말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아두카누맙이 퇴장한 후, 셀코는 자신이 치료하는 환자 중 일부를 항타우 접근방법(antitau approach)의 임상시험에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경미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에 대한 항아밀로이드 치료를 단념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리고 일부 제약사들도 셀코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예컨대, 스위스의 제약사 로슈는 간테네루맙(gantenerumab)의 저용량 시험이 실패한 후에도 용량을 높여 임상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다른 두 개의 항아밀로이드 약물에 대한 협동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BAN2401이라는 항체인데, 임상 2상(phase II trial)에서 1차종말점(primary endpoint)을 충족하는 데 실패했지만, 두 회사는 여전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참고 8). 또 하나는 엘렌베세스타트(elenbecestat)로, 아밀로이드 생성을 차단하는 분자다. 두 회사는 "아두카누맙의 결과가 BAN2401와 엘렌베세스타트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을 바꿀지 여부"를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 (3월 22일, 에자이는 1,566명의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모집하여 BAN2401의 임상 3상을 론칭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임상시험에 계류되어 있는 항아밀로이드 약물들에 대해, 스나이더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파이프라인에 있는 후보약물들의 개발을 계속해야 한다. 그것들이 그곳에 있는 이유는, 과학이 그렇게 제안했기 때문이다."

 

※ 참고문헌
1.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75533&SOURCE=6
2. http://investors.biogen.com/news-releases/news-release-details/biogen-and-eisai-discontinue-phase-3-engage-and-emerge-trials
3. http://blogs.sciencemag.org/pipeline/archives/2019/03/21/a-brief-note-about-alzheimers
4. http://blogs.sciencemag.org/pipeline/archives/2016/11/23/eli-lillys-alzheimers-antibody-does-not-work
5. https://www.clinicaltrials.gov/ct2/show/NCT02008357
6. https://www.clinicaltrials.gov/ct2/show/study/NCT01760005
7. https://www.clinicaltrials.gov/ct2/show/NCT01998841?term=crenezumab
8. http://www.sciencemag.org/news/2018/07/new-alzheimer-s-drug-shows-hints-promise-inventive-trial

※ 출처: Science http://www.sciencemag.org/news/2019/03/another-major-drug-candidate-targeting-brain-plaques-alzheimer-s-disease-has-failed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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