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불안의학회 김대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이 살고 있는 시간 대에 따라 사람을 3부류로 나누는 치료법이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최면이나 전생 치료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실제 시간대가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시간대는 사람의 심리가 지각하는 시간을 지칭합니다. 이를 시간 관점(time perspective)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것이 인간의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정서, 생각, 행동, 동기에 영향을 주는 가치체계 혹은 심리적 경향이 과거의 경험에 주로 의존하는가, 앞에 있는 바로 앞에 있는 현재에 국한되는가, 아니면 미래에 치중하는가 하는 분류입니다. 이를 이용한 정신심리치료가 짐바르도(Zimbardo) 박사가 개발한 시간 관점 치료(time perspective therapy)입니다. 세 가지 시간 유형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진_픽셀


첫째 과거형이 있습니다. 과거형은 긍정주의과 부정주의로 다시 나뉩니다. 과거 긍정주의는 ‘그 시절이 좋았어’라며 과거에 매달리고 집착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것들을 애기중지하고, 추억의 물건들, 과거 사진을 수집하고, 어렸을 때부터 알던 친구들을 주로 만나고 과거 얘기를 합니다. 부정주의형은 과거에 잘못된 일들에 집착합니다. 거기에 사로잡혀서 현재를 누리거나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고, 항상 후회와 아쉬움으로 살며, 인생과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유지합니다.

둘째는 현재형입니다. 현재형은 쾌락주의와 운명주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현재 쾌락주의는 당장 앞에 놓인 순간에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인생의 목적은 즐겁고, 짜릿하며,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태도는 인생의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시도이고, 이들은 무언가에 중독 경향이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그와는 다르게 현재 운명주의는 숙명론자입니다. 어차피 아무리 노력해야 바뀔 것은 없고, 좋아질 것은 없기 때문에 그냥 포기한 상태로 사는 태도입니다. 본인의 운명이 이미 결정되었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통제력을 미칠 수 없다는 관점입니다. 이는 종교의 영향일 수도 있고, 가난이나 고통스러운 삶을 받아들이는 어쩔 수 없는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는 미래형입니다. 미래형은 항상 앞서서 생각합니다. 미래를 계획하고 자신의 결정을 신뢰합니다. 극단적으로는 일중독자가 될 수도 있고 현실을 즐기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들은 성공하고 큰 문제에 빠지지 않습니다. 미래형의 한 가지 아형은 초월형 미래주의자입니다. 이들은 죽음 이후의 삶이 현재보다 훨씬 중요하고 현재보다는 죽음 이후를 준비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사람들입니다.

 

시간 관점 치료는 보다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이 세 가지 시간 관점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 부정형은 계속 과거에 일어난 안 좋은 일만 생각하고, 현재 운명주의는 끔찍한 인생 탓만 하고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현재 쾌락주의도 문제인데 미래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자극적인 경험에만 몰두합니다. 반대로 극단적인 미래형은 현재 삶에서 벌어지고 있는 좋은 일들을 하나도 경험하지 못하고 일만 합니다.

그렇다면 치료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앞에서 말했듯이 먼저 자신의 시간 관점을 조사하고 이것의 균형을 추구하게 도와줍니다. 과거 부정형의 경우는 반대로 과거의 긍정적 경험을 증진시켜 부정 경험들을 대체하고 증정적인 미래 관점을 만들게 도와줍니다. 현재 운명주의는 기분이 좋아지고 재미있는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극단적인 미래형은 여가, 가족, 친구, 데이트 등 재미있는 일들을 할 시간을 내도록 유도합니다. 

이 치료의 창시자인 짐바르도 박사는 이 시간 관점 치료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스트레스에 좋은 치료법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적어도 한 가지 시간의 관점에 갇혀서 사는 현대인이 아닐까요? 자신의 부정적 시간 관점을 파악하여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보다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삶을 지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신의 시간 유형은 어떤 것인가요?

 

* 대한불안의학회
대한불안의학회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전문학회로, 공황장애, 강박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다양한 불안 및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 교육 및 의학적 진료 모델 구축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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