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이수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환자분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제가 꼭 상담치료가 필요한가요?"입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뭐라고 대답을 해드려야 할지 고민이 들 때가 많습니다.

먼저 모호한 용어인 상담이라는 것에 대해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상담은 광범위한 용어인데, 기본적으로는 대화를 통해 환자를 치유시켜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상담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counseling(직접적으로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제시하는 상담)이고 다른 하나는 psychotherapy(정신치료,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해서 자기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도록 하는 상담)입니다.

예를 들면 소아정신과에 부모님이 아이들 문제가 있어서 왔을 때 제가 어떻게 하시는 게 좋겠다고 바로 직접 알려드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담은 counseling에 가깝습니다.

반면에 psychothepray(정신치료)는 치료자와 환자의 주기적인 만남(1주에 1~2회)을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으로, 한 번 뵐 때마다 45분 정도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치료자는 주로 환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며 그중에서 치료자가 충분히 이해한 부분을 환자에게 돌려드리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환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기도 합니다.
 

사진_픽셀


제가 권유드리는 상담은 psychothepray(정신치료)입니다. "제가 꼭 상담치료가 필요한가요?"라고 물어보시는데, 이에 대한 제 대답은 "꼭 필요한가 아닌가는 없다, 누구든지 하면 도움이 된다"입니다. 이는 마치 운동을 하면 신체가 건강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정신치료는 마음의 운동과 비슷해서 누가 하든 마음이 건강해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받는 것을 아침에 조깅하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투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을 따라가기도 하고, 지금 크는 아이들이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10~20년 뒤에는 정신치료를 받는 문화가 좀 더 보편적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누구나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되지만 특히 당뇨나 고혈압이 있으면 운동이 도움이 많이 되겠죠. 마찬가지로 정신치료도 특정 질환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으로는 경계선 성격장애가 이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분들이 다 정신치료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자가 정신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도 환자들이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가 느끼는 치료의 필요성, 치료 동기가 훨씬 더 정신치료를 시작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의사가 운동을 권하는 것보다, 환자가 자신이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야 운동을 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상담을 권유드릴 때 좀 복잡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정신치료는 하면 누구나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할지 말지는 환자의 동기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신치료는 누구든 하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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