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정선영 호흡기내과 전문의]

 

혼자서 걸어 다니고 입으로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는 그 순간까지 이 일들을 스스로 해내며 최소한 평균 수명 이상은 살길 원할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질병으로 인한 것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렴, 당뇨병의 순이다. (그림 1) 이미 눈치챈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망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는 질병 모두 흡연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것들이다.
 

그림1_주요 사망원인별 사망률 추이, 2007-2017 통계청자료. 1~5순위 사망원인(좌), 6~10순위 사망원인(우)


흡연으로 인한 담배연기 속 발암물질들이 암을 직접 유발하거나 촉진시킨다. 담배연기 속의 발암물질과 DNA의 결합이 암 유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는 폐, 두경부의 편평상피세포암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흡연의 양과 기간에 비례하여 위험이 상승한다. 이외에도 인두암, 식도암, 후두암, 간암, 위암, 신장 및 요관암, 췌장암, 방광암, 결직장암과 자궁경부암, 급성백혈병 등이 흡연으로 인하여 발생 위험이 상승한다.  

흡연은 동맥경화를 촉진하고 심, 뇌혈관 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킨다. 이는 니코틴에 의한 혈역학적인 스트레스와 혈관내피손상 등으로 인하여 기인한다. 급성심근경색 후 지속적인 흡연이 재발 위험성을 높이며 금연자에 비해 생존기간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사망원인 중 최근 급격히 상승세에 있는 질환인 폐렴의 경우에도 흡연에 의한 많은 영향을 받는다. 흡연은 기관지 주변의 염증과 섬유화, 점막투과도 증가, 점액 섬모 자정작용의 감소 등을 유발하여 기도의 구조를 변형시키며, 면역학적인 기능 변화에 영향을 주어 세균 및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발생 위험을 높인다. 특히 흡연으로 인한 질환인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있는 경우 흡연 지속 시 폐렴 발생 위험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은 이외에도 위식도역류증상,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을 유발하며 치유를 지연시키고, 최대골량 감소 및 골소실 촉진을 통해 골다공증 위험을 높인다. 또한 피부노화, 백내장, 후각기능저하, 근감소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우리 몸에 생길 수 있는 대부분의 질병이 흡연과 관련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질병이 흡연과 관련되어 있다. 암과 같이 사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질병도 있지만, 골다공증, 성기능장애, 피부노화 및 안과질환 등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질병들도 있다.
 


인간이라면 대부분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흡연은 그 자체가 수명 단축과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금연하면서 보낸 오늘의 하루가 건강한 미래의 하루를 보장한다고 생각하면 금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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