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손을 잡고 가다 보면 종종 손에서 저항이 느껴지는데, 내 손을 잡아당기거나 혹은 내가 억지로 끌고 가는 그런 느낌이다. 그런 느낌이 있으면, 아이가 내 말을 안 듣는다거나 늑장을 부리는 듯한 생각도 들고, 때로는 반항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아이의 신체적 한계가 분명히 느린 걸음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문제는 우리 어른들이 그 사실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

어디 아이의 보폭만 그렇겠는가? 마음도 어른보다는 당연히 미성숙하다. 그래서, 어른들은 이런 미성숙한 아이들에 대해 '기다림'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좋아하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내가 발을 밟는다거나 박자를 놓칠 수도 있지만 상대가 나의 미숙함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주거나 어설픈 박자에라도 맞춰준다면 그 춤은 아름답지 않을까?

같이 걷다가 손에 저항감이 느껴지만 나는 가끔씩 그 손을 살며시 놓아버리곤 한다. (물론, 아이 곁에 있어주면서) 그러면, 아이는 두리번거리며 보고 싶은 것을 본다든지 혹은 자기가 원하는 페이스로 오면서 어떻게든 나름대로 따라온다. (물론, 더 즐거워 보인다.) 도살장에 끌고 가는 소처럼 아이와 걷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왈츠를 추듯이 아이와 함께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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