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잔소리가 심한 아내와 함께 사는 남편들은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4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외도 역시 현재 자신의 삶에서 탈피하는 돌파구로, 중년기 우울감을 극복하는 항우울제로, 삶의 활력을 더하는 비타민으로 생각하는 중년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 가사의 스트레스로 탈진이 된 상태에서 현재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스스로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해 남자를 소개받거나, 여자를 소개받는 일과 같은 것이다. ‘현재의 나를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주는 연인을 만난다면 지금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사랑의 묘약만한 치료제가 있을까?’라는 기대감으로 말이다.

요즘 ‘행복한 불륜’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단지 애인으로만 머물 수밖에 없는 비극이 아니라, 오히려 자발적으로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부부의 모습이 점점 남남처럼 사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이중생활”이 훨씬 수월해져 가고, 부부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원동력을 밖에서 찾게 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각자의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려다 보면, 외도도 서로 모르는 한도 내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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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의 전조증상들이 있다. “내 인생이 답답해 어떻게 해결될 수 없을까?”라든지, "당신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나와 말이 안 통해"라고 속상해한다면 사실 나의 배우자는 '나 힘드니까 바람피울지도 몰라.'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외도는 가능한 예방되어야 한다. 그 결과는 당사자도 당사자의 가족도, 상대방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정도의 커다란 파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다윗왕의 외도가 자세히 나와 있다. 어느 누구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유혹'은 잠깐의 판단력이 흐려져서가 아니라, 외도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된 마음의 공허함이 아닐까 싶다. 다윗이 전쟁터에 나가지 않고 홀로 있다가 밧세바라는 여인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남편까지 살해할 정도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상상은 미처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분은 외도를 예방하기 위해서,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 중 한 분은 남자와는 단 둘이 자동차를 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개인마다 다른 원칙이 적용되겠지만, 공개적인 장소 이외에 둘만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이미 ‘외도’의 첫걸음이 시작될 가능성이 많다. 얼마 전,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낸 것이 외도인가 하는 판결에서 ‘외도’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처럼 육체적인 결합만이 외도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외도가 비타민이 된 사회'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대중매체에서도 ‘불륜 드라마’가 소재가 되면서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이 되어버린 셈이다. 진료실에서도 "남자 중 바람 안 피우는 사람 있는 줄 아세요? 애인 없는 남자는 바보라고요!"라면서 오히려 여의사인 나를 호통 쳤던 남편들을 만나기도 한다.

외도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남자들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어 봐도 알 수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도 자신의 애인을 대동하거나, 친구들에게 떳떳하게 소개하고 그럴듯한 애인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바람피우는 남편 때문에 속상했던 부인을 상담한 적이 있는데, 남편이 저에게 “요즘 바람피우는 게 죄예요? 다들 피우는데. 저는 이번 말고도 앞으로도 또 바람피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해서 할 말을 잃었던 기억도 있다. 이 반응이 일반적인지에 대해서 다른 동료들에게 물어봤는데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시된 외도가 우리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는 필요악이라고 봐야 하는 건지 되묻고 싶다. 한 남편은 진료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적 있다.

“불륜이 아름다울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아세요, 선생님? 불륜에 책임이 따를 때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는 그의 불륜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애인에게 책임을 다한다고 하면, 우리는 과연 그 남자를 칭찬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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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매력이 토대로 된 결혼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이전에는 경제적 결속과 자녀 양육이 토대가 되었지만, 18세기 무렵이 되어서나 (우리나라는 더 늦게) 처음으로 연애결혼이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부부의 성생활이 빠지면 그 관계는 문제가 생기게 되고, 상대방의 외도는 결혼 관계가 끝나는 것임을 뜻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진화원칙은 “은밀한 외도와 함께 하는 일부일처제”가 된 것이다. 결혼의 틀을 깨뜨리지 않고 ‘상대 배우자가 모르는 범위’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되는 제도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안정감을 주던 배우자와의 관계는 갑자기 그 가치를 잃고, 정열적인 새로운 상대와의 관계는 “진짜”사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문제이다. 새로운 상대와 나누는 관계가 적극성을 띄는 것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그 원인인데, 도파민은 기분이 좋아지고 의욕과 창조력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이 커질수록 도파민 분비가 활발해지고 “행복”감을 느끼게 되어 일종의 도취 상태가 되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환경이 점점 줄어들수록 정복해야 할 대상이 “낯선 사람과의 관계”가 되어가는 것도 이 이유. 새로운 것만 찾으려 들고, 오래된 익숙한 것에 대한 가치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자꾸 새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세상에서 남편과 부인 갈아치우기도 그만큼 편해졌다고나 할까?

 

사랑이 지금처럼 중요하게 여겨진 적이 있을까?

사랑을 너무나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외도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열정적인 사랑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는 것 같은 메시지. 일종의 종교와도 같이 저 사람만 있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고, 종교나 국가가 해주지 못한 문제들까지도 우리의 사랑으로는 다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일종의 미신과도 같은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자손을 퍼뜨리려는 진화론적 유전자와 여자는 자신과 자신의 자손을 보호해줄 “강한”남성을 찾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학설은 불륜을 합리화시키고 있다. 유전자와 호르몬이 외도에 커다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랑의 감정으로 휩싸임으로써 무기력해지고 활동력이 없어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자극”하는 방편으로, 이 역시 항우울제 효과가 아닐까 싶다. 특별히 애인이 있는 것이 더 이상 “해”보다는 “득”이 되는 현실적인 바탕을 둔다면, 은밀한 만남을 기피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 이 모든 변명들은 남을 위하는 마음보다는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나와의 결혼언약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상대 배우자를 고려하는 이타주의적인 마음, 안쓰럽게 생각하고 도우려는 마음, 한 배를 탄 인생의 내 편이라는 결심은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실 억지로 역행해야 하는 ‘의지’가 동반되어야 한다. 얼마 전, 한 결혼식에 참석했다. 서른이 갓 넘어선 그 청년의 결혼서약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다른 이성에게 관심이 가면 어떻게 할 거예요? 결혼을 오늘 하셨는데.”라고 질문했다.
“저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대답은 거의 즉각적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죠? 지금은 허니문을 떠나는 신혼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여자 정신과 의사로서 능청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청년의 순수함을 가져서 아직 세상을 모를 거라는 판단으로 말이다.

“저는 결혼을, 제 배우자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내는 제가 하나님께 제 인생을 드렸듯이 저도 아내에게 제 인생을 다 걸었고, 우리는 한 몸이에요. 절대로 이혼이나, 불륜은 끼어들 자리가 없을 겁니다. 그것은 제 목숨을 건 배우자에게 대한 예의가 아니죠.”

나는 이 청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현실은 우리에게 ‘불륜’이 아름답다고, 인생에서 필요악이라고 지금도 손짓하고 있지만, 이런 확고한 결혼서약 앞에서는 그 힘을 잃고 말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진료실에서 어떤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결혼이든 결혼식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그 날 이후에는 불행 시작이라고. 상담자로 신혼부부 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난관들을 생각해보면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결혼을 견고하게 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자기중심성을 떠나 결혼서약을 매번 새롭게 하는 의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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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유형별 외도 예방법을 담아봤다.
 

01 신혼 초기 부부

깨소금 쏟아지는 신혼 시절, 사랑하기도 바쁜데 무슨 외도일까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결혼 3년 차 미만의 아내들은 남편의 외도 때문에 고통을 호소한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앞둔 시점에서 남편의 외도로 이혼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아내는 첫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염려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성생활을 미루고, 남편은 일생 중 가장 왕성한 성욕을 보이는 시기가 맞물려 갈등을 빚는 것. 아내는 어떤 방법으로든 남편의 이런 상황을 이해해주는 노력이 필요하고, 남편은 각종 유혹의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02 중·장년층 부부

모든 외도가 알려짐과 동시에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중·장년층의 외도에 따른 결과는 더욱 처참하다.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한 상황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부모의 외도가 자녀의 혼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사돈집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 자식에게 끔찍하리만큼 비참한 현실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면 애초 외도를 꿈꾸지 말아야 한다. 외도가 낳을 비극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03 주말부부

주말부부도 외도의 유혹에 노출된 환경.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흔히 주말부부일 때 아내는 아이들의 학업을 문제 삼아 도시에서 지내고, 남편이 지방에 내려와 혼자 기거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남편이 주말마다 아내와 자녀가 있는 도시의 집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안 될 일이다. 되도록 남편이 한 번 집을 찾을 때 아내는 세 번 남편 집을 찾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 남편이 사는 곳에 아이들을 데려가 가정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외도 예방에 확실한 효과를 준다. 남편의 현지 직장 동료들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집안 곳곳에 가족의 물건을 놓으며, 가족사진을 배치하는 것 등.
 

04 맞벌이 부부

맞벌이 부부가 외도에 취약한 까닭은 뭘까? 직장 생활에 지쳐 주말이면 집안일과 잠으로 시간을 때우면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하나 더! 남편과 아내가 자기 힘든 일만 강조하고 상대의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서로 소원해질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한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둘만의 데이트를 하고, 상대가 하는 일에 공감과 위로를 해주는 것이 외도 예방의 척도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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