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조성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힘들어하시는 건 뭘까요? 바로 '불면증'입니다.

 

​빨리 잠이 안 와요.
잠에서 자꾸 깨요.
새벽에 일찍 깨요. 
밤에는 잠이 안 와요.
자꾸 늦잠을 자게 돼요. 
오늘 밤도 잠을 못 잘까 봐 걱정돼요. 
밤이 오는 게 무서울 지경이에요.

위와 같이 다양한 어려움을 이야기하십니다.

"잠을 못 자면, 수면제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수면제 복용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장기간 부적절한 수면제 복용은 불면증을 악화시키게 됩니다. 

 

불면증을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면은 신체의 휴식뿐 아니라 마음의 휴식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질 좋은 수면은 낮에 있었던 안 좋은 기억을 필터링해주고, 중요한 것을 기억할 수 있게 해 주며, 새롭게 에너지를 채워주는 역할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TV나 컴퓨터를 끄지 않고 계속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더 빨리 고장이 나겠죠? 수면 또한 우리 몸과 마음에 적절한 휴식을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불면증은 몸과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당뇨 환자에게는 당 조절을 나쁘게 만들기도 하고, 만성 신체 통증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또한 우울, 불안, 짜증,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등의 심적인 영향도 큽니다. 방치하게 되면 결국 병으로 이어집니다.


일단 불면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1. 첫 번째로, 정말 잠을 못 이루는 증상만 나타나는, '불면증' 그 자체인 경우가 있습니다. (일차성 불면증)

2. 두 번째로는 다른 정신과 질환 때문에, 불면증도 같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차성 불면증)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는 정신과적 질환은, 우울증, 적응장애, 스트레스, 양극성장애, 공황장애, 조현병, ADHD, 강박증, 식이장애 등등등 아주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잠을 못 자요~"라는 증상 뒤에는 다른 정신과적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수면제 복용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오셔서 상담도 받고 검사도 받으셔서 제대로 원인 질환을 따져보고 치료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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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질환에 따라 어떻게 치료가 다를까요? 

1. 일차성 불면증

불면증 그 자체라면, 일단 불면 증상을 악화시키는 생활습관을 고치고, 잠자리 환경을 좋게 만들고(수면 위생 향상), 수면에 대한 왜곡된 인지 개선시켜(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하게 됩니다.

2. 이차성 불면증

원인 질환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라면 항우울제, 공황장애라면 항불안제, 조현병이라면 항정신병 약물, ADHD라면 정신자극제 등 각각의 질병에 맞는 약물을 써야 합니다. 특히 ADHD도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다른 경우와 다르게 정신자극제를 적절히 쓰는 것이 불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약물치료와 마찬가지로 수면 위생 개선,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등을 함께 하면 원인 질환이 좋아지면서 불면증에서 탈출하고 궁극적으로 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결국 두 가지 불면증 모두 숙면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이 정말 중요한데요, 숙면을 위해 피해야 할 그리고 해야 할 습관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숙면을 위해 피해야 할 습관 

1.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피하세요.

- 카페인은 아시다시피 각성을 시켜주는 물질입니다. 물질 구조가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아미노산과 유사합니다. 아데노신은 우리 뇌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쌓이는 피로물질입니다. 이 아데노신이 쌓이면 졸음을 유도합니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이 작용하지 못하게 방해함으로써 각성효과를 만들어내는 물질입니다. 그래서 카페인 음료를 피하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커피, 홍차, 녹차, 박카스, 에너지음료(레드불, 몬스터 등), 초콜릿에 카페인이 있습니다. 커피만 피하실 게 아니라 이런 음료/식품 모두 피하셔야 합니다. 오후에는 특히 더더욱!


2. 술을 피하세요. 

- 잠이 잘 안 오면 술을 마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 술(alcohol)은 뇌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GABA receptor) 작용하여 뇌의 전체적인 활동성을 줄이고, 졸음을 유도합니다. 술을 매우 매우 많이 마시게 되면 호흡/맥박과 같은 필수적 기능까지 억제해서 죽음에 이를 수 있습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술 많이 마시고 돌아가신 분이 있는 뉴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술을 장기간 복용하면 내성과 금단으로 인해 점점 불면이 심해집니다. 아울러 우울/불안장애도 심해집니다. 수면에 들기 위해 오늘 마신 술이 내일에는 더 큰 불면으로 돌아옵니다. 


3. 낮잠을 피하세요. 낮에 누워있는 것도 피하세요. 

- 불면으로 전날 잠을 자지 못하면, 다음날 피로감이 심해서 조금이라도 자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낮잠은 밤잠을 방해해서 야간에 불면을 더 심하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 낮에 누워있는 것도 우리 뇌는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야간 숙면을 방해합니다. 

- 낮에 자는 시간/ 누워있는 시간의 2-3배 정도를 야간에 방해받습니다. 


4. 침대에서는 스마트폰과 TV를 멀리하세요.

- 스마트폰과 TV에서 나오는 blue light는 시신경을 자극하여 숙면을 방해합니다. 

- 자극적인 콘텐츠나 자극적인 게임은 교감신경을 자극시켜 수면 유도를 방해합니다.


5. 저녁 과식, 자기 전 야식을 삼가세요. 

- 고단백질 식사는 수면을 방해합니다. 설탕이나 물엿과 같은 단순당이 많이 포함된 음식도 수면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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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을 위해 해야 할 것 

1. 자주 햇빛을 보고 신체활동을 하세요. 

- 햇빛을 보고 일정한 속도로 걷는 운동/산책 정도의 활동은 20-30분 정도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 우리 뇌 안에, 정확하게는 뇌하수체 밑에 송과체(pineal gland)라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 몸의 아침-저녁의 규칙성, 즉 일주기(circadian rhythm)를 관장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이라는 물질을 분비합니다. 멜라토닌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물질입니다. 오전에 햇빛을 많이 볼수록 이 멜라토닌의 분비가 많아져서 잠이 쏙~ 오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2. 잠이 올 때만 잠자리에 누우세요. 억지로 잠자리에 눕지 마세요. 

- 만성 불면은 일종의 학습입니다. 내가 자는 잠자리(조건)와 불면(결과)이 연합되는 것(coupling)입니다.

- 이러한 연합을 깨 줘야 합니다(de-coupling). 그러기 위해서는 잠자리 + 숙면을 짝지워줘야 해야 합니다. 잠자리에는 '이제 곧 잠이 들 것 같은 정도'로 졸릴 때만 누워야 합니다. 졸리지 않는데, 잠을 자기 위해 억지로 잠자리에 들지 않도록 하세요. 


3.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으면 침대에서 벗어나세요.

- 위에 설명한 대로, 잠이 곧 들 것 같아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면? 30분이 지났는데 못 잔다면? 과감히 이불을 박차고 나오세요. 가볍게 맨손체조를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지루한 책을 보거나 무엇인가를 하시다가 다시 졸음이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4. 잠을 잘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세요. 

- '잠을 못 자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불면증을 악화시킵니다. 걱정할수록 오히려 긴장이 심해져서 잠들기 어려워집니다. 

- 잠을 못 자면 어떻게 될까요? 위에 기술한 대로, 뇌에 피로물질이 쌓이면(아데노신이 쌓이면), 잠을 안 자려고 해도 잠을 잘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잠을 못 잤다고 내일도 잠을 못 자란 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못 잤기 때문에 내일은 꿀잠을 잘 수도 있습니다. 

- '완벽한 숙면'에 대한 강박관념은 오히려 숙면을 망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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