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이승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관성의 법칙이 스마트폰 및 이동통신사 사용에도 통하는 것 같다. iOS에 익숙해진 사용자는 아이폰을 계속 사용하고,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에 한 번 익숙해진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교체해도 안드로이드폰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동통신도 한 번 정하면 유무선이나 가족 결합 등의 요금제 이용으로 통신사간 이동을 쉽게 하지 않아, 이동통신사들이 고객을 선점하기 위하여 10대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중 눈에 띄는 전략은 청소년들에게 유료 게임 아이템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인기 게임들을 데이터 차감 없이 ‘공짜’로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에서 연간 조 단위의 순이익을 올리는 이동통신사들이 미래 고객 확보까지 소홀히 하지 않는 치밀함도 겸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술 발달로 데이터 속도 등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이러한 미끼 상품은 사실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때, 학생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면서 포켓몬스터 스티커가 포함된 빵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빵은 먹지 않고 버리고 스티커만 수집하는 아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러한 ‘끼워팔기’는 비록 훌륭한 마케팅 방법이 될 수 있으나, 무료 게임 제공을 통한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에는 우려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마케팅이 의도하지 않게 ‘게임장애’(게임업계의 표현을 빌리자면 ‘게임 과몰입’)의 발생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_픽사베이


알코올 중독자를 만들기 가장 손쉬운 방법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조기에 음주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려서 노출이 될수록 뇌에 대한 알코올의 악영향이 더욱 커져, 중독 문제를 평생 안고 갈 확률이 높아진다.

게임장애도 물질장애들로 초래되는 뇌기능의 변화와 유사한 패턴을 발생시키고, 10대에서 과다한 인터넷 사용이 알코올 및 흡연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알코올이나 게임문제 모두 저소득층이나 부모의 적절한 양육을 받지 못한 아동·청소년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시작할수록 중독 위험이 증가하는 현상이 알코올이나 니코틴과 같이 게임에서도 나타나는지는 관련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여부를 모르는 만큼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국내외 연구 등에서 게임을 많이 하는 아동들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고 학업 및 독서량도 유의하게 적으며 학업 성적 저하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서 빈곤이 대물림되는데 더욱 일조할 수 있어,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원 빈국으로 내세울 만한 자원이 ‘인적자원’인 이 나라에서, 공격적 마케팅 이전에 아동·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과 미래에 대하여 한 번 더 고민해보는 것을 우리 사회에 바라기는 어려운 것인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는 우리들이지만, 아동·청소년 때라도 상술의 대상이 되지 않고 세상의 보호를 받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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