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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다이어트, 폭식증의 원인?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승인 2018.12.07 00:45

[정신의학신문 :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폭식증이라고 공개하고 있는데, 폭식은 단순히 많이 먹는다고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폭식증(Bulemia Nervosa)이란, 일정량 이상의 식사를 2시간 이내에 빠른 속도로 섭취하는 이상식사행동을 동반하거나, 체중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 때문에 먹은 음식을 제거하는 보상행동(구토, 설사, 이뇨제 복용, 과도한 운동 등)이 동반되는데, 이와 같은 증상이 주 1회 이상 적어도 3개월 동안 지속하면 폭식증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최근 미국 정신의학 협회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인 DSM-5(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에서는 폭식장애(Binge Eating Disorder)라는 진단이 강조되면서 ‘구토가 없어도 폭식증’으로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서, 구토 등의 보상행동이 없어도 통제력을 잃는 폭식이 반복된다면 폭식장애에 해당되며, 폭식의 횟수가 3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폭식한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주로 혼자 있을 때 발생하고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며 식욕을 억제할 수 없다고 느낀다. 또한 식후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과 혐오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수 있다. 이는 식이장애 중에 가장 흔하여,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도 자주 발견된다.
 

사진_픽셀


폭식증은 대부분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연령대에서 발생하는데 주로 여성으로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반에서 시작된다. 요즘은 다이어트를 초등학생들이나 남성들도 하기 때문에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폭식증이 시작되는 연령대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한 연구결과에서는 10% 정도에 머물렀던 남성 폭식증이 이제 20-25%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분노조절이나 우울감, 강박증을 동반하면서 치료를 받아야겠는 질환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스스로 의지로 조절하려는 경향이 높아서 오히려 치료가 어렵다고 밝혀지고 있다.

폭식이 일어나기 쉬운 조건은 생물학적인 변인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증상이 부각되고, 진단명이 생기며, 또 치료의 대상이 되는 질환도 있다. 다이어트나 비만치료가 만연되면서 폭식증의 유병율이 증가하는 것은 사회문화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임상에서 주로 만나는 환자분들을 보면, 대표적인 현상은 순수하게 다이어트의 반복되는 실패와 요요현상이 폭식이 일어나기 쉬운 조건이다. 또 다른 하나는 우울이나 분노 등이 폭식으로 해소되면서 동반되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단순한 비만치료나 폭식증 치료만으로는 해소되지 않고 폭식증이 계속 재발하게 되는 요인이 되며 비만치료나 다이어트에 커다란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의 협조가 치료에 필수

비만클리닉에서 만나는 환자분들이나 가족들은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폭식을 단순한 개인의 의지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폭식을 일으키는 현상의 이면에 있는 심리적인 허기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질병의 이해만이 가족 간의 갈등과 불화를 예방할 수 있으며, 결국 식이장애는 다른 정신질환보다도 가족들과 나누는 식사와 연관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이 꼭 필요하다.

이상식사행동을 보이면 가족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폭식의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치료제 1순위로 사용되는 이유가 바로 생물학적 원인 때문이다. 음식을 먹을 때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문제가 있거나, 다행감을 느끼게 해주는 엔도르핀과 관련된 문제가 있을 때 폭식증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적이 있다. 또 거식증과 유사하게 성취 지향적이고, 날씬함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경향이 지나친 경우에 발병하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청소년기의 욕구를 적절하게 표출하거나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나 행동 문제(병적 절도, 알코올 의존, 자해 등)를 일으키는 등 충동조절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에 발병하기도 한다. 특히 십대에 발병되는 폭식과 같은 이상행동은 가족문제에서도 발견되기도 하므로 가족이 치료에 반드시 동참되어야 한다.

 

식이장애는 정신과적 응급

식이장애에 해당되는 거식증이나 폭식증은 동반되는 신체질환이 있기 때문에 정신과적 응급으로 불린다. 폭식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거식증에 비하여 완치될 확률이 높은 편이다. 약 3분의 1 정도가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계속 폭식증 증상을 겪을 수 있으며, 약 절반 정도는 완전히 회복된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시간이 경과하여도 나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구토를 자주 하는 경우, 토사물에 의해 치아의 손상, 충치가 생기기 쉬우며, 구토를 자주 하는 경우 전해질 이상이나 탈수뿐 아니라, 드문 경우, 저칼륨혈증에 의한 심정지의 위험도 있다. 위액의 역류로 인해 식도염이나 침샘 비대증이 동반되어 얼굴이 쉽게 붓거나 이하선 염증이 동반되어 귀 밑이 불룩해지기도 한다. 폭식은 비만 등 신체적인 문제뿐 아니라, 반복되는 다이어트 실패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와도 아주 관련이 깊다. 더 나아가 가족과의 갈등, 소외감, 대인기피가 나타나고 학교나 직장에서 능률이 떨어지며, 자해나 자살충동, 쇼핑중독과 같은 충동조절의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_픽사베이


유행다이어트가 폭식증을 악화

폭식이 유발되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기 쉬운데, 식욕억제제는 오히려 폭식증 환자에게 있어서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겪게 하고 절식과 폭식을 반복하게 만들기 때문에 식욕억제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폭식증은 식사장애인지, 수면장애인지 모를 정도로 두 가지 문제가 병행되는 경우가 흔히 있어 요즘은 생활리듬 장애(Circardian Rhythm Disorder)로 습관의 전반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야간 폭식증(Night Eating Syndrome)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하루 섭취하는 음식양의 50% 이상이 야간에 이루어지며, 수면장애를 동반하는 경우이다. 숙면을 취하면 야간 폭식이 사라지는 경우를 임상에서 흔히 보곤 한다.

음식중독의 측면에서 이해하기도 하는데,  폭식을 하는 사람들이 찾는 음식이 설탕, 탄수화물, 고지방식인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설탕중독, 탄수화물 중독에 대한 치료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약물치료가 폭식증을 치료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폭식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에 잘못된 다이어트나 요요현상으로 인해 시작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칼로리 제한이나 절식을 심하게 하는 다이어트를 하지 말아야 한다.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 중에 '모 아니면 도 심리'(all or nothing, 한 번 망하면 포기하는)가 발견되는데, 이런 경우 요요현상을 흔히 겪게 되고 폭식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전통적으로 폭식증은 인지행동치료가 많이 행해졌는데 식사일기를 쓰면서 폭식을 유발하는 심리적 요인과 인지왜곡을 발견하는 것이다. 결국, 몸과 마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감정적 요인으로 폭식을 하게 되는 이유를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폭식을 하고 난 다음의 죄책감, 우울감, 대인기피 등을 지지해주고 낮아진 자존감을 높이는 심리치료를 통해 내 몸과 마음에 유익한 생활습관을 만들어가야 폭식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식이장애는 이제 선진국 질병

우리나라에서도 이 두 가지 질환은 드문 병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년 거식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1,905명, 신경성 폭식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1,597명이었다. 이를 감안해도 거식증으로 수백 명, 폭식증으로 수천 명 수준의 환자가 매년 치료받고 있고, 치료의 영역에 들어오지 않은 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 분명하다.

폭식증은 식욕이 넘치고, 거식증은 식욕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지 않다. 폭식증처럼 거식증 환자들은 절대 식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식욕은 있지만 먹고 싶어 하지 않고, 지나치게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뚱뚱하다고 굳게 믿는다. 마치 왜곡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의 신체 이미지가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음식을 먹는 것은 싫어하나, 음식에 대해 하루 종일 생각하고, 자신의 체중 변화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가지며 칼로리와 운동량 등에 박학다식하다. 결국, 너무 많이 먹거나, 먹는 것을 거부하는 이 모든 이상 식사행동을 비만클리닉을 찾는 환자분들이 종종 보고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신질환에 속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부모의 세대에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가족 중에 이상식사행동을 보이는 경우 방치하지 말고 의심해보아야 한다.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lifestylist@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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