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하지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예? 그럼 우리 애가 중간도 안 된다는 말인가요?”
“그럼 얼마가 정상이죠?”

진료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들에게서 많이 듣는 말이다. 뒤를 이어 그 어머니의 얼굴에는 당황, 좌절, 절망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스쳐가는 것을 숨길 수 없다. 흔히 무조건적인 아이에 대한 부모의 기대를 표현하는 말로 ‘아기 때는 모든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천재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커가면서 현실을 인식하고 천재에 대한 로망을 포기하고 기대치를 낮추어 가지만 그 기대치가 ‘중간’ 또는 ‘평균’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중간이나 평균을 ‘정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사진_픽사베이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심리평가라는 것을 한다. 지능, 집중력, 생각하는 방식, 감정상태, 자신에 대한 개념과 타인에 대한 생각 등 많은 것들을 평가를 통해 얻어서 의사의 진료 인상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로 삼는다. 심리평가는 상대적인 평가이다. 사람들이 보이는 다양한 반응과 대답들을 수치로 나타내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는 수치를 평균으로 잡고 이것과 동떨어져 있는 것을 비정상으로 구분한다. 지능이 평균보다 많이 낮으면 지적장애라는 진단명을 붙이고, 많이 높을 경우 영재라고도 한다. 사고나 감정 반응도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표현한다면 특이한 것으로 기록되고 현실에서 많이 벗어난 경우는 정신병이 있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진료실에서 하는 심리평가는 아이가 가진 문제점을 예민하게 찾아내어 도와주기 위한 목적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진료실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받아오는 성적표도 역시 상대적인 평가이다. 반 평균, 학년 평균이 얼마인데, 우리 아이는 그것보다 잘했다, 못했다는 것으로 아이의 노력에 대한 결과를 평가한다. 운동을 하더라도 중간은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이의 체력조건이나 노력과는 상관없는 기대와 실망을 한다. 평균이라는 개념으로 인간 특징을 설명하려 했던 수학자 아돌프 케틀레처럼 우리 아이들의 특성과 목표는 숫자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어쩌면 평균을 모든 아름다운 것, 좋은 것의 틀로 생각하는 케틀레의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균에 못 미치면 우리 아이는 뭔가 문제가 있는 아이일까?
아이를 ‘평균적인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 나의 목표인가?
모두가 똑같이 평균적인 목표를 향해서 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중간은 가야 한다, 평균은 되어야 한다는 우리들 마음에 뿌리 깊이 박힌 개념은 내 아이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고 목표를 상실하게 만든다.

 

자갈밭에 쌓여 있는 돌들의 평균 부피와 무게가 얼마라고 할 때 정작 그 부피와 무게를 가진 자갈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자갈을 집어서 들여다보면 그 나름의 깎여진 모양과 광물의 결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모든 아이는 그 아이만의 특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이 아닐지라도, 우리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잘 알아주고, 보듬어주고, 아이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가장 잘 맞는 기후에서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내 아이는 그 흔한 ‘중간’보다 훨씬 더 멋있는 면이 있는 아이라는 것을 부모가 먼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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