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늘어만 가는 공황장애,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진료를 보면서 공황장애를 겪는 수많은 환자분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공황장애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외래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많아졌음에 놀라게 됩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공황, 공황장애라는 단어가 생소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이 겪는 불안이 혹시 공황장애는 아닌지 되묻는 사람들이 꽤 많이 늘어났습니다. 실제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황장애로 진단받은 경우가 5만 명에서 10만 명가량으로 약 2배 정도 증가했다고 하지요. 공황장애라는 병이 최근 TV나 인터넷 등의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게 되고, 많은 유명인의 공황장애 투병 고백이 이어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영향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대중들은 공황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공황장애에 대한 편견이라기보다는 정신과 장애 전반에 대한 것들이지요. 자신, 혹은 가까운 이들이 정신과 질환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쉬쉬'하는 사회적 분위기, 정신과 환자에 대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사람들, 마치 주홍글씨 같은 사회적 낙인 때문이지요. 근거가 없는 오해와 편견들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데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장벽을 만듭니다. 필요한 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병은 자연스레 만성화됩니다. 공황장애는 짧은 시간 동안 극심한 불안(공황 혹은 공황발작)을 겪는 병이며, 이를 방치한다면 반복되는 공황으로 인해 삶의 반경이 점차 좁아지게 됩니다. 모든 정신과적 질환이 그렇듯 만성화된 정신과 질환은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과 같은 이차적 문제로 연결되어 개인적, 사회적 고통을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공황장애에 대해 가지게 되는 오해와 편견, 그리고 근거에 기반을 둔 진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제가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수없이 들어왔던 질문들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공황장애, 여섯 가지 오해와 진실

1. 공황장애는 마음의 병일뿐이니,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면 낫게 되지 않을까요?

모든 정신과 질환들에 대해 갖는 오해일 겁니다. 공황장애는 마음의 병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뇌와 신경, 연결된 신체 기관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동합니다. 정신과 질환의 생물학적 원인이 속속 밝혀지면서 의학에서도 이제는 정신과적 질환들을 일종의 신체적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즉, '그냥 마음을 다잡으면 되는 문제'로 가볍게 볼 것이 결코 아니지요. 

다리가 부러지면 수술을 하고 치료를 받듯이, 공황장애가 발병하면 그에 걸맞은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공황장애 발병 이후 치료를 받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병의 유병기간, 재발 가능성, 병의 경과, 이차적 합병증 등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2. 공황장애 치료를 할 때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공황장애의 치료에는 항우울제, 항불안제와 같은 정신과 약물치료가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정신과 투약을 평생 동안 유지해야 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공황장애가 심할 경우 불안감과 불면, 우울감 등의 조절을 위하여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증상이 호전될 경우는 투약을 줄이고 중단하는 것 또한 원칙 중 하나입니다.  

특히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자각하고, 대처할 방법을 익히게 된다면, 투약 중단 이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짐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3. 공황장애가 진짜 병이라면, 약을 먹어야 낫는 것 아닌가요?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요?

공황장애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의 두 가지 축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입니다. 급성기의 증상은 약물치료로 조절해야 하지만, 만성적인 예기 불안과 같은 만성 증상들 및 회피 행동들은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 환자 중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30%가 되며, 약물을 중단하게 되면 50%는 재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의 병합은 약물의 용량을 서서히 줄일 수 있게 하며, 관해 상태(약물을 끊은 상태)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게 돕습니다. 약물과 심리치료의 병합한 군에서 약물치료를 성공적으로 중단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공황장애에 동반되는 이차적인 증상들(secondary symptoms)-우울, 알코올 중독 등- 을 치료하는데도 약물치료 외의 심리치료가 큰 도움이 됩니다.
 

4. 공황장애는 완치할 수 없는 병인가요?

의학에서 '완치'라는 단어의 정의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공황장애는 피부에 난 종기처럼 잠시 불편했다 사라지는 성질의 병은 아니지요. 오히려 항상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하는 병에 가깝지요. 공황장애에서의 완치는, '관리만 잘한다면 오랜 기간 동안 재발이 없는' 상태로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그 전제는 충분한 기간의 적극적인 치료입니다. 

최근까지의 연구 결과에서도 충분한 치료를 받은 분들의 30~40%가량은 긴 기간 동안 재발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의 임상 경험에서도 적절한 치료를 받은 분들이 성공적으로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오랜 기간 동안 재발 없이 잘 지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완치에 집착하고, 재발 가능성을 회피하는 태도는 치료에 독일 수 있습니다. 술, 담배, 커피, 불규칙한 생활 패턴 등 공황장애 증상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잘 관리해 나간다면, 완치에 가까운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또, 그런 노력으로 삶 또한 건강해지는 것이지요. 
 

5. 남들과 같은 치료를 받아도 왜 나만 낫지 않는 것일까요?

공황장애는 굉장히 다양한 경과를 가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공황장애를 겪는 30~40%는 완치에 가깝게 치료되지만 50%가량은 경한 재발을 반복하는 경과를 밟고, 10~20%가량은 중등도 이상의 심한 증상 재발을 경험하게 됩니다. 잦은 재발과 만성적인 경과를 겪는 이들의 공통점은, 1) 충분한 기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혹은 도움되지 않는 치료를 지속하고 있거나) 2) 우울증, 알코올 의존, 성격장애 등의 이차적 문제들이 함께 있어 공황장애의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경우입니다. 만약 이차적 질환들이 문제가 된다면, 이에 대한 자세한 평가와 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6. 치료를 받으면서 점차 좋아지는 것 같다가, 최근에 다시 나빠지고 있어요. 치료가 효과가 없는 걸까요?

정상적인 경과입니다. 치료를 시작하며 치료자나 환자 모두 자전거가 평탄한 일직선의 언덕을 올라가듯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증상이 나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수학적 그래프로 따지자면 우상향하는 1차 함수 그래프를 떠올리게 되지요. 이는 지극히 당연한 바람입니다.
 

사진_www.robynpuglia.com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치료 기간 동안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환경 변화, 혹은 심리 내적인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줍니다. 치료가 잘 진행되는 듯하다 정체되는 구간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이 많은 외적 요소들로 치료적 역행(therapeutic setback)이 일어나게 되고, 심지어 증상이 악화된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은 이러한 현상이 지극히 일시적이며 정상적인 과정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굴곡이 심한 곡선도 먼 곳에서 보면 직선처럼 보이듯, 치료적 역행이 있더라도 치료의 방향만 적절하다면 위의 그림처럼 결국은 ‘공황장애의 완치’라는 목적에 닿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치료의 방향은 적절한지, 그리고 치료의 시작점과 비교하여 현재 자신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늘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공황장애의 극복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 상태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불안에 떨기보다 극복으로 가는 여정의 일부로 여기는 수용적인 태도가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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