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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무서운 여중생 A - 친구관계로 자녀가 힘들어할 때
송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9.02.24 10:41

[정신의학신문 : 송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런 상태로는 학교를 도저히 못 다녀요. 친구들 앞에서 말 한마디 해놓고 실수한 게 있나 눈치를 봐요. 저도 노력해볼 만큼은 했어요. 그냥 자퇴하고 마음 편하게 공부할게요.”
 

중학교 2학년 A는 2학기가 시작되자 집에 돌아왔을 때 어두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신의 방에서만 지내게 되었습니다. A는 어머니에게 ‘학교 가기 싫어’라는 말을 몇 번 했지만 어머니는 '해야 할 것이 많아져 힘든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는 부모님에게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선언을 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늘 모범적으로 생활해 오던 A였기에 부모님은 매우 놀랐습니다.

부모님이 이유를 물어보니 A는 친구들과 사이가 안 좋아져서 회복이 어렵다고 합니다. 이를 학교 선생님에게 알리니, 학교 선생님도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아버지는 A에게 공부를 안 해도 되고 친구가 없어도 되지만, 학교는 무조건 가야 한다고 다그쳤습니다. 어머니는 A를 달래보기도 하고 기분전환을 시켜주기 위해 같이 시간을 보내줘도 자퇴를 하겠다고 고집하자 화가 나셨습니다.

부모님이 A에게 화를 낸 날에는 A는 방에서 손톱으로 자신의 피부를 긁고 피를 내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부모님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자 막막한 심정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학교 폭력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자퇴를 한다니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것도 못 견디면 나중에 사회생활은 잘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도 A에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A가 너무 예민한 것 같아요.”
 

사진_픽셀


A가 그동안 또래관계를 어떻게 맺어오고 현재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내성적이고 규범적인 성향의 A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반의 여자아이들과 원만하게 지내려고 매우 노력하였습니다. 웬만한 것은 친구들에게 양보하고 지내서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이후 수행평가, 시험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어도 5명으로 구성된 또래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저녁 9시 즈음에는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서 친구들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매주 가요 프로그램도 챙겨 보았습니다. 시험이 끝나는 날에는 피곤해도 아이들이 원하면 노래방도 가고 친구들에게 떡볶이도 사주었습니다.

A는 또래 그룹 아이들 중 B와 맘이 잘 맞고 친해져 진짜 친구라 믿었고, 평상시에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그룹 내 아이에 대해 ‘C는 너무 재수 없어. C 때문에 피곤하다’라고 말한 일이 있었습니다. 진짜 친구라 비밀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 이야기는 아이들 사이에 금세 퍼지게 되었습니다. A가 친구들에게 다가가면 분위기가 서늘해지고 C는 교실에서 ‘착한 척하는 인간이 뒤통수를 치더라. 너희도 조심해’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A는 B에게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자 ‘친구들은 믿을 게 못 되는구나. 잘해줘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체 채팅 방에서도 A를 겨냥하는 말들이 쏟아지고 채팅 방에서 나오려고 해도 아이들이 다시 초대를 하여 그 말들을 계속 들어야 했습니다.

A는 또래 그룹에서 빠져나왔을 때의 상황도 생각해보았습니다.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하고 수행평가를 같이 할 아이가 없어지고, 따돌려지는 아이로 비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퇴밖에는 해결책이 없는데 부모님이 이를 알아주지 못하니 너무 속상했습니다.

 

A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두려움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친구들에게 늘 좋은 평가를 받으려 애쓰다 보니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습니다. 따돌림을 당하며 느끼는 고통을 피하려고 하다 보니 자퇴를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불편한 감정이 들 때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고 이를 잘 다루어 견뎌내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도와주기 위해서 부모님과의 소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하지만 부모님도 A가 자퇴라는 말을 꺼냈을 때의 감정을 아직 추스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A를 이해하기 위해서 부모님은 자신들의 실망감, 분노와 타인에 대한 의식에 대해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처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대화를 하기 힘듭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와 부모님 모두 중용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A는 자퇴를 고집하고 부모님은 자퇴를 반대하지만 각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선택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가 아니라 다양할 수 있습니다. 일단 A는 조퇴를 하더라도 학교를 유지하면서 대안을 생각해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A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하였고 부모님은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대화방법을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A는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고 받아들이게 되면서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자퇴를 하려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이 A를 힘들게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기에 두려움을 참고, 자신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경고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일대일로 만나 친구의 생각을 들어보고 A가 원하는 것을 간결하게 말해 보았습니다. 부모님과 대화를 이어가며 도움을 받으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A의 생각, 대처방식을 비난하지 않고 A가 이 일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는 것을 도와주기로 하였습니다.

청소년기의 자녀가 친구 관계로 힘들어할 때 부모가 직접 해결해 줄 수 없지만 자녀와 부모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경험을 통해 자녀에게 힘을 보태어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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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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